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이 토닥이는 옛 언덕배기, 갈현체육공원에서

[인천유람일기] (145) 계양구 갈현체육공원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2025-02-03     유광식

 

갈현체육공원,

 

코로나 이후 축소된 명절 분위기는 지난 설에도 여전했다. 이러한 모습이 이젠 낯설지도 않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인정과 적응도 빨라지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AI 산업을 대면하기는 아직 낯설다. 인간을 위한 기술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옛 비디오 시절의 영화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건 아닐까 싶다. 점차 정밀해지는 전자칩이 늘어나지만, 발 뻗고 느린 시간을 즐기며 감자칩이라도 먹는 여유를 포기하지 못한다.

한편, 어지러운 소식들은 방석을 파고드는 못처럼 따갑기 마련이다. 항공기 충돌 및 화재, 한글박물관 화재와 일가족 일산화탄소 중독, 어떤 이의 자살, 잘린 당산나무 등은 봄이 오려는지 하는 생각에서 쿵! 다시 덮치는 겨울한파의 느낌이다. 2월 3일은 입춘(立春)이다. 2월에는 조금 날 풀리는, 세상 풀리는 사이다 소식이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책하는

 

가까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계양대교 북서쪽에 자리한 갈현동 일대이다. 갈현동은 서구 검단 아라동과 맞닿아 있다. 이곳에는 오래된 묘지가 많은 편이고 산속에는 똬리를 든 군부대가 몇몇 숨어있다. 갈현동은 위로는 뱀곡산을 아래로는 아람산을 품고 있고, 남쪽에서는 갈현체육공원이 새로운 장소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이던 2020년 여름에 착공된 공원은 이듬해 논밭에 번듯한 야구장을 품은 자연공원으로 까꿍~! 하며 나타났다. 흡사 관람석 같은 비탈면은 과거 공동묘지였으니 이사 간 조상님들은 다들 좋은 곳에서 평안하신지 모르겠다. 죽어서도 상황에 따라 이사 다녀야 하는 처지가 애처롭다.

 

산책하는
산책길에

 

갈현체육공원은 새롭게 단장한 신상 공원으로,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와 반려견의 산책코스로 이용되는 모습이었다. 운동하는 아저씨, 언덕 산책로에 오르는 아주머니, 강아지와 함께 걸어가는 청년 등 주민들이 띄엄띄엄 눈에 띈다. 작은 축구장, 생활체육기구가 있고 중앙에서 야구장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언덕 산책로가 구비되어 동산을 오르내리듯 2~3바퀴 돌면 좋을 것 같았다. 겨울이라 계양산의 골격이 뚜렷하게 보인다. 제법 고도가 높아서인지 바로 아래편 아라뱃길이 훤히 보이고 다남교와 계양대교, 계양역이 가깝게 조망된다. 인천 1호선 계양역부터 검단신도시 3개 역을 잇는 검단연장선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계양역이 좀 더 의젓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공원
공원

 

매우 넓은 부지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옛날 옛적부터 묘지와 마을터로 이용되었는지 무덤터와 토기가마터 및 집터가 있다는 점이다. 인근에 마을이 크게 형성되었거나 길목이었다는 증거로, 사실 지금의 모양새도 다르지 않다. 장기동(황어장터)은 장터가 열리던 큰 마을이었고 인근이 비옥한 농경 지역이었으니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며 이에 따른 무덤도 많았을 터이다. 바로 옆 김포・검단 구역은 하늘과의 중계소 역할(제단)을 하는 곳이 많다. 이와 연관한 산업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갈현동
갈현동

 

비탈면 산책로에서 남으로 계양산(395m)의 뒤태가 장대하다. 소복하게 눈옷 입은 계양산을 바라보니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봄철을 기대하게 된다. 아무래도 금방 찾아올 시간일 터이다. 다남교 아래 드림로 옆에는 요양병원이 하나 있다. 인천제2시립노인전문병원(2009년 10월 개원)이다. 병원이 위태롭고 쓸쓸한 곳에 자리 잡은 느낌인데 인간의 삶이 결국 그러하다는 생각에 숙연함 감출 길 없다. 요즘은 주변으로부터 건강과 연결된 소식을 많이 듣는다. 간혹 ‘사람을 찾습니다!’ 실종경보문자 하나에도 헉! 하는 마음인데, 남 일 같지 않다는 공감에서 오는 반응일 것이다. 한 번 오면 완치가 어렵다는 치매! 나와 먼 단어가 아닌 이유는 내 가족과 이웃, 동료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이 애틋하게 걷고 있어서일 것이다. 

 

드림로
무덤들이

 

언덕 위에 오르니 시원한 남쪽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어서인지 우연한 발견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곳이야말로 전망 맛집이었다. 많은 분들이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비켜나 마음과 건강을 추스르는 일상 속 공간으로 갈현체육공원을 아끼면 좋을 것이다. 인생은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도 한다. 어느 시대보다도 노년의 생활이 중요해졌다. 홈런포(Home Run)까지는 아니더라도 안타 하나에도 너무 기쁜 일이다. 까치가 정신없이 소리치며 참나무와 소나무 사이사이를 오가는 모습에서 겨울과 봄이 애틋한 연애를 하는 듯 짜릿한 상상을 펼쳤다. 올봄에도 계양산의 파릇한 뒤태를 보러 갈현체육공원에 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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