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봉산을 문화적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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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봉산을 문화적 거점으로...”
  • 전슬기 기자
  • 승인 2015.12.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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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사람들]수봉산 507 기획전 진행하는 ‘생생지락 예술창작소’ 임종우 대표


지난 11월 28일부터 도화동 507번지 ‘생생지락 예술창작소(대표 임종우-사진)’에서 ‘수봉산 507 프로젝트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천in 11월27일자 보도>  '생생지락 예술창작소'의 개막식과 함께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한달간의 전시회도 이제 막바지다. 연말를 맞아 팍팍한 도시에서의 삶과 그 '마을의 문화'를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이번 전시는 우리의 뒤를 돌아볼 수 있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지역의 소중한 일꾼들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속설 때문일까. 사실 이 곳이 초행이었던 기자는 ‘생생지락 예술창작소’를 찾기까지 길을 좀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임종우 대표를 만나 “오는 길에 좀 헤맸다”고 말하자, 임 대표는 껄껄 웃으며 “예전에는 더 심했다”고 답했다. 동네 지번이 없어서 검색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도로를 정리하면서 지번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임 대표의 전언.
 
임 대표를 만나 이번 전시회, 그리고 창작소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Q : 수봉산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자는 동인이 무엇이었나?
A : 원래 수봉산으로 들어올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인 공간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곳에 비어 있는 집이 있었고 작년 11월에 리모델링을 해서 작업 공간으로 쓰려고 들어왔다. 들어오다 보니 명칭이 필요했고, 여기를 예술창작소로 해야겠다 싶었다. 또 남구가 정책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구호가 ‘생생지락’이었다. 세종대왕께서 나라 백성들이 즐겁게 삶을 살라는 의미로 말한 것을 따온 이름이다.
 
Q : 도로 정리로 지번이 생겼는데 이 사업과 연관이 있는 건가?
A : 그렇다. 올해 여름, 30년 숙원 사업이었던 소방도로 개선 사업이 시작됐고, 9월 완료했다. 원래 여기는 도로가 없던 동네였다. 동네가 비좁고 차도 다니지 못했다. 안전도 별로여서 겨울철 화재가 날 경우 큰 피해를 보는 지역이었다. 도로 개선을 하는 것을 알고 이를 중심으로 마을을 가꾸어보자, 다만 그냥 가꾸면 의미가 없으니까 여기 수봉산과 수봉공원을 결합해서 새로운 생태문화거점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인천 지역의 예술가들이나 작업하시는 분들의 공간이 부족하고 환경 역시 열악하기에 빈집들을 잘 수리해서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을 만들자고 시작을 했다.
 
Q : 재원 마련이나, 소위 ‘무브먼트’는 어떻게 가능했는지?
A : 상반기에 남구에서 '학산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이 있었다. 거기에 제안서를 냈고 통과가 돼서, 마을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재료비 정도는 지원을 받았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동네 분들과 상의를 많이 했다. 또 생생지락에는 지역 예술가들과 네트워크가 잘 돼 있어서 그들과도 논의를 많이 했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이나, 마을에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경관이 안 좋아질 텐데 도색작업을 하자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벽화를 많이 하지만 벽면을 최대한 활용해서 골목 갤러리를 조성해보자, 그래서 골목갤러리가 진행이 됐다. 또 주민들과 이야기해보니까, 3~4년 동안 비어있는 집이 몇 채 있었다. 그래서 빈 공간을 ‘대안 공간’이라는 명목 하에 문화를 숨 쉬게 하며 ‘갤러리화’하고 동네 주민들의 커뮤니티 장소, 지역 작가들이 전시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런 마음으로 공간 프로젝트가 시작이 된 거다.
 

 

 
Q : 진행 과정이 짧지만은 않았던 것 같은데?
A : 길다면 긴 기간이지 않겠나. 3~4개월 동안 조금씩 진행이 된 거니까. 자원봉사단도 결성됐고, 또 주변 중,고등학생들이 이 주변 생태문화에 생각을 많이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여기에 오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 이 동네에 있는 생태 공원의 잡초 뽑는 일, 야생화 가꾸는 일... 동네 주민들과 텃밭을 일구기도 한다. 또 요즘은 스마트 시대다. 11월 28 개막한 이번 기획전 같은 경우 ,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만들었다. 골목길, 그리고 507번지 일대에 사시는 주민들의 생활상을 찍고, 도로 개선 과정을 관찰하면서 이미지를 만들고 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있다.
 
Q : 프로젝트 진행 전에 영감을 받은 것이 있었나?
A : 그런 것은 아니다. 작가 생활을 해야 하는데 외도를 많이 했다. 작업을 충실히 하고 싶었고, 작업 공간을 구하던 중에 남구 쪽에 공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빈집을 구하던 중에 이곳(507번지)와 매칭이 되어서 들어왔다. 들어와 보니까 주변이나 수봉산 문화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인천에서 수봉산이 가지고 있는 의미, 도시가 발전되는 과정에서 수봉산이 가지고 있는 역할을 보게 된 거다. 이 동네에서 수봉산과 연계되는 문화 프로젝트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Q : 혹시 지금 같이 하고 있는 단체는 있나?
A : 아직은 아니다. 생생지락 예술창작소를 만들면서 새롭게 단체를 등록했다. 여기에 자주 오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장르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장소가 만들어지니까 이걸 계기로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찾아오고, 또 생각도 공유한다.
 
