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산행의 진수, 수도권에서도 맛볼 수 있어요!
[포토기획] - 천년고찰 보문사의 석모도, 섬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알려져 있다. 삼산면 석모도는 강화도에 딸린 섬으로 몇 해 전만 해도 강화도 서부 외포항에서 10여 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되어 차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강화 석모도에는 해명산, 낙가산
석모도는 천년고찰 보문사가 있어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해명산(309m)에서 낙가산을 지나 상봉산(316m)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완만하여 섬 산행의 진수를 즐길 수 있다.
오랜만에 인천에서 온 친구들과 석모도 산행에 나섰다. 석모대교를 건너 좌회전하여 전득이고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 여기서 해명산까지는 1.8km로 짧아 낙가산을 목표지점으로 보문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거리가 6.2km로 산행 시간만 3시간 30분 남짓 타야 한다. 내 수준으로 딱 알맞은 등산이 될 것 같다.
들머리에 약간의 흔들림이 있는 멋진 구름다리가 상쾌한 산행을 반긴다. 동네 뒷산을 오르듯 천천히 오르니 눈이 시원한 조망처가 나온다. 사방이 확 트인 섬이라서 그런가? 시작부터 "아! 정말 좋다!"를 연발한다. 산에 오르면 늘 느끼는 것인데, 공기가 참 맑다.
"정상은 한참 멀었는데, 경관이 이렇게 좋을 수가!"
강화도 본섬에 있는 진강산 마니산은 물론 고려산 혈구산까지 손에 닿을 듯하다. 드넓게 드러난 갯벌 너머 바다가 출렁이고 이웃 섬 신도, 시도, 장봉도가 보인다.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능선 경사진 곳에 쌓은 작은 돌탑들. 낮고 아담한 조용한 산에 무슨 마음을 담아 쌓았을까?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섬도 보고! 가슴을 열고 소원 하나쯤 빌지 않았을까 싶다.
해명산 정상을 향해 고개를 넘으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낮고 아담한 산이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묘미가 있다. 평일이고 겨울이라 그런지 오늘은 우리 일행이 해명산을 전세 낸 기분이다. 조용한 산길에서 가끔 소리 지르는 까마귀가 친구가 되어준다.
드디어 1시간도 안 되어 해명산 정상! 정상 표지석이 반갑다. 두 팔을 벌려 환호를 질러본다. 해명산은 석모도의 주봉으로 강화도 6대산 중 하나이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는 것 같다.
석모도 너른 평야가 코앞이고, 강화도의 최고봉 마니산이 보인다. 바다 건너 서도면 주문도가 가깝다.
지금부터 낙가산 목표까지는 4.4km. 아직도 두 시간 반 정도 남았다.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다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지나온 능선에 겹쳐진 산들이 참 예쁘다.
호젓한 산길이 이어지다 가끔 암릉 구간이 가로막아 조심스럽게 기어오른다. 암릉에는 기기 묘묘한 바위들이 많아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어떤 것은 동물 모양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바위는 보기에 따라 사람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햄버거 같은 것도 고인돌 같은 바위도 재미있다. 조각품이 아닐진대 자연이 빚은 예술품에 감탄사를 자아낸다.
이렇게 가슴까지 시원할 수가!
중간중간 평평한 바다 쪽 너럭바위가 나타나 시야가 확 트이면 발길을 멈춘다. 잠깐 앉아 쉬면 절로 힐링이 되는 듯싶다. 서해바다의 조망을 맘껏 즐긴다. 자연이 나에게만 내준 것 같은 너른 품이 참 좋다.
둥글둥글하고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고 넘으면서 어느새 발아래 보문사가 보인다.
"와! 그럼 여기가 낙가산인가?"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3대 해양 관음성지로 불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보문사에는 낙가산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좌상과 석실이 유명하다. 특히 커다란 석실 안에 봉안된 불상과 나한상 22구는 한 어부가 그물을 쳤다가 건져 올려 모시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나무 계단을 올라와 어디쯤 정상 표지석이 보일만한데, 낙가산임을 알려주는 표식이 없다. 보문사 일주문에는 '낙가산 보문사'라는 편액이 있는데... 보문사 쪽 이정표로 보고 조금 걷는데, 누가 표시해놓았는지 작은 바위에 '낙가산 285m'이란 글씨가 보인다. 명소답게 정상 표지석 하나 번듯하게 세워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낙가산은 강화도 서쪽 해안에 바짝 붙어 서해바다에 떠 있는 느낌이 들고, 해질 무렵에는 낙조 조망으로 최고일 듯싶다.
4계절 언제 찾아도 멋있고 아름다움이 있는 석모도의 해명산, 낙가산. 섬 산행의 진수를 한 몸에 느낀다.
어느덧 점심을 훌쩍 넘겼다. 보문사 주차장 아래 음식점에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랬다. 꿀맛이다.
처음 석모도를 찾은 우리 일행이 산행을 마무리하는 말을 남긴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원 없이 눈을 즐겁게 하고, 가슴을 시원하게 한 석모도 섬 산행, 최고였어요! 수도권에 이런 멋진 산행 코스가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