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여름휴가철이다. 누군가 내게 여름휴가와 연상되는 키워드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추리소설’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연일 유례없는 폭염에 독서가 웬 말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나의 여름휴가 계획에 빠질 수 없는 리스트 중 하나는 추리소설 읽기였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성립은 1841년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街)의 살인사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추리소설의 본질에 관해서는 저마다의 설이 있으나 “주로 범죄에 관한 난해한 비밀이, 논리적으로 서서히 풀려나가는 경로의 흥미를 주안으로 삼는 문학”으로 주로 받아들인다. 즉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재료가 있어 논리적으로 추리함으로써 해결에 도달하는 것이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을 독립된 문학 형식으로 확립하고 연역적 방법을 구사해 사건을 해결하는 근대적 탐정을 처음 등장시킨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모르그 가의 살인>이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셜록 홈즈’라는 인물로 최초의 대중적 인기를 얻은 사람은 아서 코난 도일이었다. 20세기에 수천 편의 탐정 이야기가 탄생되었지만 홈즈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생생히 살아남아, 소설과 영화, 드라마, 만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오마주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아서 코난 도일은 1887년부터 1927년까지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 곧 총 60편의 셜록 홈즈 이야기를 썼다. 국내에도 완역이 되어 나왔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모든 독자를 전율케 한 홈즈는 이후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부터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 <명탐전 코난> 등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전반에서 끊임없는 세례를 주고 재생산되어 현대 탐정소설 주인공의 원형이 되었다.
영국 출신의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영화화되어 소설과 영화로 보는 두 가지 즐거움을 누렸다. 작은 키에 왁스로 고정시킨콧수염의 명탐정 포아르는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무엇보다 그는 열렬한 페미니스트여서 맘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은 김내성이 1939년 《마인(魔人)》을, 그 뒤 《백가면》 《태풍(颱風)》 등을 발표하여 탐정소설가로 인기를 얻었다. 그 후 김성종이《제5열》,《국제 열차 살인사건>>, <<최후의 증인>>으로 그 독보적 명성을 오랫동안 누렸다. 아참,《여명의 눈동자》도 그의 작품이다. 김성종 작가는 오래 전 부산에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추리문학관을 만들어 정착했다.
늦은 여름휴가를 갈 예정이다. 여행 가방에 모처럼 추리소설 한 권쯤 챙겨 넣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