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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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날개를 달다"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1.09.1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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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민해경 언니 백춘자 - '늦깎이 노래인생 1막2장'

                                                                                     

요즘 인천에서 뜨고 있는 대형(?) 가수가 있다.

경인방송과 남인천방송 등 지역방송과 독거노인행사, 장애인행사 등 자선공연과 위문공연 등 각종 행사를 비롯해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그를 볼 수 있다. 최근 송도세계문화축제에서도 여느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으로 관객들한테 호응과 박수갈채를 받았던 주인공. 바로 가수 민해경의 친언니인 백춘자(52, 연수구 연수동)다.
                          

'미쎄스 비비(Mrs. BB) 민재연'이라는 예명으로 가수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년 전 데뷔곡 '뻥이야!'라는 음반을 발매하면서부터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너무 무섭고 엄하셔서 못했지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무척 미웠어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반항심으로 집을 나가 홀로서기를 시작했지요."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이 눈가가 촉촉해졌다.

"살아가면서 늘 마음 속에는 노래가 살아 숨 쉬고 있었어요. 50살이 다 되어 가수활동을 시작했지만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는 우울증도 걸리고 몸도 많이 아프고, 인생에 회의감이 밀려왔지요. 점점 게을러지고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이는 어느 날 문득 하고 싶은 노래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MBC 도전! 주부가요열창, 백화점 노래자랑, 주민노래자랑 등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노래자랑대회에 참여하면서 모든 상을 휩쓸고 다녔다.

그 때는 가수 민해경 언니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노래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슈퍼스타K2' 오디션에 지원하는 등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에서만큼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인 노래를 부르며 감춰진 끼를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육중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래는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가수의 꿈과 영혼이 담긴 울림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최근 들어 민해경 언니라는 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기 시작했다.
                          

"동생 해경이는 제가 나이 먹어서 이제야 노래를 시작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렸지요."
                              

하지만 가슴 속 깊이 꿈틀거리며 도사리고 있는 숨은 끼를 누구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더 좋은 노래를 하려면 노래만 잘 부르는 것으로는 부족함을 깨달았다. 가슴 한켠에 접어두었던 공부가 절실히 필요했다.

우연히 TV를 통해 남인천방송을 시청하다가 학교홍보 광고를 보고 남인천 중·고등학교 성인반에 용기를 내 입학하게 되었고 중학교 과정을 마친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앞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음악과 관련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다.

"지금은 사는 게 무척 행복하고 즐거워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모든 힘든 상황들이 즐거움으로 바뀌었어요.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고 운동하고, 노래행사와 봉사를 하고 장사하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예요."
                             

연수구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자신의 노래를 듣기 위해 찾아주는 팬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친구 송경화(53, 남구 학익동)씨는 "3년 전 함께 풍물을 배우면서 친구가 되었는데, 소박하고 정이 많으며 자신을 낮추고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자신이 지닌 재능을 나눔을 통해 실천할 줄 아는 멋진 친구"라며 "이제는 카페를 자주 찾는 열혈 팬"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7개월 동안 140Kg의 몸무게를 114Kg으로 감량하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져 그동안 당뇨병으로 고생하며 복용하던 당뇨약과 인슐린주사를 모두 끊고 운동으로 '살과의 전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기쁨이 생기고, 모든 일에 감사하게 돼요. 남은 인생을 행복으로 채울 욕심이 자꾸 생기더라고요. 하면 된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 같아요."

딸 홍미현(29)씨는 엄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릴 적엔 엄마가 너무 뚱뚱해서 친구들 보기에 창피하고 싫었어요. 어느 날 엄마가 노래자랑에 나간다고 해서 상을 탈 정도로 잘하는 걸 몰라 꽃다발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상을 타는 걸 보고 그때 알았어요. 엄마 노래솜씨가 사람들이 인정하는 실력파라는 걸. 지금은 엄마의 새로운 삶이 자랑스러워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엄마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뇌졸중에 걸린 아버지(85세)를 극진히 돌보고 있는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행사장마다 휠체어에 아버지를 태우고 다닌다. 
                           

철없던 시절에는 밉기만 했던 아버지. 하지만 "지금은 살아줘서 고맙고, 자신의 정신적 지주여서 하루라도 안 보면 못 살 것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힌다.

"자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고 생각을 하다 보면 상처만 남고 제자리걸음이지요. 다른 돌파구를 찾아서 작은 것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희망이 보여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깨달았지요." 그의 큰 눈이 열정으로 빛난다.
                               

그의 카페에서 딸과 함께 가수 소찬휘의 'Tears'를 열창하는 모습이 큰 몸집만큼이나 큰 행복으로 가득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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