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길고양이는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다"

캣맘, <낮고양이 밤고양이> 저자 정미애씨를 만나다

2013-05-28     김영숙 기자
 
 
 
저녁 무렵이 되면 고양이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띄기 시작한다. 흔히 말하는 ‘길고양이’. 길고양이들이 슬금슬금 아파트 단지나 빌라, 주택단지를 배회하면서 먹을거리를 찾아 헤맨다. 이런 모습은 개나 고양이를 비롯해 동물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한테는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혹시나 번식을 너무 많이 해서 고양이 개체수가 많아질까 걱정한다. 이러한 걱정을 덜기 위한 대안으로 TNR이 있다. 야생고양이를 포획(Trap)해서, 불임수술(Neuter)을 시키고, 있던 자리에 놓아주는 것(Return)을 말한다. 절차를 말하는 이 단어는 세계공용어다. 사람과 길고양이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인천시에서는 TNR을 실시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다. 참고로, 서울은 TNR을 시행한 지 5년이 됐다. ‘정마온니’라는 별명으로 네이버 파워블로거 활동을 하고 있는 정미애씨를 만나 TNR에 대한 이야기와 문제점, 10년째 캣맘(Cat Care Mom)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엿보았다. <낮고양이 밤고양이>라는 책을  올해 1월에 낸 정미애씨는 웃음소리가 시원하고 '길'이 집인 고양이들의 '마음 착한' 언니다. '대한민국 캣맘들의 코믹 리얼 현장보고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정씨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캣맘 생활을 하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적혀 있다. 정씨는 인천토박이로 인천의 첫 번째 동물보호명예감시관이기도 하면서 나무군, 아저씨, 소심이, 공주, 태비 등 수많은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이다.  그는 자신의 캣맘 활동을 거리낌없이 밝히며 많은 사람이 고양이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선입견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정미애씨는 “TNR을 안 하려고 했는데 나를 늘 도와주는 앞집 할머니가 50대 아저씨와 싸우는 걸 보고 하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가 다쳐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수술을 한 고양이들은 수술부위가 불편하니까 자꾸 핥게 되어 상태가 나빠진다. 서울은 남아(수컷)인 경우 하루, 여아(암컷)인 경우 수술하고서 사흘 있다가 방사한다. 특히 여아는 수술하고 나서 요양이 필요하다. 자궁을 들어내는 큰 수술이라 몸과 마음이 수척할 대로 수척해진다. 게다가 고양이들은 자기 몸이 불편하거나 이물질이 있으면 핥는다. 어떤 경우는 창자까지 나와도 핥다 죽는다. 무엇보다 방사된 다음이 중요한데, 이때 건강상태가 안 좋아 균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미애씨가 살고 있는 남동구에서는 TNR을 시행한 지 한 달 반 정도 되었다.
 
그는 또 “남동구에서는 남아 이틀, 여아 나흘 후에 방사하기로 했다. 남동구 농수산개발과 담당자인 김도현씨는 ‘말이 통하는’ 공무원이다. 길고양이와 개에 대해 관심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들이 먹을거리가 바닥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하루 7kg 정도 먹는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길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밥 주지 말라’고 큰소리를 내도 다 참을 수 있다. 애들 먹거리 떨어지는 게 가장 무섭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마온니’는 하루에 두 끼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 그래서 출근하기 전과 퇴근하고 나서는 한 시간가량 동네를 돌아다니며 길고양이들을 만나 밥을 주면서 눈을 마주친다. 어쩌다 회사에서 회식이라고 하는 날이면 마음이 영 불안하고 조급하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길고양이들 생각들 때문이다. 그는 틈만 나면 가던 여행도 접었다. 벌써 10년째다. 애들 밥을 챙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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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애씨는 사람들처럼 고양이들한테도 먹을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애들한테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다행히 나는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어렵지 않게 먹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애들한테 먹을 거리가 떨어질까봐 걱정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능력 안 되면 사료에 꽁치통조림 비벼주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밝혔다. 원래 붙임성이 없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고양이엄마'가 되고부터는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무척 잘 하게 됐다. 동네 사람들과 친해져야 고양이들한테 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아서다. 고양이한테 밥을 주는 사람이 친절하고 예의도 바르게 살아야 고양이들한테 밥을 주면서 욕을 먹지 않을 것 같아서다. 어떤 때는 과자나 빵을 노인분들한테 '뇌물'로 주기도 한다.
 
