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생태연구소 박병상 박사의 신간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 출판기념회가 13일(금) 오후 7시 인천아트플랫폼 칠통마당에서 열린다.
이날 ‘인류세와 과학기술’을 주제로 저작 특강에 이어 책 소감 나누기에 전방욱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좌장으로 김명인 인하대 교수, 양진채 소설가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온다. 참석자들과 자유로운 질의 답변시간도 갖는다.
축사에 전방욱 부위원장,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 하석용 인천유네스코협회 대표, 황보윤식 취래원 대표가 나선다.
인문학살롱공동체(대표 박정윤) 등 주최단체 인사말과 생태퀴즈 경품, 브레멘음악대의 축하공연도 이어진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 - 보도자료>
점점 더 예측 불가해지는 지구에서 인류는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힘이 너무 강력해져서 지구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교란할 정도가 되어 급기야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인 ‘인류세’를 초래했다”고 한다. 2001년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루첸이 처음 제안한 ‘인류세’는 아직 공식적인 지질시대는 아니지만, 이미 지구는 문명이 번성할 수 있었던 홀로세의 온화한 조건들을 잃어버렸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사용하며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시작되어 해마다 기상기록을 경신한다. 여러 이상현상과 불가항력적 사태를 일으켜 인류를 괴롭히며 마치 반격을 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구에서, 인류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경작과 가축화로 다른 생물을 억압한 지 1만 년 만에 자신의 생존 기반마저 허물어버”리고 인류세를 맞이한 인간종의 생활문화를 ‘환경운동 하는 생물학자’의 눈으로 꼬장꼬장하게 살펴본다. 인류의 주거 환경은 계절을 잊고 지낼 만큼 쾌적해졌고, 먹거리는 넘쳐나는 음식쓰레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풍성해졌다. 나아가 생명공학의 발달로 ‘영생’을 꿈꾸고, 첨단 과학기술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이며, 우주여행 티켓을 예매해 둘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아침마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해야 하고, 식재료의 방사능 수치도 살펴야 한다. 또 불안한 눈으로 핵발전소의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은 인간 자신은 물론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지구까지 위기로 몰아넣었다. 인간은 현재의 파국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과학기술이 대안을 제시해 파국을 앞둔 인류와 생태계를 돌이킬 수 있을까?
저자는 인류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미 그런 상황이 지났다는 것이다. 다만 인류세의 마지막 혼돈, 대멸종의 도가니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질 대안마저 포기할 수는 없기에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삶을 바꿔보자고, 거대과학이 끊임없이 제공하는 신기루를 거절하고 현실을 극복할 삶을 반성적으로 모색해 보자고 제안한다.
망가진 지구 환경에 대한 생활밀착형 쓴소리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각종 편의가 지구 환경을 망가뜨린다. 여름철 더위를 쫓아주는 에어컨의 찬바람과 겨울철 추위를 잊게 하는 난방으로 인해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 문제를 내 집 전기료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일상에서 좀 더 사려 깊어질 것을 요구한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와 핵발전소가 만들어내는 핵폐기물의 폐해를 고스란히 후손에게 전가할 위험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또 생명공학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온갖 유전자 조작 실험과 그 생산물에 대해서도 새로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자본은 끊임없이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며 개발과 발전을 독려하지만, 마이크로플라스틱과 초미세먼지가 세포막을 통과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생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간이 퍼뜨리는 방사능은 이 세포 저 세포를 투과하며 유전자를 건드린다. 어쩌면 이미 대멸종의 단계로 접어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산업자본과 권력의 이익에 경쟁적으로 복무하는 과학기술은 소비자와 다음 세대에 피해를 전가할 뿐이다.
본문 속으로
요즘 농업은 아기자기하지 않다. 무거운 농기계로 땅을 갈고 수확하는 녹색혁명이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던 농업을 몰아낸 지 이미 오래다. 석유로 가공하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필수인 녹색혁명은 관개(灌漑)에 의존하는 단작이다. 넓은 농토에 한두 품종의 농작물을 심어 대량으로 재배한다. 1960년대 보편화된 녹색혁명은 기대 이상의 소출을 보였지만, 이제 어느 나라나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녹색혁명을 지배하는 농화학 다국적기업과 국제 곡물기업은 큰돈을 벌어들이지만 땅과 생태계는 생기를 잃었다. 농민과 생태계의 건강이 파탄 났는데, 소비자는 무얼 얻었나? 곡물 사료가 변한 고기를 폭식하는 제1세계는 성인병에 허덕이고 제3세계는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_본문 27-28쪽
우리나라는 옥수수 같은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많이 수입하는데, 대부분 사료용이거나 식용유 가공용이다. 하지만 일부는 가공해서 먹을 수 있는데, 유전자 조작 표시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가공 과정에서 유전자가 제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출된 기름만 있으므로 표시 의무가 없다고 한다. 도심 곳곳에 성업 중인 커피 전문점에 비치된 시럽 역시 옥수수로 만들었지만 당 성분만 있으므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들었다고 표시할 의무가 없다. _본문 42쪽
대체 에너지라는 표현은 오해를 부른다. 대체는 대안과 다르다. 우리는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찾기보다 대안적 삶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온실가스를 제한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생각하면 핵에너지는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다시 말해 태양과 풍력을 제시하지만 규모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양과 육지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면 대안일 수 없다. 무엇보다 지역으로 분산돼 마을과 개인이 자급할 수 있는 에너지라면 자격이 있다. 태양과 풍력도 규모가 클수록 답에서 멀어진다. 생태계의 안정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_본문 111쪽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핵발전? 그런 건 없다. 하도 은폐해서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이다. 이제까지 드러난 크고 작은 핵발전소 사고를 살펴본 김익중 박사는 그 건수가 6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의과대학 교수 시절부터 방사능의 위험성에 주목했고 현재 탈핵운동에 투신한 상태다. 후쿠시마 이상의 사고는 아니라 다행이지만 그동안 방사능 누출 사고는 없지 않았다.
