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자원이 된 해안사구 - 독특한 생태계, 대청도 옥죽포를 보라
[나무꾼, 해안을 걷다] (7) 방풍림과 해안사구 - ① 옥죽포 해안사구
“몇 년 전 낙타가 생겼어요”
대청도 옥죽포 해안사구는 사막이라 불리는 곳이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렸다. 활동사구였다. 또 모래가 산으로 오른다고 해서 클라이밍(Climbing) 사구라고도 했다. 대청도 주민들은 모래가 쌓이는 북동쪽의 산을 모래산이라고 불렀다. 모래가 산을 넘어 옥죽동에서 선진동까지 날렸다. 대청면사무소 벽면 사진에는 과거 선진동에서 옥죽동으로 모래산을 넘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날림으로 지긋지긋했던 모래가 언제부터인가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옥죽포 해안사구에는 낙타가 나타났다. 대부분 풀밭이었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도 사막의 경관을 위해 풀뽑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2023년) 말 국회에서 사구의 날 제정과 국립사구센터 건립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충남 태안과 전남 신안에서는 일찍부터 해안사구의 생태경관적 가치와 관광자원으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등 해안사구 보전과 복원에 나서고 있다.
해안사구는 해변의 모래가 바람에 의해 육지로 날려 해안선을 따라 나란하게 쌓인 모래언덕을 말한다. 해안사구는 지하수 저장고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곳이다. 사막과 같은 독특한 경관으로 독특한 생태계를 간직한 곳이다. 또한 해안모래 저장소로 자연방파제였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상승으로 인한 해안침식 대응공간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청도 처녀는 모래 서말 먹어야 시집 간다’
2016년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인천에 18개의 크고 작은 해안사구가 있다. 대청도 옥죽포와 모래울 해안사구를 비롯하여 덕적도와 굴업도, 대이작도와 사승봉도, 볼음도와 주문도, 가까운 무의도의 하나개해변에도 해안사구가 있다. 해안사구의 전문가인 가톨릭관동대학교 최광희 교수는 용유도의 마시란 사구 등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소규모 해안사구까지 포함할 경우 20개가 넘는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인천시는 대청도 옥죽포 해안사구의 복원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날림으로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불편하게 했던 모래가 이제는 대청도를 대표하는 특색있는 관광상품이 되었다. 과거 대청도에서는 바람이 불면 모래가 집안으로 들어오고 밥상에까지 올라왔다.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방풍림을 식재했다. 성공했다. 지금은 모래가 날리지 않는다. 필자가 대청도를 처음 찾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농여해변에는 모래날림을 방지하기 위한 목책이 있었다. 대청도에서는 옥죽포의 해안사구 복원뿐 아니라 해안침식을 방지한다고 석축을 세운 모래울해변에서도 해안사구 복원을 위해 석축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옥죽포 해안사구의 방풍림 소나무에는 유난히 솔방울이 많이 달렸어요”
성공적인 방풍림 식재로 모래는 더 이상 날리지 않았다. 그런데 산으로 올라가지 못한 모래는 해안에 쌓이기 시작했다. 포구 안쪽까지 모래가 쌓이면서 배를 대기 위해 더 밖으로 방파제를 쌓고 선착장을 만들어야 했다. 또 어쩐 일인지 농여 앞 풀등은 해안과 붙어버렸고 지금은 대청도를 감싸는 모양의 풀등이 자라고 있다. 상대적으로 모래에 잘 견뎌 해안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심었지만 가지 뻗는 곳까지 모래가 쌓이면서 소나무들은 생존본능을 발동했다. 옥죽포 해안사구에서는 겨울 북서풍이 불면 해변의 모래는 모래산으로 날려 올라간다. 또 여름철 비가 내리면 쓸려 내린다. 그러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방풍림으로 모래가 날리지 않으면서 해변에서 사구로의 모래공급은 중단되었고 여름비에서 쓸려 나가기만 하니 소나무들은 산으로부터 쓸려 내린 모래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종족번식의 본능으로 솔방울이 빼곡하게 달렸다.
경남 남해 물건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방조어부림이 있다. 300년 전 밀물을 막기 위해서 심은 방조림의 그늘에 물고기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남 완도에는 천연기념물인 보길도 예송리 상록수림과 평일도 월송리 해송림이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해안림이 조성되어 있다. 인천에도 덕적도 서포리해변 소나무숲과 대청도 모래울해변 소나수숲은 유전자원보호림이다. 영흥도 십리포해변 소사나무군락지도 생태경관자원의 가치가 크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는 국가지질공원이다. 언제부터인가 옥죽포 해안사구는 대청도를 찾는 사람들이 꼭 찾는 곳이 되었다. 팬션들도 옥죽동부터 들어섰다. 얼마 후면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센터가 옥죽동에 들어선다.
오래전부터 해안에서는 외적의 침입을 막는 것만큼이나 밀물, 바람과의 사투가 있었다. 방조림을, 방풍림을, 또 방사림을 조성한 역사와 이야기가 가볍지 않다. 해안사구는 독특한 생태공간이며 지질학적 기록을 품은 곳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앞으로 해수면 상승에 따른 도전과 응전이 불가피한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