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파열음, 인천시 문화행정의 '일방통행'

[릴레이 기고 - 인천시 문화인프라 어떻게 할 것인가] ① 김창길 (사)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

2024-09-02     김창길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사사로운 일이나 이익보다 공익을 먼저 앞세우는 것을 말한다. 공공의 일을 먼저하고 개인적인 일을 뒤에 한다는 선공후사는 공직자라면 누구라도 새겨야 할 당연한 자세이다. 그러나 인천시정부의 문화행정을 보면 '선공'은 고사하고 '후공'조차 찾아보기 어려워 보인다. 일방적인 인천시의 문화예술정책이 인천시의 문화예술 현장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 뿌리에는 문화예술을 단지 도구로만 활용하려는 생각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문화와 예술이 일상이 되는 인천을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가장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약으로 문화예술 분야 예산 3% 확보 및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충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 기대가 사라지는 데 불과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임기 첫해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오히려 줄었으며 그 다음 해에도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었다. 여기에서 그쳤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22년 11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유럽 출장을 다녀오며 두 가지 사업을 제시한다. 하나는 인천상륙작전을기념식을 노르망디상륙작전 기념식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행사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캉 전쟁 기념관을 다녀와서 그날의 비극적인 참상을 알리고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기록하며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 같은 중요한 내용보다는, 국제적인 축제를 만들겠다는 형식적인 규모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행사를 진행했고 올해는 더 크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둘째는 퐁피두센터 관장을 만나고 나서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에 나섰던 부산시와 경쟁구도를 형성했지만 한화그룹이 퐁피두센터와 2025년 63빌딩에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을 운영하기로 발표한 후 유치전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속해서 협의를 이어나갔고 한화 서울 운영기간이 끝난 후 분관을 유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중요한 문화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식의 전시성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올해 4월 인천시는 2027년 인천에서 F1대회를 유치하겠다는 유치의향서를 F1측에 낸다. 그리고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및 자문예산으로 인천시의회에서 5억5천만원의 예산이 통과된다. F1대회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수천 억원의 예산이 사용되는 사업인데 그 진행 과정이 일방적이고 폐쇄적이다.  

인천지역 안의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업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한 상황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자. 첫째는 인천아트플랫폼 운영과 관련된 문제이다. 인천서점이 있던 자리에 인천맥주가 들어서면서 부각된 문제는 알면 알수록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일 투성이다. 2023년 인천시가 인천아트플랫폼 운영개편안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많은 시민과 예술인들이 인천시의 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인천시는 형식적인 단 한번의 토론회 외에 아무런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인 행정을 진행하였다.

인천시가 아트플랫폼 운영개편안에서 내세운 명분은 시민 중심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편하여 복합문화공간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최초의 결과물이 개항장 뮤직갤러리라는 허울을 둘러쓴 술집이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참담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겨우 한 일이라고는 흉측한 술집 간판을 떼어내는 일밖에 없다. 그리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다른 대책이 없다는 말뿐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시민을 위한 공공의 공간이자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 문화예술공간이어야 한다. 당연히 특정 소수를 위한 치적의 공간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둘째는 인천의 북부문화예술회관 건립 백지화의 문제이다. 북부문화예술회관 건립은 유정복 시장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약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의 결과를 놓고 보면 인천 북부지역의 문화예술 향유 공간 및 기회가 부족한 것에 대한 필요성과 해결의지 보다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더 우선시 한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는 계양, 검단, 영종 세 곳에 중규모의 공연장 건설을 해서 더 많은 문화인프라가 생기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애초에 인천 북부 문화예술회관 건립은 북부지역의 인구 증가에 비해 광역 문화예술회관이 없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미 이 지역에는 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규모 공연장은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인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용역'이 시작되고 1년이나 지난 후에 내린 결론이 건립비 50% 지원 조건으로 기초지자체에 공을 떠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결과는 누가 보아도 인천시의 정치적 판단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인천시의 문화예술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정한 인천시민을 위한 문화행정을 진행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셋째는 인천시가 재단법인 인천아트센터 신설을 포기하고 아트센터인천과 문화예술회관, 트라이보올 운영을 인천문화재단 산하 본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문제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및 신설 축소 기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천시가 남동구 문화예술회관과 연수구 아트센터인천·트라이보울 등 3곳을 통합 운영할 목적으로 재단법인 인천아트센터 설립을 계획할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제기했으나 재단 설립을 추진했고 결국 올해 5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심의 의결되며 답보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사업을 추진할 때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플랜B를 세우기 마련인데 인천시는 이러한 대비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가 문제가 생기자 어떠한 논의 과정도 없이 문화재단 산하본부안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의 예산은 아트센터인천과 문화예술회관의 운영예산을 합한 것보다 훨씬 적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새다. 처음 인천문화재단을 만들 때 몇 년에 걸쳐 민관이 함께 논의하고 고민했던 과정을 우리는 기억한다. 

인천시가 문화예술에서 중요한 문제를 아무런 논의와 교감없이 툭 던지고 안되면 말지 라는 이런 무책임한 행정을 버젓이 진행하는 것은 어떤 큰 문제를 저질러도 누구도 그 책임을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에 있지 않을까?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시작이 잘못 되었으면 그 이후는 아무리 애써도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잘못된 시작이 있으면 이를 인정하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처음에는 시간이 걸려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그 결과가 훨씬 낫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벌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지금이 인천시의 책임감 있는 선공후사의 행정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