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비전을 갖게 하자

[문화칼럼] 도지성 / 화가

2012-04-05     도지성


얼마 전 일간지에 난 흥미로운 기사(대구MBC, 오마이뉴스 공동조사)에 의하면, 대구의 8학군 격인 수성구에 있는 A초등학교의 절반 가까운 47%가 의사, 교수, 외교관 등 전문직이나 고위공무원이 꿈이라고 대답했다. 반면에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변두리 동네의 B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가장 많았다. A학교의 경우 유엔 사무총장, 로봇공학자, 대기업 경영자(CEO)를 희망한다고 적은 학생이 있는 반면에 B학교에는 그런 꿈을 가진 학생은 한 명도 없고 요리사, 네일아티스트, 동물조련사 등을 장래 희망으로 적은 학생들이 있었다. 계층의 격차가 꿈의 격차도 낳는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나는 매년 학기 초에 미래의 자화상 그리기 수업을 위하여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본다. 미래의 꿈은 무엇인가? 20년 후에 자신의 모습은?  돌아오는 대답은 좀 실망스럽다. 이곳이 낙후된 구도심이어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목표가 작고 소박하다. 그래서 그런지 1, 2년 후에 결정해야 할 대학의 전공 선택에도 무관심한 편이다. 적당히 공부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한 꿈과 열정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진지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부족해서 아쉽다.

현재 기성세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업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열심히 살아왔다. 그 결과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최초로 원조를 주는 나라로 GNP 2만 달러 시대를 일구워 왔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땀과 노력이 있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잘살아보겠다는 목표와 비전이 있었기에 성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꿈과 이상은 자유롭고 크게 꿀 수 있어야 한다.

꿈이 없는 학생들을 관찰해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게임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지만 한창 미래를 준비해야 할 학생들이 게임에만 몰입해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학교나 가정에서는 진로지도나 미래 탐구를 통해서 학생 스스로 자신의 비전을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여가 시간에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로서 학생들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의 자화상 그리기도 그런 과정 중 하나다. 다양한 직업과 꿈이 그림으로 그려지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기회를 갖는다. 연구하는 과학자를 그렸던 아이가 올해 과학기술대학에 입학한 것을 보면, 역시 스스로 구해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모두는 타성적 일상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뭔가 규칙을 정해서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매년 연초에는 운동을 시작하고,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하며 금연을 시작한다. 이와 같이 계획적인 삶은 일상의 의미를 더 가치 있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의 비전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을 집필 하였는데, 그 첫장인 <입지(立志)>에서는 처음 배우는 이가 먼저 뜻을 세워서 스스로 성인이 될 것을 기약하고, 스스로 작게 여겨 물러가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 것을 강조했다.

봄이다. 움츠렸던 겨울에서 벗어나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곧 농부들은 논밭을 일구고 씨를 뿌릴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가꾸어서 가을에 풍성한 수학을 기대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내일의 풍성한 결실을 위해 계획하고 실천할 때이다. 오늘 우리 자식들이 어떤 꿈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비전이 없다면 비전을 하나씩 갖게 하자. 그리고 그것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게 해 보자. 미래의 목표가 있다는 것은 꿈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꿈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