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당돈대, 잠깐 머물다 갑니다
[강화따라 음악따라] (15) 돈대와 나무 - BGM ‘잠깐 머물다 갑니다’(고진현)
이전에 이런 질문을 하나 받았다. 묘비명을 짓는다면 어떤 말을 적고 싶으신가요.
멋진 문장을 지을 새도 없이 ‘잠깐 머물다 갑니다’라는 문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은연중에 모든 순간이 그저 찰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특히 인간의 세월을 훨씬 넘어 오래된 것을 보면 경외심과 인생이 짧다는 생각이 든다.
강화도에는 긴 역사를 가진 문화유산과 자연이 많다. 그중 돈대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숙종 때 강화에는 48개 돈대가 지어졌다. 그 뒤로 14개가 더해져 54개 돈대가 지어졌고, 지금은 40개 정도가 남아있다. 이전 칼럼에서 돈대를 몇 개 소개했지만, 오늘 소개할 ‘용당돈대’는 필자가 강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돈대이다.
강화대교 넘어 남쪽으로 5㎞ 떨어진 곳, 빈터에 차를 세우고 200m가량 낮은 언덕을 오르면 돈대가 보인다.
입구로 들어서면 중간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처음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나무의 강인함과 고독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긴 세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장인(匠人)이 맞이하는 것 같았다.
이 나무는 높이 약 25미터의 갈참나무이다. 낮에는 해를 밤에는 별을 보며 돈대를 지키는 나무로, 용당돈대의 마스코트 ‘별나무’로도 불린다.
돈대 옆으로는 바닷물이 흐르고 있고 건너에는 덕포진과 대명항이 보인다.
나무 옆에는 건물지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다. 돈대 유적에서 자주 보이는 무기고와 병사들의 숙소 용도의 건물로 추정된다고 한다.
토끼풀이 자란 풀밭에 앉아 나무에 기대서 한숨을 돌려본다.
고개를 들어 나무의 시선으로 지는 해를 올려다본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의 노래 ‘잠깐 머물다 갑니다’ 를 추천하려 한다.
‘잠깐 머물다 갑니다
다만 그동안 행복했으면 합니다
반짝 빛나는 당신을
안아 줄 수 있다면
알아줄 수 있다면
당신도 괜찮을까요?
잠깐 머물다 갑니다
다만 그동안 아프지 않길
따뜻한 당신을
안아줄 수만 있다면
우린 다 괜찮을까요?’
2021년도에 용당돈대 별나무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나무를 보면 항상 위로를 받는다. 큰 품으로 안아주고 알아주는 듯한 기분이다.
노래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포용과 사랑이기에
돈대를 지키는 나무의 모습을 꼭 담고 싶었다.
때로는 내 마음 속에도 커다란 나무를 심어 놓고 싶다.
든든한 뿌리로 나를 지키고 싶다.
아, 참고로 여름에는 모기도 무성하다.
강화도의 숨은 명소 용당돈대에서 별나무에게 인사를 건네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