Q : 그렇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단체가 있는지?
A : 물론. 언제든지 열려 있다. 프로젝트에 관한 것은 계속적으로 공유하고 있고, 마을 만들기에서 중요한 것은 수봉산 문화거점의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아 있는 공간들을 전시장이나 작가 작업실,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 문화 프로그램이나, 문화예술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외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예술가들에게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라거나, 게스트 하우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대안공간도 만든다. 지역 작가들과 전시 기획을 해서, 골목 갤러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게 기획 전시를 만들 생각이다.
 
Q :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구상하고 있나?
A : 당연하다. 지금도 인천시민들이 주제를 가지고 프로젝트에 의해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 사진 공모를 해서 골목갤러리나 대안 공간에 전시를 유치한다던지, 혹은 그림 작업을 하거나 공동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와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토대 작업이 되는 마을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작업실 주변에서 내려다본 광경. 벽면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프로젝트 기간 중 촬영된 것이다. ⓒ전슬기
 

Q :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활동이 혹시 있다면?
A : 지금은 수봉산 507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에 분기별, 내지는 월별로 시민 문화 네트워크나 작가들과 네트워킹해서 이 곳에서 계속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수봉산 마을 방송을 준비 중이기도 하고, 앞으로 3년간 수봉산 실험 미술제를 만들 생각이다. 수봉산의 전반적인 지형과 공간을 통해서, 전국이나 혹은 전 세계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려고 생각 중이다.
 
Q : 올라오면서 사진들과 그림을 봤는데 인상적이더라.
A : 우리가 준비한 것도 있고, 관련된 분들이 그동안 찍어놨던 것을 모아놨다. SNS을 통해서 골목 사진 공모를 했다. 처음이라서 참여가 많진 않았지만, 스마트폰으로 받은 사진을 모았다. 시민참여를 유도한 셈이다.
 
Q : '문화 만들기' 같은 작업도 포함이 되는가?
A : 넓게 보면 포함이다. 문화예술 쪽과 마을 만들기는 다른 부분이 있다. 마을 만들기는 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을 주민들이 후원하고 관심을 가지고 진행을 해야 한다. 관계가 없으면 그런 활동도 행해지기 어렵다.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주민들과 가까워졌고, 주민들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을 했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해 좋아하고 있다.
 
Q : 프로그램 거점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 : A에서 E까지 구간을 형성해 놓았다. 눈보라를 이겨낼 수 있는 패널과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들이 있는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설치 작업이라던지 자기 주제의 작품을 많이 유치해서 이 동네의 갤러리가 전문화 될 수 있게 진행하고 있다. 골목길에 대해 구간을 나눠 놓았다. 구간별로 위치나 폭이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게 설정해 놓았다. 골목길 갤러리 문제는 앞으로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대안의 전시공간이 될 수 있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고 시민들의 문화 참여가 진행될 수 있게 공간을 활용하려고 한다.
 
Q :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있는가?
A : 이번 목적이 프로그램의 초석, 토대가 되었다. 문화 마을이라는 것이 이 정도 범위에서 시작이 되었다, 공간이 형성이 되어야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 마을 만들기에 대한 새로운 사례의 거점 정도가 되었으면 한다.
 
Q : 외부에서도 방문을 하나?
A :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매일 온다. 별도로 연락해서 오겠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
 

기획전시회 구간 중 담벼락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사진의 모습. ⓒ전슬기
 

Q : 주민들을 제외하면 어떤 사람들이 주로 방문을 하나?
A : 아무래도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다. 문화예술가들도 오고, 시민활동을 한다거나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거나, 지역사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도 온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길 듣고 온 경우도 물론 있고. 또 마을 방송 준비 때문에 미디어 관련에 있는 분들, 인천 내에서 각 장르별로 중진급 되는 분들도 오신다.
 
Q : 여기만의 특징은?
A :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만의 폐쇄성이라거나 일부 활동가들이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외부 혹은 관련 분야의 소통이나 공유가 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 마을은 항상 열려 있고, 동네 분들도 많은 손님을 맞이하고 싶어 하고, 망가뜨리거나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마을을 오픈시키려고 한다.
 
Q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 일단 시각 작업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본분이다. 마을의 문화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잘 되게 지원하고 참여해주는 작업, 인천의 새로운 문화 거점, 혹은 문화지향점이 여기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골목길을 내려가기 전, 임 대표는 공간으로 쓰려고 준비 중인 집들 중 한 곳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곧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나 마을 사람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접시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 대표는 자원봉사단들이 활동한다는 생태공원도 소개시켜 주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봄이 되면 꽃들이 피어서 예쁘고 그 곳에서 작은 공연도 열린다고 전했다.
 
이들 공간까지 모두 둘러본 후, 임 대표는 근처 기자가 탈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하던 중 “이 곳에 다시 오면 그때도 꼭 미리 연락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사실 좀 ‘뜨끔’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걸 임 대표에게 간파당한 것 같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비록 취재 일정상 이번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접하지 못했지만,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 때 바뀌어 있을 이 곳의 모습은 분명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공간인 수봉산 생태공원. ⓒ전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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