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관리사 여성노동자들의 혼을 담은 '인생드로잉_전'
배다리 골목갤러리 '한점으로부터'에서 1월 12일까지 전시
인천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이 후원하고, '인천여성노동자회'가 주관하는 <2024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의 기록 _ '인생드로잉'> 수업이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29일까지 10회에 걸쳐 부평구 '인천여성노동자회' 1층 '공간 와글밥'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담아 책을 만들고 전시회도 열었다.
인생드로잉 작가들은 가정관리사 여성노동자들인데 지난 2022년 10월에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사진전을 동구 배다리의 골목갤러리 '한점으로부터'에서 열었다.
'한점'은 이번 그림 전시회도 배다리로 유치해 지난 12월 7일 전시를 시작했다. 7일 그림을 걸고, 여는 자리도 마련해 인사를 나눴다. 전시는 2025년 1월 12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다.
'인생드로잉'은 성효숙 작가가 이끔이가 되어 11명의 여성노동자들(권순녀, 김복순, 김순덕, 김영선, 박미선, 박미영, 서순자, 안경희, 이금년, 정옥순, 최경옥)이 인생드로잉 수업과 전시에 참여했다.
지난 여름 유래없는 무더위에 50대~70대에 이르는 중년의 돌봄노동자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공간 와글밥'에 모여 성효숙 작가의 지도로 자신의 삶과 일상을 들여다보며 그림을 배웠다. 처음 물감과 붓을 사용해보는 이들도 있었는데, 처음 배우는 그림을 모아 책까지 만든다니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속에 참여했다.
서로를 돌보며 맛난 먹거리도 챙겨와 나누고, 웃으며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진행된 수업은 웃음꽃 에너지로 가득했다. 휴식시간도 아깝다는 듯 두 시간을 꽉 채워 집중에 집중을 더하는 모습에 작가는 놀라움과 함께 위로 받았다고 말한다.
참여한 노동자들은 키우고 돌본 가족에 대한 사랑, 부모님과 고향 집에 대한 그리움, 자연에 대한 고마움, 동료들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 오랜 노동 활동에서 온 돌봄의 에너지와 여노회를 통해 형성된 노동에 대한 가치와 여성의 권리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사회 활동과 오랜 노동 속에 형성된 끈끈한 연대의 공동체로 열정과 온기 가득한 에너지가 담겨졌다. 참여자들의 우려와 달리 멋지고 창의적인 그림이 그려졌다며 서로의 열정과 노고에 응원을 보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배다리에 함께 들른 작가와 참여자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갤러리에 걸린 그림을 보며 차를 마시며 소감을 나눴다.
무더위에도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중장년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들의 우려와 달리 멋진 그림이 그려지는 걸 보며 참 좋았다고 성효숙 작가가 운을 떼자 함께 한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소감을 전했다.
스케치북에 연필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릴 때 생각처럼 무엇을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연하기도 하고, 그리고 싶은 게 그려지지도 않아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작가의 지도로 방향을 찾고 그려낼 수 있었고, 예쁜 공간에 전시까지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자신의 생에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권순녀, 김복순)
처음 만져보는 붓과 물감, 그림도구들이 낯설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몰입하고 집중하는 순간이 너무 좋았고(김순덕),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림그리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보람되고 감사했으며(김영선),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며 타인의 재능을 부러워만 했는데 ‘인생드로잉’을 통해 그림을 그리며 입문하길 잘한 것 같고(박미선),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진 것 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됐다(박미영)고도 했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어도 그럴싸한 그림에 색다르고 신선한 경험(서순자)이었고, 재능은 없어도 성실한 열정으로 완성해낸 그림을 보며 그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한다.(안경희),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과 행복으로 이어졌고(이금년), 억지로 참여했는데 안했으면 후회할뻔 했다는 정옥순씨는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고, 온 마음을 다해 느낌을 표현했더니 푹 빠져들었다(최옥경)며 참여자들과 강사님의 열정 덕분에 그림을 그려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성실한 노동과 열정적인 노력이 담긴 그림에 박명숙 회장은 언니 노동자들의 삶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이 사회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힘이고 그래서 소중한 의미와 가치 있고 아름다운 생이라며, 2024년 한 해의 모든 날을, 그리고 다가올 내일의 하루 하루에 대한 응원을 담아 격려사를 했다.
케잌을 자르고, 꽃을 건네고, 전시의 시작을 나눈 이들은 총총히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다시 일터로, 일을 마친 분들은 댁으로 돌아갔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전쟁의 반댓말이라고 한다. 일상을 일상답게 하는 것이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그녀들의 ‘인생드로잉’이 지속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