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음악문화,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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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음악문화,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 배영수 객원기자
  • 승인 2014.09.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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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 운영자 이진우씨

인기 록 밴드 ‘더더’의 김영준이 아내와 함께 결성한 록 밴드 ‘마마레이디’가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에서 연주하는 모습. 지난 달 23일 열린 것으로 이곳의 최근 공연이었다.

Prologue – 과연 인천의 클럽 문화는 다시 융성할 수 있을까?
 
과거 인천시청이 현 중구청 건물에서 업무를 보던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그러했겠지만, 그렇게 갈 것도 없이 90년대만 해도 음악인들 사이에서 인천은 한국에서 언더그라운드 음악 문화가 꽤 융성했던 도시로 인정받았었다. 당시만 해도 예술회관과 같은 무대를 가지 않아도, 그 일대 클럽에서 많은 무명 혹은 유명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접할 수 있었으니. 특히 록 음악에 대해서 인천은 참 할 말이 많은 과거를 가진 도시다. 자타공인 ‘한국의 LA’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국내에서 록 밴드들이 활기를 띄던 도시였으니까. 그러나 90년대 문민정부 말기에 찾아온 IMF로 인한 상권 약화, 다양하지 못했던 언더그라운드의 취약한 기반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며 모든 불꽃은 사그라졌고 이후 현재까지 좀처럼 민간 주도의 음악예술문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근래에 세간에 좀 알려진 인천의 음악활동을 언급함에 있어 윤학원 지휘자가 이끄는 인천시립합창단을 빼면 더 할 말이 딱히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2010년경부터 인천지역 내에서 과거에 융성했던 ‘클럽 라이브 문화’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010년 인천시가 [펜타포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당해 여름에 열린(물론 지금도 매년 열린다) 록 페스티벌의 개최날짜를 중심에 놓고, 약 한달 정도 기간 동안 인천 전역에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클럽 무대 혹은 버스킹(거리 공연) 등을 열게 하면서 –비록 소수이지만-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생겨났다. 시의 예산부족 및 공무원들의 개념 부족 등으로 관 중심의 행사가 지금까지 지속되지 못한 것은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인천에서도 분명 무언가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당시 가시적으로 보여준 측면에서는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시 [펜타포트 페스티벌]에서는 신포동 일대의 몇몇 클럽과 바 등도 참여했는데, 그중 신생동 2-6번지에 소재한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재즈 클럽 [버텀 라인]과 함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부평의 ‘루비살롱’ 같이 음반제작을 함께 하는 클럽을 제외하면 인천에 변변찮은 공연 전문 클럽이 없었던 터에, 이 두 곳이 그런 역할을 나름 제대로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록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SNS 혹은 블로그 등을 통해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의 존재를 입소문으로 알려 가면서, 이곳은 현재까지 평균 한 달에 적어도 2~3회 이상 꾸준히 공연을 여는 전문 클럽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 홍대 일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밴드들의 공연을 이제 인천에서도 볼 수 있는, 소위 ‘90년대에는 가능했던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의 주인장 이진우씨 
 
“신포동 유일의 록 공연 클럽”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의무감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은 현재 신포동 일대에서 유일하게 록 밴드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이다. 이러한 곳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에도 음악을 했거나 비슷한 활동을 했던 경우가 많은데,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진우씨 역시 과거에 인천에서 ‘블랙 매직’이라는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멤버로 활동했던 아마추어 뮤지션 출신. 지금은 해체했지만 과거 홍대에서 활약했던 유명 인디 밴드 ‘록타이거스’의 멤버 타이거와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이씨는 과거 록/메탈 뮤지션들이 연습실을 마련했던 관교동 일대에서 선배 형들에게 음악을 배우며 록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키우기도 했던 소위 ‘메탈 키드’였다. 다른 꿈이 있어 음악을 계속 하진 않았지만, 20대 시절에는 업소에서 DJ 혹은 매니저 등도 해본 바가 있었다고. 우연히 신포동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이 공간을 발견하고 묘한 매력을 느껴 2009년 이곳을 인수, 그해 10월 말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상권이 이미 죽은 지역이었던 지라 걱정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런 걱정도 없진 않았으나 운영의 경험이 있었기에 기본적으로는 자신감이 있었고, 내 판단에는 이곳 상권이 ‘바닥’이었지만 말 그대로 ‘바닥은 쳤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음악적으로 충실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하자”는 것이었다고. 그 모토를 지켜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상권 속에서도 클럽으로서 소위 ‘선방’을 해 왔고, 그 동력을 스스로 마련하면서 지역은 물론 서울 등지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 혹은 기획자들에게도 알려지는 동인이 됐다. 실제 이곳은 운영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서울의 유명 클럽 못지않게 많은 뮤지션들이 다녀갔는데, 노장 블루스 뮤지션 김목경을 비롯해 서울블루스 김마스타, NY물고기, 씨없는수박 김대중, 그리고 재즈/블루스 뮤지션 최우준 등 현재 홍대 일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음반도 내는 뮤지션들이 여기서 공연을 한 리스트에 포함된다. 과거 송홍섭, 신윤철과 신석철(신중현의 둘째, 셋째 아들)이 카도 프로젝트로 활동할 때 이곳에서도 공연을 했고,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바로 이곳에서 첫 클럽 공연의 테이프를 끊었다. 물론, 포헤르츠, 블랙 메디신 등 인천 출신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팀들의 공연도 자주 열리고 있고.
 
