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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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이병기
  • 승인 2009.12.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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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시민참여만이 살 길이다


 <인천in>이 창간기획으로 준비한 '지역 언론, 희망은 있는가?'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 시간이다. 반현(43)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경인지역 방송설립 준비위원회, 인천일보 시민편집위원장 등 인천 지역 언론에 큰 관심을 갖고 활발히 참여해 온 인물. 그에게 지역 언론의 실태와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자가 처음 만난 반현 교수는 자료를 통해 보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다소 야윈 모습과 적은 머리 숱이 병마와 싸운 흔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그는 작년 여름 안식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직후 갑작스런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위태로운 상황까지 간 적도 있었으나 항암치료와 꾸준한 등산으로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 주 1회 학교에 나와 대학원 강의를 맡고 있다.

 조금씩 대화를 나누면서 반 교수의 진지한 눈빛과 열띤 목소리는 그가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차 보였다. "운전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내의 운전을 보는 것이 더 스트레스를 받아 직접 하고 있다"는 등 반 교수의 근황을 듣고,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갔다. 


 지역 언론들이 제 기능 다하고 있나? 그렇지 않아

 인천에는 지역 언론이 많다. 인천일보, 인천신문, 경인일보, 기호일보 등등. 주간지와 인터넷 신문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 편이다. 언론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인천의 언론인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인천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특수성이 있어 지역 언론이 더 힘든 편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사람들 중 45%가 기회가 있으면 인천을 떠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인천은 다른 곳에 비해 지역 정체성이 높지 않다. 인천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서울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나처럼 서울에서 인천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인천시민들은 의식주를 지역 안에서 해결하지 않는다. 타 지역으로 이동이 잦기 때문에 산만한 면이 있다. 한 마디로 지역 정체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언론들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지역 정체성과 애착, 동네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구실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 언론이 중요하지만, 반면에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시민들의 지역 정체성, 애향심이라는 뿌리가 약하다 보니 지역 언론을 보지 않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예전 경인방송이 정파됐을 때도 사람들은 솔직히 아쉬워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경인방송이 우리들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나. 우리는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 보면 된다. 큰 불편 못 느낀다."는 정서가 강했다. 이런 면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은 주민들을 뭉치게 하거나 애향심을 키우는,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할이 인천에서는 쉽지 않다. 지역 언론의 구실은 더 필요하지만, 지역 정체성이 약하다 보니 시민들은 더 보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지역 언론들이 망하고 없어진다고 해서 지역민들이 아쉬워 할까? 별로 없을 것이다. 전반적인 면에서 "기존 인천의 지역 언론들이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독자들이 느끼는 만족감에 대해선 잘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시민 참여만이 살 길

 요즘을 흔한 말로 인터넷 시대라고 한다. 인터넷 언론들은 '독자 참여 공간을 열어 두자'고 말한다. 원론은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실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언론이 독자를 끌어오는 흡인력이나 파워를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요인들을 인터넷 공간 안에 마련해야 한다. 그런 요인을 누가 만드나? 상근기자나 전문기자가 주요 이슈를 터트려 줘야 한다. 중앙지가 건드리지 못하는 이슈, 인천의 지역 언론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 주목 받아야 한다. 더불어 이런 이슈를 중심으로 독자나 시민기자의 참여로 공간을 넓혀야 한다.

 시민기자단 운영은 필수다. <오마이뉴스>를 보면 시민기자가 몇 만 명 된다. 그러나 실제 기사를 작성하는 비율은 등록 회원의 1~3% 남짓이다. 2~3회 반복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은 1% 정도다. 신문의 방향은 시민기자로  가되, 그 중 꾸준히 기사를 생산해 내는 기자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시민기자들의 주변 이야기만 전해서는 중심점이 없을 수 있다. 인천에서 알려진 유명한 글쓰는 분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게 해야 한다. 독자들은 그 사람들의 글을 보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온다.

 강준만이나 진중권까진 아니더라도 상징적으로, 정기적으로 글을 올려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필요할 경우 사고도 한 번 치고, 논란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논란의 중심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신문사가 주목을 받게 되고, 이후 최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사들을 전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오프라인 신문은 보지만, 인터넷은 잘 보지 않는다. <인천in>은 인터넷 상에서만 독자들을 만나야 하니, 무언가 사람들이 찾아 올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하다. 살아 나가려면 독자의 힘밖에는 없다. 알리는 게 필요하다.


 독자 관심은 이슈 발견과 심층취재로



 <인천in>은 시민의 힘으로 독립형, 대안 언론을 만들기 위해 창간됐다고 알고 있다. '대기업 광고는 받지 않는다'는 마인드가 있다면 주요한 이슈들 중 건드릴 부분이 많다. 요즘은 광고주의 입김으로 보도되지 못하는 내용들이 있다.

 독립형 대안 언론을 만드는 <인천in>이라면 꼼꼼하게 기획해 이런 쪽에서 이슈를 터트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인천in>에서 터진 사건이 '추적 60분'이나 '시사파일' 등 방송에서 받는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홍보 전략이다. 이런 정신으로 독립적인 이슈를 발굴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천의 정체성이 약한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서울 사람도 인천에 직장이 있으면 지역신문을 본다. 서울  사람도 흡수할 수 있다. 위기요인을 뒤집으면 기회요인이 된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지역 이슈들 파헤친다면 점점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떠먹여 주는, 파편적인 인스턴트 뉴스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워 한다. 자신이 관심 있는 기사는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하지만 끝나버리니 아쉽다. 이런 부분을 기획이나 심층취재로 전문기자가 담당해 부가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식으로 터트려야 한다는 것이 내 바람이다.


 <인천in>에 바라는 점

 인천시민들을 대상으로 창간에 맞춰 행사를 하면 어떨까. 수기 등 자기 주변의 일들을 공모해 창간날 시상도 같이 하고. 크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뭔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일반 독자들을 세분화해야 한다. 여성, 청소년, 대학생 등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해 준비하는 건 어떨까.

 독자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내가 삼성 고객이고, 10년 동안 그 제품을 사용했다면 사은품이나, 전화, 감사의 말 엽서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신문을 한 번 보면 잘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10년 동안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를 봐도 전화 한 통 없다. 처음에 제공하는 경품뿐이다. 사후 관리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찾아오는 이용자나 독자들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도 좋지만, 있는 독자부터 관리해야 한다. 인터넷 신문의 특성상 발길을 끊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 타기가 쉽다. 기존 독자 관리가 중요하다.

 인천의 지역 언론으로서 이어간다는 것이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 낙관적인 희망도 좋지만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초반에 임해야 한다.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되지만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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