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영상 1천여시간 담아낸 의지의 한국인

ICCA 조찬강연회, 박수용 네이처21 대표 강연

2013-05-16     박은혜
 
인천상공회의소CEO아카데미가 주최하는 ICCA 제113차 조찬강연회가 16일 오전 7시 송도라마다호텔에서 열렸다. 박수용 네이처21 대표는 <자연에서 배우는 CEO 경영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대표는 전 교육방송 EBS PD 였다. 그는 17년 전 시베리아 호랑이에 대한 영상이 전 세계에 단 3분, 그것도 포획되어 그물에 걸린 장면을 헬리콥터로 BBC가 찍은 영상이 전부인 것을 보며 ‘내가 한 번 찍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만주, 북한, 남한 지역을 걸쳐 총 400여 마리 뿐이라 개체수가 매우 적고, 돌아가다니는 영역이 넓으며, 활동량이 많아 영상을 찍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세계적으로 자본력과 조직력, 장비와 기술이 풍부한 BBC도 못 찍는데, ‘니가 어떻게 찍느냐’는 의구심을 받았다. 단순히 세계 기록을 깨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는 호랑이가 무척 좋았다. 너무 좋아서 꼭 영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이에 박 대표는 “그들은 기술이 풍부하기 때문에 불모지에서 만들어내려는 정신력이 부족하다. 나는 호랑이가 나타날 지역에 땅굴을 파고 기다린다. 겨울을 기준으로 6개월씩 총 3년 해보고 그래도 안나오면 포기한다.” 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그는 시베리아 호랑이 중 ‘블러드메리’라고 불리는 호랑이를 목표했다. 블러드메리는 성격이 집요하고 조심스러워 사냥을 할 때, 3분이면 죽을 사냥감을 10분 이상 꽉 물어 확인 사살을 한다. 이에 동맥을 건드려 사냥감 주변에 피가 낭자하여 블러드메리라 불린다. 워낙 신중한 호랑이기 때문에 다른 시베리아 호랑이들보다도 눈에 띄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를 목표로 잡았다.
 
미리 땅굴을 파고 기다렸다. 밖은 영하 30~40도였고, 안은 영하 7도쯤 됐다. 음식은 주먹밥을 얼려 준비하고, 김과 함께 식사를 했다. 냄새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불도 함부로 피울 수 없었다. 부탄가스를 잘 때마다 꼬옥 껴안고 잤다. 안 그러면 언 부탄가스로 불이 켜지지 않기 때문에 밥을 먹을 수가 없다. 후배로부터 3개월마다 한 번씩 비상식량이 배달왔다.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말도 걸 수 없다. 씻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한 박수용 대표를 본 후배와 아무말 없이 떠나는 후배를 보는 박수용 대표는 뒤따라 가고 싶은 마음을 굳게 잡아야했다. 다시 3개월을 혼자 지내야했다. 외로웠다.
 
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처음 몇 일은 '오늘 안 왔으니 내일 올거야'는 확신이 있다. 그렇게 1달이 지나고 2달이 지나면 ‘오겠지?’라는 마음이 ‘정말 올까?’라는 약한 마음으로 바뀐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영상을 못 찍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박 대표는 ‘오늘도 안 왔으니, 앞으로 올 확률이 더 높아졌다’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늘 많으면 소중한 걸 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먹을 것, 읽을 것, 사람과의 관계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혼자 몇 개월동안 영상을 찍으며 정말 보기 싫었던 사람도 지금 함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산다는 것과 기업을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사는 것과 동물이 사는 것은 비슷하다. 특히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 빈궁에 빠진 것을 돌보아주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어야 한다. 늘 부족하여 욕심을 부리게 되지만, 충분히 내면을 튼튼하게 하고 한 발 내딛어 내 주변과 함께 가야 한다.
 
박 대표는 영상을 찍으며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다. 하지만 그럴수록 호랑이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사람들에게 포위되어 있으면서도 절대 난동을 부리지 않고 침착하면서 주변을 살피는 진중함에 빠졌다. 호랑이를 2년간 쫒아다니다가 우연히 길목에서 만났을 때 호랑이는 이렇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그러면 널 해치지 않아.” 몸으로는 박 대표 옆을 유유히 걸어가며, 눈은 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눈으로 경고했다. “나는 지금 가지만, 경거망동하지 마라.” 머리를 돌려 가던 길을 천천히 갔다. 호랑이에게는 이 숲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자연과 경영, 그리고 인간의 삶을 적절히 대비시킨 박수영 대표의 강연은 1시간 40분을 넘어갔지만, 강연을 듣는 150 여명의 기업체 대표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는 저서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에 자세히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