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시민참여예산제도 유명무실화
주민참여예산 총회, 8건 25억원의 내년 에산 반영 요구안 선정 특정단체 개입 논란, 2022년 485억원에서 올해 33억원으로 급감 시민단체 중심으로 재정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 쏟아져
인천시의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시는 2일 열린 ‘2024년 주민참여예산 한마당 총회’를 통해 내년 본에산에 반영을 요구할 8개 사업 25억4,300만원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주민참여예산 총회가 선정한 사업은 ▲도심항공교통(UAM) 복합교통체계 구축 기본계획 수립-10억원 ▲주안역 남광장 경관개선-6억원 ▲인천대공원 교통약자 주차구역 재정비-3억원 ▲비상사태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 홍보물품 제작·배부-2억1,000만원 ▲백령도 두무진항 어업용 크레인 설치-2억원 ▲지진 옥외대피장소 안내표지판 설치 확대-1억2,800만원 ▲인천 전입 청년 이사 지원-1억원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 발굴 교육-500만원이다.
시는 지난 2~4월 2025년도 주민참여예산사업 공모를 통해 317건을 접수했으나 총회에서 단 8건, 25억원만 선정한 것으로 내년 본예산 편성과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주민참여예산은 예산편성·집행·결산 등 예산관련 전 과정에 걸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의무화했고 2015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주민참여예산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이어 2017년에는 ‘국가재정법’에도 국민참여예산제도를 명시했고 2018년에는 예산편성 과정뿐 아니라 집행 평가와 결산까지 주민참여 범위를 확대했다.
인천시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 2012년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전면 개정하고 주민제안 공모, 참여예산위원회 분과위원회와 시 사업부서 및 예산부서 심의, 주민투표를 통한 우선순위 결정, 용역 및 보조금 심의, 예산(안) 편성, 시의회 심의를 거쳐 예산을 확정하고 있다.
주민제안과 투표를 제외하면 다른 예산 편성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2019년 199억원 ▲2020년 297억원 ▲2021년 401억원 ▲2022년 485억원으로 매년 증가했으나 민선 7기 유정복 시장 취임 이후 ▲2023년 196억원 ▲2024년 33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민선 6기 박남춘 시장 시절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주민참여예산에 개입해 사익을 취했다는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면서 예산 편성 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한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명칭만 남은 셈이다.
시가 최근 주민참여예산 특정감사 결과 발표에서 민간단체의 셀프 채용 및 부당 내부거래 등을 확인하고 보조금 환수 및 수사 의뢰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요구액이 25억원 가량에 그치면서 인천에서의 재정민주주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잡으면 될 문제”라며 “인천시의 한해 예산이 14조원을 넘는 규모인데 극히 일부분을 시민이 원하는 곳에 편성하는 것이 그렇게 부당하고 어려운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