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개인적인 공간을 구축한다. 그것은 눈에 비치는 것들만이 아닌 마음 속 공간일 수도, 나만의 이질적인 언어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타인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지름길이 항상 ‘공적인’ 무언가 뿐이진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는 소설집이 출간됐다.
인천에서 다방면으로 활동중인 문학활동가 이재은이 그간 자신이 발표해왔던 단편소설들을 엮어 소설집 <비 인터뷰>를 출간했다.
소설집에는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 2019년 심훈문학상에 당선된 등단작 ‘비 인터뷰’를 포함해 ‘팔로우’, ‘헤드폰’, ‘가까운 그리고 시끄러운’, ‘인턴’ 등 지난 2015부터 2018년까지 발표된 작가의 단편 소설들 총 9편이 담겼다.
수록된 소설들 속엔 각각 다른 인물과 배경이 담겼다. 그러나 저자 혹은 이야기 속 1인칭 화자가 각 인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일련의 공통점을 보인다.
소설 속에 투영된 저자는 그가 만난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려운 질문을, 어떤 구체적이고 사뭇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아닌 그저 ‘들어주기’다. 대표작 ‘비 인터뷰’선 이를 ‘노트북을 닫다’, ‘질문 목록을 지우다’ 등의로 표현했다.
저자가 그린 각 소설 속 인물들은 어딘가 ‘부재’한 이들이다. 폭력, 외로움, 가난...
저자는 그 인물들이 각자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가진 ‘부재’를, 소설 속에 반영된 현실에 대한 보고를 말하는 듯 하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발문서에서 ‘공식성을 제거하면 인간 이야기의 총체적 발화가 가능하다’ 적었다.
우리는,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딘가 ‘빈 곳’이 있기에 그것은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할 때 ‘빈 곳’ 혹은 멈춤과 유보를 만들기도 한다. 쉽게 말할 수 없기 때문 일수도, 지난한 외로움으로 그것을 표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소설 속 인물들이 말하는 ‘저마다의 언어’이자 ‘타자의 언어’를 논리와 이성을 통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그들에 대한 마음 깊은 공감을 통해 그저 바라보고 들어준다.
이 방식이 정 문학평론가가 말한 ‘인간 현실의 창조적인 탐구와 제시’일 것이다. 때문에 이 저서는 곧 각기 다른 이야기와 그것을 구현한 방식을 통해 인간에 대한 질문, 소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재은 작가(43)는 지난 2015년 첫 단편소설 비 인터뷰가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여, 2019년 비 인터뷰 등 6편으로 심훈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는 인천2호선 만수역 근처에 있는 문화활동공간 마음만만연구소에서 글쓰기, 책만들기, 스토리가 있는 아코디언 명함 만들기 등을 맡아 진행중이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