설계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는 폐쇄해야 마땅한데, 전문가도 폐쇄 비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므로 폐쇄 비용은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핵발전소 건설비용보다 적을까? 희망 사항이다. 폐쇄하는 기간은 건설 기간보다 짧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확실히 높다.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격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연약지반에 만든 경주 핵폐기장은 위험시설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대대손손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후쿠시마 이상의 방사능을 누출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과 관련된 비용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았다. _본문 163쪽
내는 돈만큼 주어지는 편의는 과학기술에 힘입은 바 크다. 신발 없이 걸을 수 없고 서너 겹의 옷을 걸치지 않고선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인간은 과학기술이 매개한 중앙집중의 가부장적 편의에 길들여졌다. 그런 만큼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중앙의 빅브라더가 베푸는 선의와 과학기술의 의지에 구속되고 만 것이다. 길들여진 몸과 마음은 더욱 까다로운 편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과학기술은 그런 편의를 거듭 충족시키지만, 노력해 터득하려는 의지와 타고난 능력은 그만 무기력해졌다. _본문 249쪽
달에 성조기를 꽂았더라도 하루에 두 번 밀고 당기는 조수는 변하지 않았다. 1969년 이후 달이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도 아니다. 화성이나 금성에 발자국을 남겨도 마찬가지일 게다. 우주여행은 꿈일 때 아름답다. 닐 암스트롱이 발자국을 남긴 뒤, 우리는 달나라에서 계수나무와 토끼를 잃었다. 의문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숨진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빛이라고 가슴 벅차게 말했다. 조상이 그랬듯, 우리는 현재 푸른 지구에서 아이를 낳고 산다. 신기루 같은 허공에서 내려와 위기에 놓인 현실을 보아야 한다. 막대한 비용을 허공에 날리기보다 오염된 지구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후손을 위해 훨씬 절박한 일이 아닐까. _본문 271쪽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 모아이가 비빌 언덕이 아니듯, 석유 펑펑 소비하는 거대과학도 비빌 언덕이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면 중간기술이어야 한다. 컴퓨터는 중간기술이 아니다. _본문 279쪽
차례
들어가는 글
제1장 허상 속의 생명공학
돈을 앞세우는 생명공학의 묵시록
생태적 가치를 위협하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
돌아온 매머드는 행복할까?
유전자가 교정의 대상인가
세상에 나쁜 유전자는 없다
2장 열역학법칙 밖의 에너지
냉장고 문을 연다고 시원해지나
내연기관과 동거하는 미세먼지 대책
내일의 행복을 위협하는 발전發電
수소연료전지발전이 대안이 되려면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주택
발전소와 함께 살아가는 법
전기 생산과 소비는 각 지역에서
3장 절망으로 몰아가는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앞에 선 우리
종말을 앞당기는 핵 잔치
방사능 측정기를 사야 하나
폐기가 유일한 대안이다
에너지 민주주의로 핵발전소를 끄다
4장 전대미문의 거대과학
편의를 강요하는 과학기술
히키코모리를 부추기는 최첨단
가상공간으로 인도하는 과학기술
스마트팜은 스마트하지 않다
우주여행은 꿈일 때 아름답다
거대과학에서 중간기술로
나가는 글
지은이 박병상
도시와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헤매는 고집불통의 서생. 군 생활을 빼고는 태어나 한 번도 인천을 떠나지 않고 ‘환경운동을 하는 생물학자’다. 1976년 인하대학교에 생물학과에 입학해 학부와 석사와 박사 과정을 1988년까지 마치고, 가톨릭대학교 환경사회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으나 졸업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생태적 시각으로 여러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강의했고, 현재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 《동물인문학》 《탐욕의 울타리》 《파우스트의 선택》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우리 동물 이야기》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 《녹색의 상상력》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등을 썼고, 다수의 공동 저서가 있다.
블로그는 http://blog.daum.net/brilsymbio, 이메일은 brilsymbi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