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읽는 사회
[문학의 향기] 정민나 / 시인
얼마 전 장애인복지문화원에서 '장애인 문학 공모전'이 있었다. '꿈'과 '여행', 그리고 '공항'이라는 제재를 갖고 자신들의 삶과 꿈에 대해 자유로운 시상을 펼쳐 나갔다.
이렇게 남다른 감회를 주는 행사는 '청학동 문화나눔 교실'에서도 있었는데, 마을 주민을 위한 시 창작 수업이 끝나고 창작 수강생들의 시 모음집을 점자책으로 엮어 냈다. 공교롭게도 창작 수강생 중에는 노인과 장애인, 이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당연히 삶의 현장에서 부르는 애환과 기쁨과 보람 같은 것이 글의 내용으로 되곤 했다. 그것이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으로까지 발간되는 계기를 이룬 것인지도 모른다.
이 분들의 창작 결과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축제 때 실사 현수막으로 제작하여 마을 곳곳에서 주민들이 함께 감상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또 점자 배너로 만들어져 인천의 장애인복지관 등으로 순회하며 여러 장애인과 공유하기도 하였다.
이런 행사는 굳이 장애자의 날이 들어 있는 4월에만 반짝 하지 않고, 언제라도 이러한 문화를 꾸준히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여러 층의 노력과 여러 사람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위와 같은 모형을 축소한 아래 시는 도서관 평생학습실에서 필자에게 보여준 한 어린이 것이다.
우리 가족
한지수
엄마는 독서 치료 강의
듣느라고 바쁘시고
할머니는 정육점 뒤
공장에서 포장 일을 하신다
내 동생은
잘하는 게 별로 없지만
음식의 간을 잘 본다
할머니 김치 할 때마다
먼저 집어서 맛을 본다
동생이 맛이 괜찮다고 그러면
할머니가 그대로 김치를 담그신다
장애인 문학 공모전 시상식에 참석한 지체 장애자, 맹인, 청각장애우 등 장애자들도 음식의 간 하나 잘 보아 한 집안을 밝게 한 이 시 속 어린이와 같았다. 참다랑어와 싸우는 친구와 휠체어 속 자신을 대비하여 자유로운 세계로의 갈망을 그리거나 시각 장애인인 딸과 신체장애자인 엄마와의 연대를 '찬밥', '신경통', '회오리길'과 같은 일상어를 통해 그 정서와 느낌을 살려 나가기도 했다.
나뭇가지와 철사로 집을 짓는 까치부부를 바라보며 불우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들의 존재가 반짝 기뻤던 때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면 위에 펼쳐 놓았다. 결핍을 가진 자신의 내면과 아픈 현실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 드러내 놓았다. 그러니까 이 행사는 참가자들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 화가 나고 안타까운 마음을 떨어버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여러 사람과 가깝게 교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몸에서 생성할 수 있는 의욕이 그토록 싱싱하고 활달한 것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혼자 품고 있었던 그들의 꿈과 현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이끌어낸 복지관, 문화학교, 항공사, 신문사, 은행 등 관계자들의 도움에 감사했다.
장애를 가졌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은 한 번 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떠올려 볼 때가 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마음 속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애인 문학 공모전'은 그래서 힘이 생겨나고 이상한 울림을 주는 상상력의 귀향지로 된다.
우리는 종종 작은 못 하나가 부실하여 커다란 우주선이 폭발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게 된다. 사후약방문! 사람도 사회도 애초부터 장애를 갖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막힘 없이,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사회가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4회째를 맞아 열악한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려고 애를 쓴 '중구 장애인 문학 공모전'이나 단기성이지만 시 창작 교실을 개설하였던 '청학동 문화나눔 교실'은 개인의 표현 욕구를 창의적으로 발현할 수 있게 한 열린 공간이었다. 닫혀 있던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 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