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정(情), 옥련동의 가나 식당 '아프리카 키친'
[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22) 옥련동 '아프리카 키친'
8월 하순으로 접어든 어느 날!
이상기후로 인한 것인지, 더위가 가실 만도 하건만 태풍이 온다는데도 습도가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가 나의 몸을 지치게 하는 날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서울에서 오는 친구가 본인 차로 필자를 태우고 약속 장소로 간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40분 후 우리는 또 다른 친구를 태우고 가기로 했던 식당으로 향했다.
'아프리카 키친'! 이곳은 서아프리카 가나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대로변에 있건만, 이 식당은 겉으로 보기에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다. 실눈 뜨고 자세히 보니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연수구 한나루로 87에 있는 크지 않은 식당이었다. 차 타고 오는 내내 “과연 가나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음식은 괜찮을까?” “먹을 수는 있겠지?” 등 나의 머릿속에서는 온통 걱정뿐이었다. 나에게는 생소해도 너무 생소한 나라의 음식점이기에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조금 긴장한 채 식당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한 실내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편안하게 해준다.
흰색의 탁자와 의자는 깨끗한 이미지를 갖게 해주어서 그런지 이곳의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듯했다.
항상 필자는 식당에 가면 그 실내의 냄새를 느끼고는 하는데, 이곳은 아무런 냄새가 없었다. 아니면 무슨 냄새인지 몰랐던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식당과는 달랐던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계신 분들은 손님인 듯했지만 다들 아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아마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동네에서 일하시는 동향(同鄕) 분들을 위한 음식점인 듯했다.
아프리카분들만 있는 곳에 들어가려니 처음에는 낯설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래도 우리 셋은 당당히 자리에 앉았다.
안에는 이미 식사하고 있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전부 가나분들인 듯했다.
이 식당은 식사를 마친 후에도 도란도란 앉아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에서 아프리카 분들의 사랑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아주머니로 보이는 분께서 약간의 어눌한 한국말로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그냥 얼굴로만 봐서는 나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가게에 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학생 정도로 보이는 거로 봐서 젊은 부부인 듯했다.
친구의 말로는 남편분이 한국으로 유학 왔다가 정착한 것이라고 했다.
아주머니의 평온한 안내에 우리는 마음 편히 고민하며 주문을 할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우리는 ‘반쿠’(banku)와 ‘푸푸’(fufu)를 주문했다.
생소한 음식을 주문할 때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일종의 불안감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인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옆 테이블에서 손님이 음식을 손으로 먹는 모습에서 우리도 손으로 먹으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급작스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수저통도 안 보여서 약간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포크와 수저 그리고 젓가락을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내주셔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푸푸가 먼저 나왔는데 닭볶음탕 안에 인절미가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맛이 특이했다. 땅콩을 주재료로 만든 듯한 닭고기 수프는 이게 정말 닭고기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특이했다. 국물의 고소한 맛이 닭고기 특유의 맛을 감추는 듯했다. 닭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필자는 오히려 이 맛이 더 좋았다. 그리고 같이 들어있는 푸푸는 바나나, 카사바, 얌을 삶아 으깨서 만든다고 하는데 매우 부드러운 인절미의 식감이었다.
부드러운 푸푸는 수저로 떼어낸 후 고소한 국물로 적셔서 입안에 넣으니 조금은 싱거운 듯했으나 땅콩의 고소함과 약간의 매운맛으로 인해 별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친구들도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와우! 맛이 괜찮은데? 하면서 계속 먹다 보니 어느덧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주인아주머니께서 백설기 비슷한 빵과 생선요리를 가지고 오셨다.
반쿠(banku)라는 음식이었는데 바나나와 옥수수로 만든 빵은 생긴 모습이 백설기가 연상 돼서 비슷한 맛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한점 뚝 떼어 입으로 쏙 넣었는데 오잉? 이게 무슨? What is up? 머릿속에서 온갖 물음표가 그려졌다.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반쿠 이 음식이 우리의 밥 같은 역할을 한다고는 하는데 도저히 믿겨 지지 않는 맛이었다.
꾸리꾸리한 술빵? 아니면 푹 삭은 백설기? 아무튼, 이상야릇한 맛이었고 식감 또한 이상했다. 다음 날이 돼서도 트림을 하면 반쿠의 향이 올라오는 듯했다.
그래도 앞서 주문했던 음료수인 몰타 고야(malta goya) 덕에 몇 번은 더 맛볼 수 있었다.
무알코올 음료인 몰타 고야는 달달한 조청 음료인 듯한 맛이었다. 달달한 맛이 반쿠의 역한 맛을 가려주는 듯했다.
