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로비 소문 사실로 드러나
□ 여전히 존재하는 복지부-병원의 검은 커넥션
29일 경찰청 수사발표로 드러난 보건복지부 고위직 공무원과 길병원의 유착 비리는 복지부와 대형 병원 간의 검은 커넥션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병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8장의 병원 법인카드를 받아 5년 가까이 무려 3억5천만원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보통 시민들에게는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간 큰 공무원이 있나 싶을 정도로 기간이 길고 사용 금액도 컸다. 그만큼 유착 고리가 은밀하고도 뿌리깊었다는 얘기다.
이번에 드러난 유착비리로 길병원은 도덕성에 또 한번 큰 흠집이 나게 됐다. 비리의 한쪽 당사자가 그동안 잊을만 하면 터지는 비리사건으로 곤욕을 치러온 길병원이라는 점에서 의료계 안팎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또 길병원이야”라는 반응마저 나온다.
복지부와 대형 병원의 검은 커넥션과 관련, 복지부 고위 공무원들의 대표적인 재취업처로 길병원이 꼽힌다는 점은 더욱 아픈 대목이 될 수있다. 퇴직 공무원이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대형 대학병원이 퇴직한 복지부 고위 공무원들을 영입하는 사례가 많다.
□ 의료사고에 이은 뇌물비리 바라보는 시민들 착잡
대형 대학병원 가운데서도 복지부 고위공무원을 가장 많이 영입하는 곳이 길병원과 분당 차병원이라고 의료계는 꼽고 있다. 이직 공무원들이 복지부를 상대로 한 병원측의 각종 로비에 창구 역할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현재 병원과 대학교 등 길의료재단에는 3명의 복지부 전직 고위공무원이 교수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찰청의 길병원 압수수색 이후 의료계에는 ‘복지부 국장급 공무원이 길병원 법인카드로 수억원을 사용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길병원은 내부적으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최고위층까지 연루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발표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장기간에 걸친 금품로비가 적나라햐게 드러난 데 따른 병원 이미지 훼손은 면할 수없게 됐다.
10여일 전에는 길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50대 여성의 난소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다가 멀쩡한 신장을 떼어낸 사실이 밝혀져 한차레 시민들의 구설을 탔다. 어이없는 의료사고에 연이어 억대 뇌물제공 비리까지 터져 나왔다. 길병원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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