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야산에 흔한 늘 푸른 침엽교목

[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노간주나무

2011-12-05     정충화


12월 초하룻날 아침 출근길에 보니 사무실 뒤편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적보산(충주시 수안보면 소재) 정상에 雪花가 피어 있었다. 전날 종일 내리던 가랑비가 밤부터 진눈깨비로 변하였는데 밤새 눈꽃을 피워놓은 것이다. 가을 지나며 거무죽죽하게 변한 산의 이마에 하룻밤 새 순백의 화관이 씌워져 있었다. 올 겨울 들어 처음 보는 눈이라 반가움이 일었다. 

겨울에 들자 내게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이 코너의 식물 소갯글을 어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제철에 볼 수 있는 식물 위주로 소개를 이어 왔으므로 초본류가 사그라지고 나무들도 잎을 버린 지금 적합한 식물 선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에 볼 수 있는 식물이라야 상록침엽수나 난대식물, 온실에서 기르는 화훼식물이 대부분이다. 그중 난대식물은 남쪽으로나 가야 볼 수 있고, 화훼식물은 탐탁지 않아 젖혀놓고 보니 남는 건 상록침엽수다. 

그러고 보니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해온 식물이 너무 초본류에 편중되었던 듯싶기도 하다. 하여 늘 푸른 침엽수 몇 종을 소개하며 이번 겨울이 속히 지나가기를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회차에는 그 일환으로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노간주나무를 소개하려 한다.         

노간주나무는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려진 상록침엽교목으로 전국 야산의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다. 줄기는 곧게 뻗으며 갈색 껍질이 세로로 갈라져 너덜거리는 모습이다. 바늘 모양의 잎은 3개씩 돌려나며 끝이 대단히 뾰족하고 잎 표면에 흰 홈이 나 있다. 암수딴그루로 꽃은 4~5월경 전년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열매는 구형 또는 타원형으로 두꺼운 육질에 쌓여 있으며 녹색이었다가 10월경 자흑색으로 익는다. 

노간주나무 열매로 술을 담그면 색깔이 곱고 맛도 일품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노간주나무 말린 열매를 두송실(杜松實)이라 부르며 발한, 이뇨, 신경통, 근육통, 류머티즘 등을 다스리는 약재로 쓴다고 한다. 목재는 조각재로 이용하며, 질기면서도 탄력 좋고 매끈한 나무줄기는 농가에서 소의 코뚜레로 널리 이용한다.

낯선 객지인 수안보에 와서 생활하며 벌써 네 번째 계절을 맞았다. 이곳에서 10개월여를 지나는 동안 여러모로 고충이 많았지만, 무난히 견딜 수 있도록 힘이 돼준 건 역시 식물이었다. 특히 도감으로만 보아오던 새로운 식물을 만나는 즐거움이 컸기에 타지에서 겪는 외로움을 적지 아니 덜어낼 수 있었다. 누구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식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존재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 정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