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자 화백의 ‘내 마음의 풍경전(展)’ - 푸근한 고향마을을 다녀와서
미추홀구 아트 애비뉴27에서 길어올린 인천 이야기
미추홀구 주안시민공원역 지하도상가 서쪽 끝에 위치한 문화공간, ‘아트 애비뉴27’ 전시실에 임수자 화백의 ‘내 마음의 풍경전(展)’이 열리고 있다.
아트 애비뉴27은 2016년 지하도상가를 리모델링하면서 열었다. 문화공간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니 방금 신축한 공간인 것처럼 산뜻하다.
문을 연지 벌써 8년이나 지났으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필자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서일선 미추홀구 담당직원이 상주하면서 친절하게 모든 상담에 응해주고 있다.
그동안 내 고장, 우리 마을 속에 있는 문화시설이나 공연에 대해 관심도 없이 살아오면서 그저 부족하다고 불평만 해 온 것이 아니었나 반성이 된다.
그런데, 임수자 화백의 그림도 예사롭지 않다. 편안하고 정겨움에 빠져든다. 소소한 정경을 즐겨 그린다는 임수자 화백의 그림 앞에 서니 마치 고향 마을에 돌아온 듯 하다. 바로 우리의 삶이었던 풍경이다.
지금은 우리 국민의 80%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인천도 시골 마을이고 어촌이었다.
거의 모두가 뜰이 있는 단독 주택에서 살았다.
임 화백의 그림에서 필자가 어릴 때 살던 우리집 장독대가 보인다. 그대로 '정겹다'는 울림이 전해진다.
백일홍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소박한 꽃밭도 보인다.
마당에 세워진 빨래 줄 위에 걸려있는 속옷과 수건들, 아직도 널어야 할 빨래 통이 놓여있다.
어느 틈에 모이를 쪼아 먹으려 몇 마리 닭들이 모여든다.
녹음 우거진 여름 한 낮, 마을 앞 공동우물가에서 아버지 등에 바가지로 물을 끼얹으며 등목을 시켜주는 엄마.
“어이쿠, 시원하다”하는 걸걸한 아버지 목소리도 들린다.
아이들도 덩달아 옷을 벗고 물을 끼얹어 보려고 모여든다.
이 또한 그 옛날 흔히 볼 수 있던 풍경 아니었나?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배다리에도, 수문통에도, 개 건너를 잇는 돌로 만든 징검다리 위로도 바닷물이 들어왔다.
인천 어디서나 흔하게 작은 배를 볼 수 있었다.
썰물에 드러난 갯벌에 매어진 조각배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옛 추억에 잠기게 된다.
임수자 화백의 작품을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감흥이 일고 고향 마을에 돌아간 것 같은 푸근한 정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모두 마음에 와닿는 그림들이다.
앞으로도 임수자 화백의 이런 그림들을 계속 찾아다니게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