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롯데목장 개들의 호소 "물러날 시간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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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롯데목장 개들의 호소 "물러날 시간을 주세요"
  • 서예림 기자
  • 승인 2020.09.18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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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박형우 계양구청장와 대화·면담 요구
뜬장에 갇혀있다가 처음으로 밖으로 나온 '롯데목장'의 개들

“우리는 계양산 ‘롯데목장’의 개입니다. 우리가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18일 오후 인천 계양구청 현관 앞에서 250여마리 개들의 치료와 입양을 부탁하는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의 호소가 터져 나왔다.

롯데목장에서는 지난 20여년동안 불법으로 운영돼 수많은 사육견들이 학대·도살됐다. 현재 있는 개들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개장수들로 부터 목숨은 건졌지만 입양 등 구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데 구에서 철거를 재촉하기 때문이다.

이날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은 학대·도살을 겨우 면한 개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동물권 단체 ‘케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박형우 계양구청장이 시민모임과 대화·면담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계양산 부지 내 개농장 뜬장(땅 위에 떠 있는 우리)에서 고통 받는 개들을 살리려고 불철주야 노력했는데 이제는 계양구에서 철거를 촉구하며 개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계양구청장은 대책 마련은 커녕 면담마저 매몰차게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농장 철거는 당연한 것이고, 개들이 치료받고 안정적인 공간에서 쉬며 입양을 갈 수 있도록 적어도 12월 중순까지 철거 및 고발기한 연장을 바란다”며 “계양구청장과 만나서 협력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랄 뿐인데 책임을 회피하고있다”고 지적했다.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시민모임이 사료와 물을 주기 시작했다. 한마리씩 아픈 개들부터 치료하고 입양을 보내다가 8월부터 결연후원자(대부,대모) 약 60명과 봉사자들이 모여 도움의 손길을 받고 있다.

개 한 마리당 치료하고 입양보내는 데까지 평균 700만원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거주 등의 이유로 대형견을 키우지 못하는 환경들이 많아 거의 해외입양을 보내야하는데, 이동 봉사자 구하기도 코로나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며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계양산 개살리기 시민모임' 유희진 공동대표는 “개농장이 한참 운영될 때는 손을 놓고 있다가 세간의 관심을 받으니 갑자기 고발서와 함께 철회를 급하게 재촉한다”며 “대책 마련은 금전이 아닌 고발 기한 연장이다. 개들이 철거민처럼 최대한 공간을 침해받지 않고 주거권을 보장 받을 수있게 양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대해 계양구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시민모임에서 요구하는 개발제한구역법 상 행정처분의 보류는 불가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환경과 관계자는 “철거를 재촉하는 이유는 신고면적 외 시설면적을 확장하고 변경신고를 하지않아 행정처분이 진행되는것”이라며 “‘사육시설’을 관리하는 부서라 ‘동물보호’에 관한 부분은 검토 불가”라고만 말했다.

뜬장에 갇혀있다 처음으로 땅바닥을 딛은 롯데목장의 개

<롯데목장 개들의 호소문>

안녕하세요. 계양구청장님

우리들은 개입니다. 추운겨울, 계양산에서 태어났어요. 딱딱한 철장 속이 우리 집이래요.

어렸을 때 우리들은 엄마 젖을 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엄마 젖을 물고 매달려야했어요. 엄마는 때로 많이 아파했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우리몸보다 더 큰 바닥 철망사이에 우리 몸이 빠지거나 다리가 잘려져 나가기때문에 우리 모두 엄마 젖을 더 세게 꽉 물고 있어야 했어요. 우리가 태어나 눈을 뜬지 얼마후 몸집이 유난히 작았던 우리 동생이 바닥 아래로 떨어졌고 결국 죽어가는것을 보았어요. 엄마를 찾아 울었지만 우리 엄마는 우리 동생을 꺼내 줄수없었어요. 바닥에는 똥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 속에 빠진 우리 동생은 지쳐 울다가 몸에 똥이 가득 묻은 상태로, 너무 추웠는지 결국 아무소리도 내지않았아요.

어느 날 엄마 젖이 찢어져 버렸어요. 우리가 너무 세게 물어댔기 때문이에요.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지만 배고픈 우리는 피가섞인 엄마 젖을 계속 먹어야했어요. 엄마는 아파하는 얼굴이었지만 가만히 앉아 우리에게 젖을 물려주었어요.

