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보다 진하고 달콤한 ‘꿈의 가치’
[윤세민의 영화산책] (19) 〈웡카〉 -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세상에서 가장 진하고 달콤한 꿈. 그 꿈을 찾아가는 <웡카>(Wonka)는 지난 1월 말에 개봉한 뮤지컬 판타지 영화다. ‘초콜릿 연작’의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주역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초콜릿 천국>(1971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년)에 이어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세 번째 실사 영화이기도 하다.
고난과 위기 속에서 꿈을 실현해 가는 이야기
영화 <웡카>는 이전 작품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라 할 수 있다. 마술사와 초콜릿 메이커로서 자신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이 인생 최대의 꿈인 윌리 웡카의 성공기를 다루고 있다.
젊은 시절의 웡카의 꿈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모자에 몇 푼의 돈뿐이었지만, 웡카는 특별한 마법의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황 속에서 낡은 여인숙에 머물게 된 웡카는 여인숙과 세탁소 주인의 계략에 빠져 눈더미처럼 불어난 숙박비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른다. 게다가 밤마다 초콜릿을 훔쳐가는 작은 도둑 ‘움파룸파’의 등장과 ‘달콤 백화점’을 독점한 초콜릿 카르텔의 강력한 견제까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러나 웡카는 그런 고난과 위기 속에서도 결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선한 영향력으로 만난 누들과 움파룸파 등의 조력을 통해 마침내 초콜릿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움파룸파와 함께 버려진 성을 인수해 세상에서 가장 진하고 달콤한 초콜릿 공장을 건설한다.
영화 <웡카>의 매력과 아쉬운 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초콜릿의 여정답게 영화는 화려한 스타일의 뮤지컬 장르로 전개된다. 실제로 외모부터 연기까지 한창 뜨거운 인기를 구가 중인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주인공 웡카 연기와 감독 폴 킹의 짜임새 있는 연출은 화려한 뮤지컬적 요소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따뜻한 가족 영화의 정서를 듬뿍 살려내고 있다.
여기에 웡카를 고난과 위기로 모는 사기꾼과 또 다른 초콜릿 가게들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기업 전쟁 같은 서사도 있다. 이렇게 선악 구조가 확실하고 등장하는 조력자들이 하나같이 약자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판타지와 동화적인 톤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가족 영화로서 아주 최적화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꿈과 가족을 테마로 해서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근사하게 포장된 뮤지컬 영화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영화 <웡카>는 스타일과 장르적 표출을 통해 눈이 즐거운 뮤지컬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너무 관객층을 어리게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은 유치할 수 있는 장면도 더러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입장이라면 어느 정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야 당연히 젊은 관객들도 좋아할 것이고, 중년층의 로망이기도 했던 배우 휴 그랜트 버전의 움파룸파는 시니컬한 묘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가족 영화로 만들다 보니 뻔히 보이는 서사 구성이 너무 싱겁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에 긴장감이 그리 많지 않고 전체 스토리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점은 지루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화려한 비주얼과 음악들이 초반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런 부분들에 빠르게 익숙해질 즈음 영화의 서사는 심드렁해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원작에 충실히 기반했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환영이 워낙 뚜렷해서인지, 새롭게 창조해야 했던 <웡카>의 프리퀄 이야기가 선악 구조 뚜렷한 동화처럼 심플하게 설계된 점이 성인 관객들에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리라 여겨진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줄거리와 메시지
사실, ‘초콜릿 연작’의 중심 작품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소설로도 영화(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으로도 세계적 호평을 받았었다. 원작은 로알드 달이 쓰고 퀜틴 블레이크가 삽화를 그린 아동 소설이다. 윌리 웡카 소유의 거대하고 유명한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게 된 소년 찰리 버킷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 세계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인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
매일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생산해 세계 각국으로 운반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공장을 드나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비밀의 공간이다. 공장보다 더 신비로운 수수께끼는 초콜릿 공장의 주인인 윌리 웡카라는 인물. 철저히 베일에 감춰진 그가 어떤 사람이고, 왜 초콜릿 만드는 일에 모든 걸 걸고 있는지 모두들 궁금해 할 뿐이다.
어느 날, 윌리 웡카가 5개의 웡카 초콜릿에 감춰진 행운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5명에게 자신의 공장을 공개하고 그 모든 제작과정의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을 한다. 전 세계의 치열한 경쟁 끝에 행운을 잡은 단 5명의 어린이가 초대돼 초콜릿 공장 투어를 시작한다.
사실, 이 모든 건 윌리 웡카가 자신의 초콜릿 공장 후계자를 찾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결국 욕심을 부린 네 명의 아이들은 공장에서 변형된 몸으로 떠나고, 가장 착하고 청렴한 찰리가 후계자로 선발된다. 그러나 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조건을 알게 된 찰리는 가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면서 거절한다.
이후 찰리와 그의 가족은 행복하게 산다. 하지만 웡카는 우울해서 사탕을 예전처럼 만들 수 없었고, 그의 사탕은 잘 팔리지 않아 초콜릿 공장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는 찰리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찰리는 웡카에게 소원해진 그의 아버지와 화해를 하는 걸 돕기로 한다. 웡카는 마침내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다. 웡카는 그 후에 찰리와 그의 가족들이 함께 초콜릿 공장으로 이사해 사는 걸 허락하며 해피 엔딩을 한다
이렇게 초콜릿의 향연 속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가족의 가치를 그리고 있고, <웡카>는 꿈의 가치를 그리고 있다. 사실 가족과 꿈의 가치는, 제대로만 터득한다면 초콜릿보다 진하고 달콤하다.
영화 <웡카>에서 주인공 웡카는 모진 고난과 위기 속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과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강조한다.
“이 세상의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 시작되었단다. 너의 꿈을 꼭 붙들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