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춘, 설레었던 짜장면의 기억... 박물관 되다

[제물포시대 - 김광성의 개항장 이야기] (13) 짜장면박물관 된 공화춘

2024-07-26     김광성
변화는 기억을 지워버린다. 광속시대에 편승해 남기느냐 부수느냐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한국 근현대사의 유구(遺構)들은 무수히 사라져 갔다. 외형적인 것만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정한(情恨)이 녹아 있는 기억마저 더불어 지워졌다. 사라진다는 것이 아쉬운 것은 시간의 흔적이라는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 개항장을 그려온 김광성 작가가 최고와 최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항장의 근대 풍경과 당대 서민들의 생활상, 손때 묻은 물상들을 붓맛에 실어 재구성한다. 

 

공화춘1950년대(76x47)

 

공화춘(共和春)

‘공화춘의 봄’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짜장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짜장면과의 첫 만남은 얼마나 황홀 했던가

중화반점을 들어서면 물씬 풍겼던 춘장의 향

짜장면을 주문하면 이내 들려오는 주방에서 치는 면발 소리

군침을 삼키며 모든 감각이

짜장면에 집중되었던 설레었던 기억

윤기가 흐르는 짜장면이 나오고

진지하게 면을 비벼 소리도 요란하게 한 입 무는 순간

우울과 권태는 말끔히 사라지고

즐거움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맛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과 소스가 버무려진 절묘한 맛

전분물의 부드러움으로 입에 착 붙어 감치고

간간히 고기가 씹히는 별미

사람을 매혹시키는 요소가 다 들어 있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극강의 맛이다.

 

짜장면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주 강한 자석이 들어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비밀은

뜨거운 고온에서 나오는 특별한 ‘불 맛’이라고

40년 경력의 주방장은 이야기 한다.

검은 면발의 치명적인 유혹

짜장면의 마력은 냄새가 퍼뜨리는 힘에 있는 것이다.

 

작은 돈 큰 만족의 대명사

나이 먹어도 먹고 싶은 짜장면

신이 내린 음식

지상에서 천국을 맛보는 음식이라고 시인은 예찬 한다.

 

한국인의 외식세계를 평정한 서민 음식

짜장면 한 그릇에는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듯 추억의 맛이 샘솟는다.

그것은 단지 음식이 아니었다.

가난했던 시절, 기억 어딘가에 남아

내 인생 순간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존재

짜장면 같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짜장면 하면 떠오르는 공화춘은 인천 개항 이후 중국 산둥 사람 우희광이 설립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중화요리와 연회장을 갖춘 고급 음식점으로 인기를 누렸으나

1970년대 들어 한국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및 재산권 행사에 제재를 가하게 되자

많은 화상들이 눈물을 머금고 폐업을 하거나 외국으로 이주를 하였다.

급격한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1983년 3대째 이어져 오던 공화춘도 결국 문을 닫게 되고

텅빈 가게는 방치하기에 이른다.

2010년 인천시 중구청은 건물과 대지를 매입하고 보수공사를 거쳐

2012년에 짜장면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