얼마나 그곳에서 살았을까요? 어느날 엄마가 철장 밖으로 끌려나갔어요 목에 큰 밧줄이 씌워진 엄마는 나가지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목이 점점 조여와 결국 끌려 나갔고 눈으로만 보던 그 땅바닥에서 질질 끌려 사라졌어요. 엄마가 어디로 가는지 알수없었지만 그날로 우리 엄마는 우리 철장안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의 냄새도 점점 사라져갔어요.

우리가 먹는 것은 시뻘건 국물이 섞인 것들이에요. 냄새가 독했고 쉰내가 나서 먹기 힘들었지만 그것말고는 먹을것이 없었어요. 엄마가 있을땐 딱딱하고 뾰족한 것들을 꺼내 버려주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덥썩덥썩 주는대로 먹어버렸어요. 그리고 어느 날 우리 형제 하나는 배가 아프다며 죽어갔어요. 그 시뻘건 것을 먹고 나면 우리 모두 목이 타 힘들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요.

우리가 사는 공간은 냄새가 너무 심해요. 우리 똥이 아래로 바로 떨어지는데 그 똥이 점점 차 올라와서 앉아 있는 바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독한 냄새가 코를 찔러 숨 쉬기가 힘들었어요. 

아프고 힘들어서 형제들끼리 자주 싸웠어요. 우리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공간은 더 비좁아지고 조금만 몸이 부딪쳐도 서로 물려고했어요. 싸우다 다쳐 귀가 뜯겨져 나가기도했어요. 앞 철장의 형제들은 더 심하게 싸웠는데 결국 동생 하나를 심하게 물어서 몇날 며칠 동안 피 흘리며 아파하던 그 동생은 결국 숨을 쉬지않았고 더 이상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너무 더운 여름이 왔어요. 냄새는 점점 심해지고 우리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지만 하루종일 철장안에 있는것말고는 우리가 할수있는것이 없었어요. 형제들도 많이 끌려 나갔고 앞 철장의 친구들도 많이 나갔어요. 뜨겁게 달궈진 철장과 지붕, 우리가 사는 공간 안이 너무 뜨거워지고 있었고 숨조차 쉬기 어려웠던 어느 날 이제 우리도 죽나보다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어요. 생전 처음 보는 차가운 것을 우리에게 마구 쏟아 주고 있었고 목이 타 들어가 힘들어 하던 우리는 그것을 먹고 정말 살 것 같았어요.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었다니. 벌컥 벌컥 먹다가 그만 자기 몸을 차가운 그것에 적시고는 좋다며 장난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이제 우리는 매일 그 차가운 것을 먹을수있고 쉰내 나고 썩은 고약한 냄새의 음식물이 아닌 맛있는 먹이를 먹고있어요. 발바닥이 아파서 아직 괴롭지만 맛있는것을 매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신나요. 매일매일 그 사람들이 오는 시간이 기다려져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가 더 이상 이 곳에서 살 수 없대요. 계양구청장님이 이 곳을 없애야 한다고 했대요. 그게 무슨말이죠?

계양구청장님.

오늘 철장속을 나온 우리는 I1, I2, I17, H17, Z11, Z18이라 불리고 있어요. 우리에게 맛있는 것을 준 사람들이 붙여 준 번호래요. 이름은 아직 없대요. 하지만 우리에게 진짜 엄마아빠를 찾아 줄거고 진짜 이름도 줄 거래요. 그리고 다시는 그 딱딱한 철장 속으로 안들어가도 된대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오늘 처음 디뎌 본 바닥이 너무 무서웠지만 이 바닥은 발이 전혀 아프지 않았어요. 이 곳은 냄새도 안나고 너무 신기해요.

그런데요. 그곳에 아직 우리 친구들이 남아있어요. 내 동생들도 있어요. 아주 많이 남아있어요. 우리처럼 나와서 좋은 냄새 맡고 아프지 않은 바닥을 디딜 수 있을까요? 그곳이 없어지면 우리 친구들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갈곳이 있나요? 정말 갈곳이 있나요?   - 롯데목장 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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