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끈풀도 블루카본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나무꾼, 해안을 걷다] (9) 갯끈풀, 생태계교란종과 블루카본 사이에서

2024-09-04     장정구

 

저기 녹색 그물망은 뭔가요?”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2024년 8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강화도 남쪽 동막해수욕장에 제법 사람이 많다. 나무 아래에는 텐트들이 빼곡하고 주차장도 빈틈이 없다. 승차를 위해 정차한 차량 뒤로 여섯 대가 줄을 서있다. 폭염경보임에도 땡볕 아래 갯벌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움직인다. 드넓은 갯벌 뒤로 신,시,모도 그리고 장봉도가 이어진다. 갯벌에 들어갈 복장이 아닌,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은 왼쪽의 돈대로 또 오른쪽 해안으로 따라 산책을 나선다. 동막해수욕장 저만치 앞에 그물망이 보인다. 보통의 해수욕장처럼 밀물 때 물놀이 안전을 위해 경계로 설치한 듯하다.

소나무와 떡갈나무 그늘을 벗어나 해안의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가니 녹색그물망이 또 있다. 가두리형으로 해안을 감싸듯 설치되어 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인가 가까이 가니 그물코가 들쭉날쭉이다. 터진 곳도 있다. 말끔한 말장을 보니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이라기엔 어설프다. 역시 걸린 물고기는 없고 누렇게만 마른 풀줄기와 나뭇가지들만 걸려 있다. 간혹 푸른 빛을 띤 것도 보인다. 그물 안쪽 여기저기에는 갯벌 판 흔적이 역력하다. 앗, 듬성듬성 지채와 천일사초, 갈대 사이로 갯끈풀이 보인다. 갯끈풀 제거작업을 하면서 부스러기들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그물이다. 갯끈풀은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 해류를 따라 이동한 뿌리 일부만으로도 번식·확산될 수 있다.

 

 

“갯끈풀을 순천만 갈대숲처럼 그냥 놔두면 안되나요?”

2017년 8월 필자는 영종도 예단포에서 처음 갯끈풀을 확인했다. SNS에 관련 내용을 올린 것이 기사화되면서 며칠 후 인천시는 어민들과 함께 말끔하게 제거했다. 이후 옹진군 신도와 장봉도에서도 갯끈풀이 확인되었고 바로 제거조치가 이루어졌다. 영종도에서 갯끈풀이 관찰된 이후 해양환경공단은 강화도와 동검도뿐 아니라 중구 영종도와 옹진군 북도면 신,시,모도와 장봉도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갯끈풀은 갯벌에 자라는 벼과식물로 외래종이다. 해양수산부는 ‘유해해양생물’로, 환경부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했다. 2024년 강화갯벌의 갯끈풀을 제거하기 편성된 예산이 7억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낫이나 예초기로 베거나 삽으로 갯끈풀과 갯벌을 뒤집는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는데 외국에서는 갯끈풀 제거를 위해 제초제까지 뿌렸다고 한다. 2017년 여름 청소년 20여명과 동막해수욕장에서 갯끈풀 제거작업을 직접한 적이 있다. 지름 3미터 가량의 갯끈풀군락 하나를 제거하는데 2시간 넘게 걸렸고 모두가 기진맥진했다.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삽질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뽑은 갯끈풀을 십수미터 거리의 해안까지 가져 나오는 것 또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화에서는 포크레인과 바지선까지 동원해서 갯끈풀 퇴치작업을 벌였다. 강화의 갯끈풀은 2018년 약 3만㎡에서 2023년 1만3천㎡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전남 진도, 경기도 안산 대부도, 충남 서천 등에서 갯끈풀이 확인되었다. 인천에서는 지금까지 강화 동막갯벌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동검도, 남쪽으로는 영종도 예단포와 미단시티, 운북IC 앞 갯벌 그리고 신도와 장봉도에서 확인되었다.

“갯끈풀도 탄소흡수원으로 블루카본 아닌가요?”

얼마 전 만난 국제기구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갯끈풀에 주목하고 있다고 귀뜸한다. 특히 서남해안 중심이긴 하지만 한국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후 더욱 그렇단다. 중국으로 비롯하여 갯벌이 있는 여러 나라에서 외래종 갯끈풀에 의한 갯벌 육상화 등으로 사회문제화되었다. 포기(?)한 나라도 있고 제초제까지 뿌린 나라도 있는데 과연 한국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궁금해한다는 거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담당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강화 동막갯벌 등 인천경기만지역만 보더라도 해양환경공단과 환경단체, 지역주민의 노력으로 확산세를 꺾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정말이냐 재차 묻고 다른 나라 사례를 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단다.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지금의 전지구적인 또 전사회적인 이슈다. 온실가스감축과 함께 탄소흡수원이 중요한데 바다의 블루카본에 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블루카본인 맹그로브 숲이다. 아열대나 열대 해안이나 하구의 염습지에 자라는 맹그로브를 탄소중립 흡수원확대를 위해 우리나라 해안에도 심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에서는 갯끈풀도 블루카본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며 갯끈풀의 순기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탄소중립이 최고의 선(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은 기후위기의 상황이기도 하지만 생물다양성위기의 상황이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파리 대발생, 러브버그와 대벌레 등 기후변화 대발생하는 곤충들, 환삼덩굴과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등 외래식물들. 최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러브버그방제 조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더 덥다. 올여름 폭염은 물러가지만 앞으로 폭염은 더 잦을 거고 더 덥고 답답한 소식인 더 자주 들릴거다.

옹진군 북도면 신도 1곳, 강화군 동검도 갯벌 2곳, 선두4리선착장 동주농장 제방 앞 제법 큰 군락 하나 그리고 강화 동막리 앞 갯벌. 2024년 8월말 현재 인천에서 갯끈풀이 확인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