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 감축 않고 폐기물 감축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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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생산 감축 않고 폐기물 감축만으로?
  • 부산 - 박주희
  • 승인 2024.11.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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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진행하는 부산 국제 회의장에서
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지금 부산에선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이하 협상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간단히 말해,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 내용을 만들기 위한 국제 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세계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단체, 학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옵저버(observer)로 참여 중이다.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회의장 바깥에서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하기도 한다. 부대행사로 시민사회, 학계, 행정기관 등이 주관하는 세미나, 포럼, 전시 등도 진행 중이다. 협상위원회는 11월 25일(월) 개최되었고, 인천녹색연합도 11월 27일~28일 이틀에 걸쳐 옵저버로 참여해 협상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부대행사에도 참여했다.

 

11월 25일 협상위원회 개회식 ⓒIISD
11월 25일 협상위원회 개회식 ⓒIISD

 

기본적으로 협상위원회 의장이 작성한 초안(제3차 비문서 Non-paper3)을 바탕으로 협의가 진행된다. 이 초안은 총 31조로 이루어져있다. 제1조 목적, 2조 정의부터 비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검토하기 어려워 다음과 같이 네 개의 컨택그룹(Contact Group)으로 나누어 논의가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 제품과 화학물질 생산, 공급,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와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 ▲재정, 역량강화, 기술 지원, 국제협력, ▲실행 및 준수, 국가 계획과 모니터링, 교육 및 연구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의장에게 발언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IISD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의장에게 발언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IISD

 

11월 27일(수) 오후, 필자는 컨택그룹1 ‘플라스틱 제품과 화학물질 생산, 공급’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관했다. 협상위원회 첫날부터 협소한 장소로 인한 인원제한 문제, 원활하지 않은 인터넷, 행사장 내 카페 일회용컵 제공 등 논란이 있었다. 인천녹색연합이 참여를 시작한 셋째날부터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몇몇 이들은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앉아 있기도 했다. 특히 여전히 행사장 내 카페에서는 일회용컵이 제공되고 있었다.

 

[협상위원회 회의장 모습 ⓒ인천녹색연합]
[협상위원회 회의장 모습 ⓒ인천녹색연합]

 

회의장 중심에 앉은 정부대표단의 발언이 이어졌다. 각 국가의 입장을 상세하게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과 이제 경제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인도 등 신흥국가에서는 환경단체의 입장과 상반되는 입장을 계속 피력하고 있었다. 즉,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축하는 내용은 제외하자는 것이었다.

대부분 석유에서 원료를 추출해 가공하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축한다면 산유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고, 신흥 국가 입장에서도 이미 투자한 설비와 플라스틱 대체제의 높은 비용으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의 문제가 컸다.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축해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망과 달리 플라스틱 협약 범위를 플라스틱 생산 관리가 아닌 폐기물 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녹색연합 등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플라스틱의 전 주기를 다루는 협약을 만들 것',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만들 것', '우려 화학물질을 목록화해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협약을 만들 것', '재활용은 플라스틱 오염 해결의 궁극적 대안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 플라스틱 사용 제품을 대체할 재사용, 리필 시스템 구축이 대체재로 우선 고려되는 협약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 감축을 전제로 하지 않고,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면 플라스틱으로부터 우리는 해방될 수 없다.

당일 저녁 컨택그룹4 회의도 참관했다. 안건 순서를 조율하는 것부터 시작해 안건 내용인 분쟁 조정에 관련한 조항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저녁 8시가 넘어 시작한 회의는 2시간 넘도록 첫번째 안건을 벗어나지 못했다. 둘째날인 목요일(28일) 오전에 참여한 컨택그룹1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2조 정의’에 담긴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품, 플라스틱 폐기물, 미세플라스틱 정의를 논의하는데만 2시간 넘도록 정리되지 않았다.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12월 1일 마지막 회의날까지 과연 전체 협약 내용이 정리될지, 혹여나 낮은 수준의 협약 내용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행사장에는 전시와 Rethinking Plastic Life 포럼, 세미나도 진행되고 있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여성 청소년 ⓒ인천녹색연합]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여성 청소년 ⓒ인천녹색연합

 

첫날 점심엔 “women’s major group lunch” 자리에 참석했다. 여성들이 발언하고 교류하는 자리였다. 한 여성 청소년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발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구 보증금제도에 대한 설명 전시 모습 ⓒ인천녹색연합
어구 보증금제도에 대한 설명 전시 모습 ⓒ인천녹색연합

 

다양한 전시 내용 중 한국에서 올해부터 시행 중인 어구(漁具) 보증금제에 대해 설명해 놓은 전시장도 둘러보았다. 국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54%가 어구로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물론 스크류 감김 등 폐어구로 인한 해상안전 사고도 연간 260건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어구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유실되는지 통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어구를 구입할때 보증금제를 붙여 어구를 관리하자는 취지로 어구보증금제도가 도입되었다.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한 전국 환경, 해양단체들이 연대해 국회에 어구보증금제 등이 포함된 어구관리법 개정을 촉구하고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서를 전달하던 때가 떠올랐다.

 

플라스틱 협약 이후 글로벌 연대의 미래 - 국제연안정화와 시민과학 세미나 모습 ⓒ인천녹색연합
플라스틱 협약 이후 글로벌 연대의 미래 - 국제연안정화와 시민과학 세미나 모습 ⓒ인천녹색연합

 

11월 28일 오후엔 한국 해양환경 단체인 OSEAN이 주관하는 ‘플라스틱 협약 이후 글로벌 연대의 미래 - 국제연안정화와 시민과학’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세미나는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 이행되는데 시민과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활동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뉴질랜드, 미국, 한국, 인도,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NGO, 학계 등이 참여했다.

인천에서도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해안 정화 활동, 시민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기에 관심있는 영역이라 참석하게 되었다. 각국의 시민과학 활동, 정리한 자료와 데이터 수집 도구, 플랫폼 등을 보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었다.

 

11월 23일 부산 플라스틱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11월 23일 부산 플라스틱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이렇듯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나라, 각 지역의 시민들은 기록하고, 목소리를 내고, 조금씩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플라스틱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협상위원회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내용을 도출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나가야 한다.

협상위원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11월 23일, 부산에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 국제사회와 한국정부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협약 내용을 도출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것이다. 협상위원회 회의가 끝나더라도 부산에서, 각 지역에서 외치고 있는 “플라스틱 지금 당장 생산 감축!” ,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체결하라!”, “No More Plastic!” 시민들의 목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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