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예술인, 특수학급 찾아 '희망의 불씨'를 살리다

[장애교육 현장에 심은 예술의 씨] (1) 학교로 간 예술인들 – 고진이 / 시각예술인

2024-11-06     고진이
지난 4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부평여고의 특수학급하고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프로젝트를 6개월에 걸쳐 실시했습니다. 여기에 5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했습니다. 인천in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벌어졌던 일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부평여고

 

제법 깊은 푸른 공기에 노란 햇살이 가득한 가을 아침, 어떤 질문지들을 들고 예술인 5명이 인천 부평여고 등굣길을 찾았습니다. 등굣길 학교 담에는 ‘오늘 행복하니?’ 같이 안부를 묻는 40여 개의 그 질문지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예술인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뽑아가라며 뽑기 상자를 건넸습니다. ‘고마워’라는 낯선 노래가 흘러나오는 교문 앞 등굣길 풍경들은 급한 걸음의 학생들보다 어쩌면 길을 오가는 동네 주민들의 시선을 더 사로잡았을지도 모릅니다.

10월 30일, 부평여고 앞 이 모습의 시작은 올해 4월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5명의 예술인과 부평여고 특수학급 교사, 그리고 7명의 특별한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만남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 간의 속 깊은 이야기를 통해 예술과 특수교육, 그리고 ‘우리’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만남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로 사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사회 기관과 예술인 팀을 매칭시켜 6개월간 협업을 진행하는 전국 단위 사업입니다. 부평여고의 특수교사인 나지은 선생님이 인천 장애 교육 현장에 예술의 씨를 심을 방도를 찾으며 ‘예술로 사업’의 문을 두들겼습니다.

특수교사 나지은: “많은 예술인들 사이에서, 인천은 문화 불모지로 불립니다. 그만큼 문화 예술교육 또한 다른 수도권에 비해 발전이 상당히 더딘 편입니다. 그 중에서 변방에 있는 ‘장애예술교육’은 많은 논의의 장에서 더욱 제외되어 온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단기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는 장애예술교육 현장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단계적이며 지속적인 예술인들과 연결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지금은 사라진 인천광역시 특수교육지원센터 [예술, 잇다] 미술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고진이(미술) 작가를 리더 예술인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됨을 운명처럼 느끼며 어떤 협업주제로 6개월간 함께 할 예술인들을 찾을지 고민했습니다”

 

부평여고

 

리더 예술인 고진이: “2023년 특수교육지원센터와 함께하며 교내 특수교육 대상자에 관심이 생겼지만, 예술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술로 사업에서 이 아쉬움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나지은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어 희망에 다시 불씨가 붙었습니다. 올해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분들과 팀을 이뤄야 하며, 어른들끼리 진행할 사업이 아니라 학교 내 특수학급 학생들과도 함께 해야 하니만큼 주제 설정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큰 맥락을 잘 드러내 보이면서도 주제의 폭이 넓어 예술인들이 흥미를 갖고 현장 특성에 맞게 방법을 찾고 연구할 수 있는 종류여야 했습니다.”

“결국, 평소 아이들의 말을 기록하고 계시던 나지은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내셨습니다. ‘순간과 영원’이란 주제로 아이들의 말을 수집하고 그 말이 흩어지지 않도록 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함께 할 예술인들을 찾게 되었고 예술인복지재단 만남의 광장을 통해 4명의 예술인 이성준(사진), 김태진(미술), 김재우(연극/음악), 김영균(음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여예술인 이성준(사진): “만남의 광장 현장에서 만난 리더 예술인과 기관 담당자 사이의 관계에 안정감이 느껴졌고 기관 담당자께서 저의 이야기를(눈을 똑바로 보시면서) 진심 어리게 경청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앞선 협업사업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기관에 대한 호기심과 체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또한, 사진 교육자로서 특수학급 아이들과 새로운 방식의 수업도 기대가 되었기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참여예술인 김태진(미술): “부평여고와의 협업은 거리상의 이점과 교육 활동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월하게 결정했습니다. 특히 담당 선생님이 제시한 주제는 설득력이 있었고, 비록 그 주제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주제를 제안할 수 있는 담당자라면 함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특수학급 학생들과의 만남이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협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참여예술인 김재우(연극/음악): “설명을 듣고 바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부분(접근성 콘텐츠 제작)과 맞닿아 있고 ‘말’을 주제로 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생길 것 같아 설렜습니다.”

참여예술인 김영균(음악): “만남의 광장에서 앞서 아이들에게 수집된 문구를 읽으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바라보고 듣는 세상에서 많은 자기 성찰이 있을거라 생각이 들어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같이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부평여고와 함께할 5명의 예술인이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예술인들과 함께하게 될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도움 1반, 2반에서 총 7명으로 참여예술인들도 학생들도 처음에는 서로가 낯설었습니다. 1학기 동안 예술인들은 학생들 개별의 특성을 알아가고, 학생들은 여러 예술 분야와 친숙해지기 위해 예술인들이 각각의 예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서로를 알아갈 무렵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생들과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예술로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음을 경험해본 학생들에게 예술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작은 사회인 학교에 ‘도움반’(특수학급)으로 속해있는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경계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선명한 선이 학교에 존재하고 있었고 예술로 그 경계를 허물고 싶어 함을 알았습니다. 방학 동안 예술인들은 3차례 회의를 통해 2학기 활동에 대해 치열히 토론하게 되었고 [누구나 ㅇㅇ이 필요해] 프로젝트를 발의하게 됩니다. 그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가 2편에 이어집니다.

(특수학급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통합 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일반 학교에 설치된 학급입니다. 시간제 운영이 일반적입니다. 통합학급(=일반학급)은 특수교육 대상자들이 일반학교 내에서 소속된 학급을 말합니다)

 

부평여고
[누구나ㅇ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