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감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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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감의 원천"
  • 진달래 기자
  • 승인 2016.01.2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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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당선된 이재은 작가
<인터뷰 중인 이재은 작가. 사진=진달래 기자>

21일 오전, <인천in> 사무실이 위치한 주안의 한 카페에서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자 이재은 작가(39)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9월 발표된 2015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인 <비 인터뷰>(링크)의 작가이자, 현재 <인천in>에 <섬마을 사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기자이다. 생계를 위해 글을 쓰기보다는, 글을 쓰기 위해 생계를 이었다. 2013년, 그는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며 하던 일을 마치고 당시 인천녹색연합이 기획한 <섬마을조사단>에 참여했다. 그 곳에서 인연이 되어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인천in>에서 상근 기자로 일했다. 


<인천in>에서 만난 사람들의 경험이 소설에 녹아나

"<인천in>에서 일할 때, 기사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 직접 다가가기 위한 노력들을 했어요. 감정 노동자 인터뷰 시리즈도 제가 직접 기획해서 만들었죠. 어느 날은 인터뷰를 하러 스타벅스에 가는데, 사무실이면 공짜 커피를 마실 텐데 내가 커피값을 낼 걱정을 하며 갔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만난 그들은 제가 기사를 쓰면 자신들의 처우는 물론 세상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을 두고 겨우 커피 값 걱정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슬펐어요.”

3개월간의 수습을 거쳐 14개월 동안 기자로 일한 그는 <인천in>의 '조회수'를 책임지는 기자가 되었다. 이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 합격하면서 일과 공부를 함께하기 위해 고민하다 공부에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인천in> 을 그만뒀다. 대학원을 들어가기 직전 겨울에 독립출판 강의를 듣게 되면서 417일 간 기자 생활을 하며 적었던 글을 모아 처음으로 출판했다. 그 책이 <발발뉴스>로, 500여권을 찍어 각지의 독립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했다. 


독립출판을 통한 '책 만들기' 경험

이후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하던 그는 생계를 고민하다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글쓰기 및 책 만들기 강의를 맡게 된다. 마을 어르신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책을 직접 만들기 위해 모였다. 당시 그는 중앙일보에 제출할 소설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인천in>에서의 경험을 살려 원래 만들어져 있던 소설의 틀을 ‘인터뷰’ 형식으로 바꿨다. 전지적 시점을 인터뷰어의 시점으로 바꾸니 이야기가 되살아났다. 독립출판 강의에서 가르치랴, 제작 총괄을 하랴 바쁜 와중에도 그는 글을 고쳐서 중앙신인문학상에 제출했다.

그가 당선됐을 때, 그는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연 강좌에서 수강생들과 책을 만들기 위한 회의에 참석중이었다. 처음에는 기사 내에 나온 내용 때문에 뭘 물어보려고 온 전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건 자신의 소설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는 중앙일보 기자의 전화였다.

"출판에 있어 여러 가지 트러블이 많았어요. 또 “8월 내내 수강생들이 ‘재은씨~’ 하며 책을 만드는 데에 있어 사소한 질문들을 계속 해왔는데, 거기에다 대고 ‘전 시급 200원짜리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라며 신경질을 내기도 했어요. 여러 모로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저를 계속 찾고 필요로 해 주신 덕분에 소설을 잘 완성하고 제출했던 것 같아요.” 이후 이재은 기자는 9월 20일에 열린 수강생들의 독립출판 책 출판기념회에서 얼결에 등단 축하까지 같이 겸하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좋은 작품 만들 수 있어"

이재은 작가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대학원을 가고, 본디 목표로 한 바는 아니었던 기자 일을 하게 된 것은 글을 쓰기 위함이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소설 쓰기’는 의외로 외로운 작업이 아니었다. 이재은 작가는 서울을 기반으로 한 4명으로 구성된 동인 소설가 그룹에서 그동안 창작에 있어 큰 지지를 받아 왔다. 그들은 공모전 등을 함께 신청하며 서로의 작품을 읽어 주고, 고칠 수 있도록 하는 ‘동료 그룹’ 이 됐다. 이제 네 명 중 이 작가를 포함한 세 명이 등단, '핫'한 그룹이 됐다.

책이란 단지 인쇄물의 형태에서만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되기 이전부터 작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자라나는 식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원고 초고가 싹이라면, 최종 결과물이자 우리가 접하게 되는 책이 나무일 수 있는 이유는 주변인들이 읽고 고쳐준 결과물이 편집자의 손을 거쳐 나왔기 때문이리라. 

30대 후반에 진학한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서도 그는 엄청난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그를 이전에 가르친 문예창작과 교수님들이 “왜 문화대학원에 갔냐”고 질책하지만, 그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레포트를 쓰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며, 자신이 창작하는 데에 있어 다른 창작, 혹은 기획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그들과 계속해서 작품과 작품 외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다면 집에서만 혼자 우울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가난하지만 꾸준히 작업해온 30대를 딛고 화려한 40대 작가가 되길 바라며

그는 30대 내내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꼭 내어 매일 꾸준한 양을 글로 옮겨 왔다. 그가 주로 작업하는 장소는 카페. 글을 쓸 때에는 동영상이나 영화 등, 시선을 집중하고 분산시켜야 하는 것은 잘 보지 않는다. 

이 작가는 상금을 받아 최근 인도에 다녀왔다. 인도 전문 여행사의 패키지를 이용해 어머니와 함께 다녀왔는데, 이전에 한 번 취재했던 인천에 위치한 인도 전문 여행사를 통해 인도의 델리, 바라나시, 아그라, 우다이뿌르, 자이뿌르 등의 도시를 차분히 돌다 왔다. “엄마는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가장 즐거워했다”는 이 작가는, 돈을 다 써서 이제 다시 대학원 등록금 고민을 하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스스로를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고 말하는 그는 한국 나이로 39세에 등단의 기쁨을 얻고, 당당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이제 독립 출판을 하지 않아도 그의 책을 출판할 회사가 많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수행해 온 많은 독립 출판 프로젝트들을 기반으로 ‘출판 실험’의 바람을 신선하게 불어주길 희망한다. 그의 새로운 ‘화려한 40대’가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작품으로 말을 걸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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