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력 사태와 법치주의의 위기

[기고] 윤대기 / 변호사, 인천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공동대표

2025-01-20     윤대기
사진=연합뉴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법치주의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법원 내부로 난입하며 경찰을 폭행하고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등 전례 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사법부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물리적으로 위협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선 폭동으로 평가된다. 법원행정처가 이를 명확히 폭동이라고 규정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법원 직원들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여 음료수 자판기로 문을 막으며 시위대를 막으려 했지만, 끝내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지하로 피신해야 했다. 특히 시위대가 영장 판사의 방까지 의도적으로 훼손하며 법원의 구조를 사전에 파악한 듯한 행동을 보인 점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성을 드러낸다. 대법원 행정처는 이번 사태로 발생한 재산 피해가 6~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직원들의 상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 행위는 단순히 특정 정치적 사건에 대한 반발로 치부될 수 없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이며, 법원의 독립성과 권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다. 법원은 모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법원이 물리적 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가 얼마나 큰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위대의 충동적 행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방조하거나 조장한 정치 지도자들과 극단 세력의 책임이 강하게 제기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사태 발생 전 시위대를 안심시키는 발언을 했으며, 이는 폭력 사태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의 발언은 시위대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데 있어 심리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발언은 정치적 책임을 넘어 사태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애매모호한 태도 역시 문제다.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하고 강력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국가 지도자로서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위치에서, 최 권한대행의 소극적인 태도는 공권력과 사법부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국민들에게 공권력과 법치주의가 폭력 앞에서 무력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국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가담자와 배후 세력을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특히, 사법부를 겨냥한 폭력 행위는 단호히 단죄되어야 하며, 이를 방조하거나 조장한 이들 역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더불어,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 및 공권력 보호는 물론,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헌정질서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이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이를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