"헌책방에 좋은 책 많이 찾아서 들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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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좋은 책 많이 찾아서 들여야죠"
  • 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5.07.22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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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사람들] 오광용 / 배다리 헌책방 삼성서림 새 사장
무화과가 익어가던 지난해 10월
삼성서림 이진규 선생 퇴임

 
무화과가 맛있게 익어가던 지난해 가을, 배다리 헌책방 터줏대감이시던 삼성서림 이진규 사장님의 퇴임식이 있었다. 이웃 책방 사장님들과 동네 지인들이 모여 마을 퇴임식을 준비한 것. 47년여 삼성서림 책방살이 해 오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누며 촛불을 껐었다. 삼성서림 새 주인을 찾는다는 표식은 해놨지만 몇 해째 그대로였는데, 마침 새 책방지기 오광용 사장님(64)이 오면서 불편한 몸을 수술도 할 겸 긴 책방살이를 정리하는 자리였다.


 <사진>2014년 10월 25일 아벨전시관 2층에서 있었던 이진규 선생님 퇴임식

높은 습도와 뜨거운 햇살로 지친 오후
쾌적한 삼성서림에 놀라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들, 높은 습도와 따가운 햇살이 오가는 가운데 다들 잘 지냈는지 얼굴이나 보려고 마을 한 바퀴. 잔뜩 열린 토마토를 따는데 소나기가 쏟아진다. 얼추 들고 간 작은 바구니에 가득, 마늘 농사지은 걸 나눠주신 개코 어머님께 한 접시, 칼을 빌려주셨던 주먹밥집 이모님께 한 접시 나눠드리고 왔는데도 많이 남았다.
 
후덥지근한 한가로운 배다리의 오후, 오랜만에 물감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유림화방에 들러 캔버스와 물감 몇 개, 붓을 사들고 또 한 바퀴 도는데 삼성서림에 눈에 들어왔다. 곧 찾아뵙겠다는 인터뷰 약속 을 해놓고 괜히 바쁜 주초와 주말이 몇 번 지난 게 생각나서 사람들 따 먹으라고 좀 남겨둔 토마토를 죄다 따서 삼성서림으로 향했다.
 

<사진> 쾌적하게 정리된 삼성서림 내부
 
책방에 들어서니 시원했다. 토마토를 건네 드리고 에어컨을 켜신 건가 여쭈었더니 아니란다. 아마도 공간이 넓기도 넓은데다가 책이 습도를 잡아주어 상대적으로 선풍기 몇 개만으로도 시원한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책방에 비해 많이 시원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폭염 속에 가끔 여기로 피서를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삼성서림 오광용 사장님
 
강; 지난해 봄, 한동안 아벨서점에서 뵈었는데 어떻게 오시게 된 거예요?
오; 가까운 친척의 지인이셨던 아벨서점 곽현숙 사장님께서 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마침 하던 일을 그만두고 쉬는 중이어서 도와드리기로 했고, 3월부터 6개월간 책방 어려가지 일을 도와드리며 인연이 되었어요.
 
강;
책방 일을 하시려고 공부삼아 하신 건가요?
오; 아녜요. 책방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6개월 여 아벨 서점의 일을 도와드리는 과정에서 사장님께서 작은 책방이라도 하면서 지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고,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내와 함께 논의를 하고 공간을 찾았지만 마땅한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 <삼성서림>은 벌써부터 내놓은 건데 그 생각은 안하신거예요?
오; 규모도 크고 벅차서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작은 공간을 찾아보다가 그게 수월치 않았고, 그래서 인연이 아닌가보다 싶던 차에 아벨사장님이 삼성사장님과 논의하셔서 연락을 주셨어요. 좀 부담은 됐지만 엉겁결에 그냥 하기로 한 거죠.
 
강; 책방을 몇 개월 하시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으셨다면 어떤 건가요?
오; 아직은 책을 들이고(사고) 내놓고(가격을 책정해 팔고) 하는 게 어려워요. 같은 장사를 하는 거라 여쭤보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책방이 다른 데에 비해 좀 넓기는 하지만 책을 쌓아둘 창고 같은 게 없고, 좋은 책을 많이 찾아서 들여야 하는데 좋은 책이라는 걸 - 구색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든요. 책방의 색깔을 찾는 건 1-2년쯤 후에나 가능할까요?

<사진> 옛 삼성서림 책방모습
 
강; 삼성서림은 할아버지께서 몸이 편찮으신 상황에서 운영되어 그야말로 책이 산처럼 쌓여 그야말로 서림(책숲)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책을 고를 수 있는 책방이 되었네요? 앞으로 어떤 책방을 만들고 싶으세요?
오; 당신은 건강도 좋지 않은데다 혼자 하시다보니 어려우셨을 거예요. 이런 책방 꼴로 정리하는데 한 달? 4주 정도 걸렸어요. 그 이후 책을 분류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죠. 전에 비해 쾌적하게 만드는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지금 유지하는 것도 벅차서 전망이라던가 그런 거는 생각도 못해요. 경험이 많이 필요한 일 인거죠. 그렇게 배울 수밖에 없어요, 책방 일이라는 게 ...
 
강; 책방 하시는 분들끼리 친목을 도모한다거나 그런 건 없나요?
오; 그동안은 없었던 거 같고, 저는 가게 안을 정리하고 운영하는데 어려워서 딱히 바깥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지난 월요일엔가 책방거리 관련한 모임이 있다고 했는데 거기는 아내가 가서 저는 잘 몰라요. 헌책방신문이랑 책방 지원 관련 이런저런 일로 모였는데 ...
 
강; 책방 유지는 어떠세요?
오; 책방일도 처음이고,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유지가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왠만한 책방은 다 문을 닫는 마당에 이 가게를 운영하고 소박하게 먹고 사는데 아직까지는 큰 지장이 없어요. 다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들 덕이죠.
삼성 어르신이 50여년 이 자리를 지키고 닦아오셨고, 몇 집 안 되도 인천에 이 배다리 책방 거리를 유지해 오신 선배님들 덕이 아주 큰 거죠. 저야 이제 시작이니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 자, 그만해요 한 게 없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

  
60대의 서툰 시작,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을 뿐

 
삼성서림 털보사장님은 사람 좋은 얼굴로 허허 웃으시며 말을 접으셨다. 환갑이 넘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등등 질문할 것이 많았는데 더위를 먹었는지 이래저래 인터뷰가 매끄럽지 않았는데 그걸 헤아려 답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해보지 않았으니 하지 않으려는 게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다시 서툰 60대의 삶을 시작하고 계신다. 짧지 않은 삶의 연륜에도 처음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20대며 3-40대, 50대는 오죽할까? 다만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는 걸 아는 것이 그간의 삶에 준 지혜이지 않을까 싶다.
 

<삼성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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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이 2015-08-31 12:04:50
배다리 고서점의 마지막 산증인이 이제 은퇴를 하셨군요.. 아쉬움과 여러 생각들이 만감을 교차하게 만듭니다. 새로이 인수하시는 분이 앞으로 배다리 고서점의 새로운 역사를 잘 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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