그런데 사실 한 번 죽은 상권, 그리고 문화의 컨텐츠가 황무지로 변하다시피 한 지역에서 관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이러한 운영을 한다는 것은 사실 자살행위에 가깝다. 그럼에도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은 넘어지지 않고 운영상으로도 영민한 모습을 보이며 이 역할을 잘 감당해 왔다. 비결을 묻자 이씨는 “신포동에 과거와 같은 신 자체는 없지만 음악 하는 사람은 분명 있더라”며 “서울 팀이 됐든 인천 팀이 됐든, 인천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90년대 인천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보면 지역에서 고립된 모습을 보였던 게 아니라, 인천 팀과 서울 팀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그 교류 속에서 힘을 보였던 것이기에 그 역할을 다시 하고자 했고, 조금이라도 그 역할에 공헌을 하고 있어 보람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동네 자체가 오래 되고 문화의 전승 역시 오래된 것들이 주로 이어져 오다 보니,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문화의 유입이나 젊은이들의 관심이 적어 단점이 되기도 한다”면서 “지역사회와 협의해 신인 밴드나 젊은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는 상설 공연 같은 것을 정착시켜볼 생각도 하고 있고, 이러한 생각이 실천될 수 있는 방법 등도 연구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공연이 없는 날의 운영방식 또한 궁금했다. 이씨는 “클럽의 운영은 기본적으로 장사가 되어야 가능하므로 그 부분을 간과하면 안 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뮤지션 혹은 음악 애호가들이 의미를 갖고 찾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의지 때문인지, 이곳에 머물러 있다 보면 몇 번 공연을 했던 뮤지션이나 음악 산업군 종사자들 중 이씨와 친분을 쌓게 사람들이 이곳에 종종 들러 그들끼리 인사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면서 교류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김마스타, 홍혜주 등 홍대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뮤지션들을 비롯해 송명하, 김성환, 박현준 등 음악 평론가 및 음악 매체 편집인, 라디오 PD 계열의 인물들도 이제는 이곳을 자주 다녀가는 단골들이 됐다. 또한 거의 매일 클럽을 운영하는 삶이 반복되다 보니 생활 속에서 재미있지 않으면 지친다는 것을 파악하고 매일매일 재미거리를 찾아 이를 클럽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아직 특별한 이벤트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그날 모인 손님들과 옛날영화도 한 편 보고, 가끔 흘러간 가요 등도 가끔 틀어주면서 추억에 젖어보기도 하는 등의 소소한 재미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다.
 
올해 1월 열렸던 최우준 밴드의 블루스 공연.
 
“인천은 음악예술과 연계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곳”
 
한편 요즘 인천에는 관 주도의 인디 공연들이 열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대표적으로 인천예술회관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밴드 데이] 공연은 대표적일 테고, 오는 10월 초 인천도시공사가 주최하는 [K-Festival]은 대형 콘서트이긴 하지만 다수의 인디 밴드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기도 하다.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의 경우 오는 20일에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펜타포트 라이브 클럽 파티]라는 행사의 일환으로 무대를 열기도 하고, 인천문화재단과는 10월 3일 열리는 [사운드 바운드]라는 클럽데이 형식(관객이 입장팔찌 등을 구입해 차고 다니면 당일 그 일대 지정 클럽은 공짜로 들어가서 공연을 보는 형태로 홍대 등지에선 이미 널리 퍼져 있음)의 음악 축제 등을 관과 협력해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당일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의 출연 팀은 망각화, 포헤르츠, 줄리아 드림, 블랙백 등이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과거엔 이런 것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공연 중심의 음악 축제들이 열리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면서도, “향후에는 이벤트의 단계에서 멈추지 말고 무언가 다른 플랫폼을 만들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Get In Jeju] 같은 콘텐츠들을 보니 뮤지션들의 공연과 함께 그 지역의 특화된 모습들을 2박3일 정도 일정을 짜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인천도 가능하겠더라”며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지만 인천은 숨은 볼거리 먹거리 등을 많이 갖고 있는 도시로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짜면 상당한 매력을 지닌 곳이기에 그런 사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관이 현재 중구 일대를 중심으로 지정하고 개발하는 관광특구를 지금보다 더 체계화시켜 매력을 더하고, 이것을 상품화하는 속에서 우리 같은 클럽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연계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지금도 이런 부분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는 중이다.
 
클럽의 향후 계획 및 공연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씨에 따르면 현재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은 관 협력과의 음악 행사 말고도 기획하는 것이 더 있다.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뮤지션 유니온](음악인들 중심의 노동조합이라 이해하면 된다)의 인천공연을 계획하고 있고, 다음 달 4일에는 음악 레이블 [석기시대]가 자신들의 전국투어 일정 중 인천 공연을 이곳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11월에도 인기 록 밴드 ‘아이러닉 휴’의 단독 공연이 예정돼 있고, 그 외 주말 등에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클럽을 이끌어 오면서 여건이 되는대로 좋은 뮤지션들을 섭외해 공연도 많이 해왔는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폼을 유지하며 시민들에게도 될 수 있도록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며 “시민들이 조금만 더 음악 신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신포동 특유의 지역적인 분위기 또한 재미있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전했다. 신포동에서 클럽의 생존 외에 지역의 음악예술에도 기여할 방법을 찾고 있는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 아마도 다수의 음악 팬들은 이곳이 앞으로도 꾸준히 운영되며 인천의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지 않을까.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의 외관(중구 신생동 2-6, 우현로 35번길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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