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기, 연필 씹던 기억
[연필 이야기] (4) 연필의 해부학Ⅱ(횡단면)
연필 맛 좀 볼래~
연필을 분질러 본 적이 있으신가요?
연필을 칼로 잘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연필을 조각해 본 적이 있어요.
연필 뒤 꽁지를 물어 먹다가 못생겨져서 가끔 다듬어 주곤 했다. 마음에 안 들게 조각되면 연필을 횡단면으로 자르곤 했다. 애초부터 연필을 안 씹으면 되겠지만, 연필맛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서 안 물어 먹을 수 없었다.
연필의 횡단면
연필은 연필심과 연필 몸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횡단면으로 잘라보면 가운데 핵을 이루는 심이 있고, 심을 보호하고 있는 나무, 그 위에 페인트로 도색 되어있다.
연필을 횡단면으로 잘라 보면 다음과 같다.
아직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할 때 엄지손톱 옆 군살을 입으로 뜯곤 한다. 구강기를 벗어나지 못해 연필이 손에 쥐어진 동시에 연필의 맛을 알게 된 거 같다.
어릴 적 나의 연필 뒤 꽁지에는 이빨 자국이 그득했었다. 연필을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은 자국이 남았다. 연필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나무 냄새가 입안 가득 들어와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생각이 정리 안 되면 연필을 마구마구 씹었고 침샘이 자극되어 연필의 맛이 입안 가득해진다. 연필을 맛나게 먹다 보면 생각은 정리되고, 입가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연필을 감싸고 있는 페인트 파편들이 묻어있었다.
인간은 긴장하거나, 놀라거나, 무섭다거나, 불안하고, 심심하고, 외롭고, 초조할 때 입안에 무언가 넣고 씹으며 스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단계인 구강기는 출생 후부터 18개월까지의 시기를 말하는데, 이 시기는 무엇이든 입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고 배우게 된다고 한다. 입으로 물건을 넣고 씹으면서 색, 모양, 질감, 맛 등 다양한 감각경험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정서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과 관대함, 외부세계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구강기적 욕구를 과도하게 충족시키거나 과소하게 충족시키면 아이는 불안감과 불만족감을 느끼며 의존적이거나 자기중심적, 적대적이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아동기에도 손가락 빨기, 손톱 물어뜯기, 연필 깨물기 등의 습관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의약 뉴스에서-
연필을 입에서 떼는 전지적 조우 작가의 비법
- 스스로 인식하고 입에 연필이 있음을 알고 입에서 연필을 멀리한다.
- 연필 대신 사탕, 초콜릿, 젤리 등 먹어 본다.
- 말랑거리는 무언가를 만지며 조절한다.
- 들숨 날숨으로 명상을 해 본다.
- 꾸물꾸물문화학교에 참가 신청해 커뮤니티 판화 또는 커뮤니티 드로잉 수업을 받으며 공동주제를 가지고 같이 작업하며 이야기 나눈다.
- 조우 화실에서 연필을 깎아가며 연필그림을 그린다.
- 스트레스는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하는지에 따라 줄일 수 있다. 자기 전 오늘 일어난 일 중 좋았던 것을 한두 가지 노트에 적어 본다거나, 실컷 쌍욕을 써서 박박 찢어 쓰레기통에 나쁜 마음을 같이 버리는 방법도 있다.
- 마지막으로 연필이 아닌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씹어 버린다.
2012년 말부터는 그림일기를 그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림일기로 몇 차례 개인전과 “하루-조우의 그림일기” 그림책을 출간해서 성취감을 가졌다. 여러분들도 연필로 쓰는 일기에 도전해 보세요.
조우의 그림일기는 www.youtube.com/@artistjowoo6354 에서 매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