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여성작가 7인이 술을 테마로 엮은 소설집 『곳 걱거 산 노코』가 발간됐다.
이들 7인은 2004년 결성한 〈소설동인 소주한병〉의 동인들이데, 결성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두 번째 테마소설집을 만들었다. 첫 번째 테마소설집은 지난 2015년 <세계 책의 도시, 인천>의 후원사업으로 발간한 『인천, 소설을 낳다』다.
『곳 걱거 산 노코』에는 일곱 소설가의 소설 일곱 편이 등단 순으로 실려있다. 낮은 곳, 아픈 곳, 깊숙한 곳을 향해 흐르는 술의 속성을 살펴 그들이 엮은 테마소설집에는 여러 종류의 술들이 등장한다.
친구와 동암역에서 빨간오뎅을 먹고 귀가하던 길에 넘어져 코뼈가 부러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김진초 소설가의 <의심 바이러스>에는 와인이 등장한다.
이목연 소설가의 <맨발>에는 구두수선공의 고단한 삶을 소주가 배웅하고, 신미송 소설가의 <열차를 타다>에는 하룻밤에 10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앞에 온갖 종류의 술이 나타난다.
양진채 소설가의 <명자>에도 그 아린 속을 달래주는 소주가 나오고, 구자인혜 소설가의 <마지막 인터뷰>에는 막걸리가 용기를 돋우며, 정이수 소설가의 <개철수가 죽었다>에는 술붕어가 개철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술을 따른다. 이선우 소설가의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에도 술에 의존하는 힘든 이웃이 있다.
이들 소설가들은 “작품 읽은 소감을 얘기하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달고 쓴 세월을 스무 해나 함께 했다. 이십 년을 쓰고 읽고 함께 여행했다”며 “우리가 걸어온 그 세월을 기념하고자 테마소설집을 기획했는데, 소주한병이란 이름에 담긴 숙명, 자연스레 소설집 소재가 술이 되었다.”며 『곳 걱거 산 노코』를 엮은 이유를 설명했다. 낮은 곳을 흐르며 생명을 살리는 물처럼 술 역시 아픈 곳, 깊숙한 곳을 향해 흐르며 아픈 이들을 위로하는 걸 보았다고 하였다.
윤후명 소설가는 이들을 <일곱 명의 여작가>라는 시로 응원했다.
일곱 명의 여작가들과
초록색 등대를 바라보고 걸었다
위험을 알려주는 불빛이 반짝이도록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숲속에 가득 꽃핀 천남성은
사약死藥이 된다고 누군가 알려주었다
열 넷의 발길이 섬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의 글은 내게도 경고가 되었다
글은 아름답게 가기 위한
사약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먼 데서 이들을 싣고 갈 배가 오는 동안
나는 아름다움을 믿고 있었다
이들 <소주한병>의 태동부터 지켜본 경인교대 문광영 교수는 책 말미에 동인 작가들의 특성을 적어 격려했다.
김윤식 시인은 병 속에 든 술처럼 아주 간결한 마음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