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용범 인천시 학원연합회장
”제도권 밖 불법 과외, 정부 규제 필요”
이용범 인천시 학원연합회장
취재: 이병기 기자
"가끔씩 학원연합회에 학부모들의 민원이 들어옵니다. 아파트 게시판이나 전봇대에 붙여진 전화번호를 보고 과외 선생님을 구해 돈까지 지불했는데 수업 시간이 돼도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학부모들은 '이 사람을 찾을 수 있나, 교육청에 등록된 사람 아니냐'며 물어오지만 검증이 안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찾기 어렵습니다. 졸업장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경력 몇 년에 어디 출신'이라는 광고 문구만 보고 결정하는 거죠."
인천시 학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이용범(57) 회장은 음성으로 이뤄지는 고액과외는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권 밖에서 불법으로 행해지는 과외 수업은 강사의 자질 역시 검증되지 않아 염려스럽습니다. 또 이들은 세금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학원보다 수 배 이상 고액으로 운영되는 과외수업을 정부에서 규제해야 합니다."
인천지역의 학원비는 평균적으로 28만~33만원 정도. 학생들은 학원에서 주 5일 동안 2~3시간씩 총 5과목을 배운다.
이용범 회장은 "계양구에 사는 한 학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과외를 받는데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 가량 한 과목에 80만원이 든다고 한다"며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을 들으면 160만원으로, 학원보다 수 배 비싸다"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인천의 8학군'으로 불리는 연수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편이다. 이에 연수동 모 지역 오피스텔이 밀집된 곳에서는 음성적으로 고액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 학원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이런 불법 과외를 적발하기 위해 교육청에 단속을 요청하면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단속을 회피한다"며 "교육청 관계자들은 '시민의 직접적인 신고 없이는 단속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이명박 정부의 '학파라치제(학원 불법운영 신고 포상금제)' 도입 이후 학원가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이 회장은 "인천의 학파라치들은 2명이 한 개조를 이뤄 다닌다"며 "학부모를 가장해 학원에 상담하러 온다"며 "수업시간표와 수강료를 물어보고 백원이라도 교육청 기준과 차이가 나면 신고해 포상금을 받아간다"고 말했다.
학파라치제의 대상이 되는 학원들은 대부분이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다. 아동을 상대하는 규모가 작은 학원은 문제가 없지만, 인천시가 청소년들의 심야 학습시간을 초등생 10시, 중·고생을 12시로 제한하면서 학파라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용범 회장은 "인천지역 고등학교 1·2학년 대부분이 밤 10시에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데, 학원을 10시까지만 하라는 것은 학부모들이 음성과외로 넘어가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인천은 반 강제적으로 거의 모든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음에도 전국 16개 시도 학력평가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17일 '인천지역 학력향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한다고 밝혀 실질적인 제도 시행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올해로 4번째 인천시 학원연합회장을 연임한 이용범 회장은 학원연합회가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는 학원 개별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수강료를 면제시켜주거나 장학금을 주고 있어 올해는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며 "시와 연계하는 '아이모아 카드' 사용시 학원비의 10~15%를 할인해주고 있지만 크게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넓힐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공교육을 정말 잘 해 학부모나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학교가 된다면 우리도 사교육 입장에서 찬성입니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에 불법 과외를 찾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공교육을 신뢰하고 학교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