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 행복한 추억, 기초 소묘, 그림일기에 남아있는
[연필 이야기] (1) 들어가는 이야기
연필은 돌잡이에 붓 대신 올라갈만큼 우리의 삶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연필은 많은 이들의 먼 기억 속에 희망처럼, 행복처럼 소중하게 남아있기도 하다. 그 연필의 역사와 종류, 연필 사용하는 방법, 연필을 도와주는 주변 소도구들의 이야기를 펼쳐본다. 매달 조우 작가가 직접 그린 연필그림으로 연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지적 조우 작가 시점’에서 풀어 나간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다. ‘연필’이라는 말을 하기 전 아니 ‘아마마바바바’할 때 몸으로 먼저 알았다. 처음 연필을 인지한 건 갱지에 침을 발라가며 낙서할 때인 거 같다. 종이 질도 안 좋지만, 연필의 질이 더 안 좋아 갱지가 찢어졌다. 그게 첫 연필의 기억이다.
어린 나이에도 매우 화가 났던 기억이다. 그래도 필자에게 연필은 행복한 추억에 추억을 더하며 같이 살아갈 것이다.
울 아빠의 ‘도루코 문구도 새마을 칼’
언제부터가 아빠는 면도칼이 아닌 ‘도루코 문구도 새마을 칼’로 조각하듯 연필을 깎아주셨다. 나는 그런 아빠를 반짝이는 눈으로 위대하게 바라봤다. 아빠에 대한 나의 믿음은 수만 가지도 넘지만, 그중에 최고가 연필 깎기와 도장 파기이다. 그래서 내가 조소 전공을 시작으로 32년 넘게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된 것 같다.
‘도루코 문구도 새마을 칼’과의 만남
얇은 종이옷, 습자지 양쪽을 한번 두번 펴고 가운데 모아 접힌 종이를 세 번 네 번 조심스럽게 펴면 날카로운 면도 칼날이 번쩍이며 얼굴을 내민다. 아빠는 조심스럽게 꺼내 조각하듯 깎아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중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셨던 아빠는 검정 프락스틱 옷을 입은 칼을 양손으로 잡아서 폈다. 우와~ 종이옷이 아닌 접었다 폈다가 자유로운 이름 모를 연필 깎는 칼이 나에게 왔다.
이후부터는 나도 자유롭게 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새마을 칼은 여러모로 많은 데 사용했다. 심지어 교실에서 노트를 쭉 찢어 쓱쓱 대충 닦아 사과를 잘라 친구들과 나눠 먹었던 기억도 났다. 우리는 칼맛이 난다며 웃으며 맛나게 나눠 먹었다.
‘도루코 문구도 새마을 칼’은 1970~1980년대에 학교 다닌 사람이라면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도루코가 2008년 베트남에 현지 법인 DORCO VINA CO.,LTD 설립 이후부터는 ‘도루코 문구도 새마을 칼’도 생산지가 베트남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도 저렴하게 시중에 팔리는 것 같다.
10년 전에 인터넷 화방에서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에 한 상자 사서 화실 수강생들과 지인들에게 나눠 가졌다. 추억을 나눠 가졌다. ‘도루코 문구도 새마을 칼’은 ‘연필’과 함께 여러 추억을 안겨주었다. 아직도 여전히 잘 깎이고 잘 잘린다.
도루코는 일본말이 아니다.
1955년 기업가인 탁시근에 의해 '동양경금속공업'이라는 사업명으로 처음으로 설립되었다. 탁시근은 당시 미군들이 쓰다 버린 면도날을 주워다 문구용 칼을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면도용, 가정용 등 각종 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79년 '도루코(DORCO)'라는 상표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첫 이름이었던 동양경금속의 앞 글자 'DO', 면도기(Razor)의 'R', 회사(Company)의 'CO'를 붙여 만들었다. 도루코라는 브랜드명이 널리 알려지자 1990년에 회사명을 아예 한일공업에서 도루코로 바꿨다. 사실 영문명 DORCO를 보면 알겠지만 도코, 도르코 또는 돌코라고 써야 할 텐데 도루코라고 쓴 것을 두고 2000년대 와서 도루코에 대한 한국 내 주간지 기사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도루코 측도 표기가 잘못된 거 알긴 아는데 이미 도루코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서 이젠 바꿀 수도 없게 되었다고 한다.(나무위키에서)
왜? 연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을까?
‘연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 이유는 작년에 “하루 (조우의 그림일기)”로 첫 그림책을 발행한 이후이다. 오늘도 필자는 그림일기를 그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겠지만,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그린 그림일기를 한곳에 모아 묶으면서 나는 책과 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동시에 올해는 기초소묘 수업을 진행하게 되어 더욱더 연필에 관심이 커졌다.
‘연필’은 사람들과 함께 소묘 연습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재료 중의 하나이다. 필자는 3년 전부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자들에게 연필을 쥐여주면 다들 편하게 끄적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어릴 때부터 아니, 태어날 때부터 연필은 흔하게 보고 이리저리 굴러다녀서 심지어 이제는 하찮아졌다. 그런 연필을 다시 마음 속으로 담아가며 ‘연필’의 역사와 종류부터 연필 사용하는 방법, 연필을 도와주는 주변 소도구들 이야기를 펼치려 한다. 매달 나의 연필그림으로 연필의 여러 가지 소중한 이야기를 ‘전지적 조우 작가 시점’에서 풀어 나가보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