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3일부터 격주로 소개합니다.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나비날다책방' '딸기책방' '우공책방' '책방산책' '책방시점 ' 책방지기 5분입니다.
◇딸기책방 추천 : 《코코코 초록 잎》, 문승연 글·그림, 딸기책방출판사
노랑으로, 하양으로, 빨강으로, 지천으로 꽃이 피었습니다. 햇볕 따스한 이 계절에 집에 머물러야 한다니 엄마도 아가도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곧 초록의 계절이 다가올 텐데 그때만큼은 마음껏 자연을 만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그때까지 봄을 그린 그림책들을 만나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디에선가 날아온 초록 잎 하나, 아기 코에도 붙여보고 엄마 입술에도 대어봅니다. 즐거운 코코코놀이가 시작되네요.
◇우공책방 추천 :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심심
올봄은 다른 해 봄과 많이 다릅니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서 평상심을 찾기 힘들고 더 우울하고 심란합니다. 이럴 때 한없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야생의 위로》는 에마 미첼이 일 년 동안 쓴 자연관찰일기입니다. 동식물과 광물·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면서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작가는 오랫동안 겪은 우울증을 자연에서 위로받았습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동식물을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스스로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힘으로 평정을 되찾고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회복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과연 야생에서 어떠한 위로를 받고 힘을 냈을까요?
◇나비날다책방 추천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김영옥,메이,이지은,전희경(지은이),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기획)봄날의책
나에게 ‘새벽 세 시’는 일에 쫓겨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는 시간이거나, 잠들기 위해 억지로 책을 읽는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통증이 가장 날카롭게 문을 두드리는 시간’이고, ‘극심한 통증에 삶보다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 ‘나이 들어가는 몸을 간신히 버티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이 듦, 질병, 돌봄, 죽음을 중심으로 ‘몸으로 사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아픈 몸을 돌보는 책임이 가정 안에서 대부분 여성 ‘보호자’에게 떠넘겨진 현실을 짚어주는 내용이 맘에 다가온다. “그래도 환자가 제일 힘들지”라고 보호자를 고립시키는 말이 아픈 몸뿐 아니라 돌보는 몸은 숨도 쉴 수 없게 만든다. 엮은이 메이의 바람처럼 이 책이 “자신이 지나온 악몽 같은 시간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으려 애쓰는 이들에게는 ‘약상자’,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아프고 늙을 수 있는 사회라는 이상을 현실로 당겨오는 데 쓰일 ‘공구상자’가 되었으면 한다.” 새벽 세 시의 몸들이 모두 편안하기를 나 또한 바란다.
◇책방산책 추천 : 《슬이는 돌아올 거래(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문학 작가들의 2020 작품집)》, 문학동네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 문학 작가 8인의 동화·동시를 담은 작품집.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구하려는 아이들 곁에 「어떤 소리」, 이름을 잊어버린 아이 곁에 「그 아이가 사는 집」, 우주를 돌아 집으로 돌아온 아이 곁에 「슬이는 돌아올 거래」, 손주를 잃고 눈물 꾹꾹 눌러 참는 할머니 곁에 「복자 할머니」,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이 곁에 「아빠의 냄새」, 바다에서 새 생을 시작한 아이 곁에 「바다아이와 천천거북」, 밤하늘의 별을 보는 이들 곁에 「우린 그래」, 팽목바람길을 걷는 이들 곁에 「팽목바람길」. 별이 된 304명을 이젠 함께 기억하고 손을 내밀고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동안 세월호 관련 책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보지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책방시점 추천 : 《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 아작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췄습니다. 이 말도 참 인간 중심적입니다. 바이러스를 피해 집으로 숨어든 인간과 달리 지구와 생태계는 놀랍도록 빠르게 ‘인간이 파괴하기 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꼭 이 모습이 정세랑 작가의 SF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에 실린 ‘리셋’ 속 세상 같습니다. 소설에선 거대 지렁이의 지구 침공을 피해 땅 밑으로 숨은 인간 덕분에 지구는 다시 활기를 되찾는데요. 어찌 보면 지구에게 인간이 바이러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