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로 뜨겁게 빚어진, 간석역 일대

[인천유람일기] (123) 간석역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2024-03-04     유광식

 

간석역(남광장),

 

어김없이 만나는 3월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로 옷차림에 신경이 쓰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봄맞이보다는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상황으로 주변이 분주해 보인다. 여러 상상이 뉴스로 전해지는데, 의아스러운 것들이 많다. 자꾸 지상의 것들을 지하로 옮기려 하는 것이다. GTX-A의 개통을 앞두고 국철 1호선까지 지하로 묻겠다는 공약도 나오는데, 인기를 얻으려는 의도인지 모르겠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낯 뜨거운 3월이 될 것이다. 생활에서 조금 비켜난 간석역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달라진 분위기에 탑승해 본다. 

 

청실아파트

 

간석역은 동암 굴다리에서 석암고가교 사이에 있는 일반 정차역이다. 간석4동 행정복지센터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걸어 보았다. 간석4동 행정복지센터는 붉은 벽돌 건물로 멋지게 거듭나 있었다. 보기 드물게 붉은 벽돌로 건물을 지었는데, 과거 벽돌공장(벽돌막)이 있던 역사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한다. 1층엔 작은 도서관과 유아방, 개방화장실 등 주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도서관 지킴이 어르신께서 남동구 소재 도서관의 모든 도서를 이곳에서 검색, 주문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면학 공간이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간석4동
간석육교

 

기찻길 옆은 예전보다 정리가 되어 있었고 특히 신축 빌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철길 따라 한 지붕으로 이어진 영세 공장들이 몇 개는 남아 있고, 택시 회사들도 많다. 간석역(북)을 배경으로 마을버스 한 대가 한가로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를 뜨려는 순간 한 어린이가 자전거 수리점 위치를 물었다. 체인이 끊어졌다며 애타게 찾는 것 같아 바로 검색해서 알려주었다. 체인이 끊어지는 일도 드문 일인데 아이는 끊어진 체인을 이어 집에 잘 갔을까 싶다.  

 

철로
사라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끄트머리에 석암고가교다. 이 다리는 석바위에서 부평으로 운전해서 갈 때마다 지나게 되는데, 중간에 한 번 휘어 돌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느낌을 받는다. 교각 아래에서는 인근 어르신들이 운동기구에 열심히 몸을 맡기고 계셨다. 대기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은 날이었다. 다리를 넘는다. 다시 골목길을 조금 걷다 간석역(남)에 도착한다. 북측보단 훨씬 큰 광장이다. 버스와 택시 승강장과 주차 시설, 주변 상가가 많다. 다시 철길 옆으로 바짝 붙어 골목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연와(煉瓦) 마을이다. 벽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석암고가교에서
간석동

 

연와 마을은 초입부터 작은 먹거리촌이 형성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로보다 낮은 위치다. 비가 올 적에는 무척 신경이 쓰일 터이다. 2층 정도의 다세대 주택들이 반듯반듯 구획되어 있는 가운데, 지난 2017년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이 해제된 이후 하나둘 혹은 몇 집을 합쳐 빌라 신축이 진행 중이다. 마침 뚫린 펜스 사이로 공사 현장을 지켜보는 한 아저씨의 뒷모습이 짠해 보이기도 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놀이터 미끄럼틀도 이젠 시간의 조각이 되어 떠다니는 듯하다. 주원초까지 왔다.

 

주택가
신한국아파트

 

주원초 북쪽으로는 국철 1호선이 반원을 그리며 지난다. 또한 남쪽 땅 아래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이 반원을 그리며 지난다. 1936년 개통된 경인로가 지나는 주원고개는 안 그래도 뜨겁다. 예전보다 많아진 교통량과 거주 인구로 인해 숱한 변화상이 있다. 주원고개에는 네 개의 주유소가 있었다. 지금은 한 주유소가 잘나가는 스타 다방이 되었고 세 주유소가 남았다. 잠시 커피를 마시며 옛 생각에 잠겨 보았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과거보다 많아진 모습이 괜스레 생경하게 느껴졌다. 여유가 생겨서인지 일상 속 방황의 여정인지는 몰라도 대기가 그리 좋지 않은데도 돌아다니는 습성의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고민하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주원초등학교,
주안로

 

간석역 일대는 잠잠하지만 조금 억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부스럭거리는 촘촘한 삶의 이유가 많겠다는 생각이다. 집을 알아보다 한 번쯤 기웃거렸던 아파트가 있던 동네, 주유소 옆 정비소에서 덤터기를 당할 뻔했던 경험, 한여름 어떤 형하고 편의점 앞에 앉아 맥주를 마셨던 기억이 공간을 살피며 되살아났다. 간석역에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드물지만, 간석역 주변을 돌고 돌던 그 방황은 여전히 어딜 가지 못하는 모양처럼 자주 하차한다. 한 단 한 단 쌓아 올린 벽돌이 잘 마르도록 따듯한 햇볕이 잘 들면 좋을 것이다. 육교 위에서 바라보는 전동차의 휘어진 자태에 고등어 생각도 나는 날이었다. 저녁은 생선구이다.  

 

웨슬리
간석육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