같이 나온 생선요리는 젓가락으로 살점을 떼어서 먹어 보니 약간의 흙냄새가 나는 거로 봐서 민물고기인 듯했다. 틸라피아라는 이 생선은 찾아보니 농어목에 속하는 고기였는데 생긴 모양이 감성돔과 비슷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역돔이란 이름으로 판매됐었던 생선이었다.
아프리카 동남부가 원산지인 틸라피아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양식된다고 한다. (인도에서 수입한다고 함)
잘 익혀 나온 생선을 함께 나온 소스에 찍어 먹어 보니 흙냄새가 어느 정도 사라지고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쌌다. 특히 마늘 소스와 함께 먹은 생선의 맛은 필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었다. 또 다른 소스인 약간 매운맛의 후추 소스는 강화도에서 먹은 붕어찜을 생각나게 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좋다고 소문난 저수지는 거의 다 다녔었다. 주로 강화도로 낚시를 다녔던 필자는 송해면에 있는 돌기와 집에서 먹었던 붕어찜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원래 붕어찜은 잔가시가 많아서 먹을 때 살을 발라 먹기가 상당히 어려운 생선인데 이 집의 붕어찜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마치 통조림처럼 가시를 그대로 먹을 수 있었다. (압력 솥에서 익히면 그렇게 된다고 했는데 필자는 콩이나 다른 어떤 것을 넣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아무튼 시래기와 함께 먹었던 그 맛은 너무도 강렬해서 지금도 강화도에 가게 되면 항상 생각이 난다.
푸푸와 같이 나온 생선요리는 필자에게는 너무도 훌륭했다.
민물고기를 잘 못 먹는다는 친구도 이 생선요리는 맛있다고 했다.
잠시 후 우리는 식사로 볶음밥과 소고기구이를 주문했는데 메뉴판에는 따로 있었는데 나올 때는 한 접시에 나와서 약간은 당황했다.
더구나 구워져 나온 소고기는 그 색이 너무 까만 색이었다. 굽다가 다 태운 숯덩이의 모습이었다. 일단은 볶음밥을 먼저 먹어 보기로 했다.
볶음밥 자체도 채소가 많은데 옆에 따로 나온 채소의 양도 대단했다. 중국집에서 먹던 볶음밥의 맛과 비슷했으나 조금은 기름기가 덜한 맛과 채소가 풍부해서인지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같이 나온 잘게 다듬어진 채소와 볶음밥을 섞어서 한 수저 떠서 먹으니깐 필자가 알던 볶음밥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깔끔한 맛이 수저를 놓지 못하게 했다.
비쥬얼이 꽝인 소고기구이를 드디어 먹어 보았는데 이게 웬일? 탄 맛은 전혀 없고 부드러운 소고기 맛이 났다.
아마도 구울 때 이 집 특유의 양념을 발라서 구운 듯했다. 그 양념이 익으면서 까맣게 변한 것을 태운 것으로 착각한 듯했다.
같이 나온 구운 바나나는 소스에 찍어 먹어 보니까 필자가 지금까지 먹어 본 바나나와 다른 새로운 맛에 놀라움을 느꼈다.
물론 우리가 늘 먹는 바나나를 구운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처음 접한 구운 바나나의 맛과 모습에서 “바나나가 이렇게도 변할 수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필자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가나이기에 음식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막상 와서 먹어 보니 가나의 음식 문화를 조금은 느끼게 되었다.
T.V에 나온 아프리카의 살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움막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많지 않은 곡물가루를 커다란 냄비에 넣어 쪄서 내놓으면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손으로 냄비 바닥이 보일 때까지 긁어먹는 모습이 떠올랐는데 아마도 이때의 음식이 필자가 먹은 반쿠나 푸푸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처음 맛본 아프리카 음식은 필자에게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프리카 사람은 조금은 무서울 거란 막연한 편견과 아프리카 음식은 먹기 힘든 맛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친구가 화장실 위치를 물어봤을 때 이 집 남자 사장님께서 친절히 직접 같이 나가 안내를 해주는 모습, 음료를 고를 때 냉장고에서 우리가 고른 음료수를 본 손님께서 엄지 척! 하면서 굿! 이라고 말을 건네던 모습에서 필자의 생각이 너무 편협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낯이 부끄러웠다.
친절과 친화력이 우리와 다름이 없음을 실제로 느끼게 되었다. 음식의 맛도 약간의 다름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가나 사람들의 밝은 미소, 친절한 마음 그리고 평범하지만 평범치 않은 음식 등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그동안의 편견과 오해를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
이날의 식사를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아프리카의 정(情) 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