정씨가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만나는지 따라가보기로 했다. 간석동 올리브백화점 앞 큰길은 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인 데 반해, 백화점 뒷길로 접어들자 원룸과 빌라가 아주 많고 조용하다. 정씨의 발걸음은 빌라와 원룸 골목을 누비는 발걸음이 잽싸다. 벽에 붙어있는 광고지를 뜯어 두 번 접어 길고양이 밥그릇으로 사용하거나, 준비해온 종이그릇을 쓰면서 한결 가벼워졌다. 가방에서 사료와 캔을 꺼내 쓱쓱 비빈다. 신기하게도 정씨 옆으로 고양이들이 다가온다.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고, 맞은편에서도 한 마리 나타났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주대감 고양이들인 것이다. “태비야, 태비야!” “소심아, 소심아!” 정씨 목소리가 다정하다. 길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이 같이 온 것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기자가 좀 더 멀리 떨어지자 정씨 옆에서 밥을 먹기 시작한다. 녀석들은 하나같이 눈이 똘망똘망하다. 정씨가 반갑게 맞이하는 녀석이 있다. “어, 아저씨? 아저씨가 왔네. 비싸게 굴더니 웬일이야? 그래, 그래 많이 먹어.” 정씨는 마치 학교갔다 돌아온 아이들을 대하듯 길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를 대하면서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밥을 챙겨준다. "냐오옹~" 길고양이들은 아주 작은 입을 오물거린다.
 
정씨는 밥먹는 길고양이들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고양이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도 상관하지 않고 무심하게(?) 밥을 먹는다. “이렇게 맨날 같은 시간에 같은 애들을 만나는 게 기적 같다. 평균 4~5살 됐다. 잘 먹고 잘 커줘서 고맙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예쁘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끔 '웬수' 같기도 하다. 날마다밥을 챙겨줘야 하니까.(웃음) 참, 우리 애들은 카메라에 익숙하다.(웃음)” 정씨는 길고양이들을 대하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날마다 밥을 주는 게 큰 일이겠다고 물으면서 꼭 못 주게 될 때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꼬박꼬박 챙겨준다. 얘네들 끼니를 챙겨줘야 하니까 여행을 못 간 지 꽤 됐다. 예전에는 해외여행도 곧잘 갔는데, 지금은 생각도 하지 못한다.”
 
남동구에서 시행한 지 한 달 반가량 됐다는 TNR에 대해 정씨는 “남동구에서는 TNR을 시행하면서 처음으로 캣맘이 끼었다. 남동구에서는 TNR이 실패하지 않는 이유는 무자비하게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동구에서는 남아 이틀, 여아 나흘로 날짜를 늘린 상태다. 길고양이들에게는 수술하고 치료하는 하루 이틀은 상당한 기간이다. 길고양이들도 생명이 있는데 몸에 칼을 대면 얼마나 힘들겠나. 길고양이에 따라 성향이 다르지만 얘네들은 애교도 많고 예쁘다.‘전설의 고향’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다 망쳐놓은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 요즘들어서는 텔레비전 방송프로그램 <동물농장>을 보면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TNR은 사람과 길고양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국민 세금으로 하는 TNR이 왜 중요한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세금은 한푼이라도 헛되게 쓰면 안 된다. 약한 동물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자리잡히면 좋겠다. TNR은 수술 후 사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방사한 길고양이가 다시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이때 길고양이가 겁을 먹고 돌아오지 않으면 실패한 거다.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거나 애기 울음 소리 같은 소리를 내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민원을 제기한다. 이때 잡혀온 고양이들은 열흘 안에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데, TNR을 하게 되면 적어도 생명은 건질 수 있다. 수술하고 나서도 표식장치로 귀를 커팅한다. 이때도 규정대로 잘 자르면 좋겠다. 어떤 애는 너무 많이 잘라서 여간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동물단체 등에서 TNR을 너무 권하는 것도 문제다. 단체를 끼고 하면 정한 룰로 교과서적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는 많이 다르다. 남동구만큼 서류상 탄탄한 데도 없을 것이다. 담당자 김도현 씨와 TNR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뭐든 제대로 알아야 의자에 앉아서도 제대로 된 길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동구에 있는 수의사분들도 길고양이에 대해 따뜻한 마음으로 책임감있게 일해주는 분들이다"고 전했다. 
 
또 정씨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정씨가 이렇게 캣맘활동을 할 수 있게 든든하게 힘을 보태는 사람들, 정씨와 길고양이들에게 든든한 사람들, 바로 후원자들이다. 언제나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있어서 정씨는 힘들거나 지칠 때 힘을 낼 수 있다. “적어도 놀고 있는 사람이 동물을 키워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야 월급이 있으니까 후원회 관리가 깨끗하다. 하지만 ‘공돈’이 들어오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봤다. 나는 ‘송도 할아버지’를 보고 캣맘 생활에 빠져들게 되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약한 동물을 돌보는 할아버지한테 많이 배웠다. 가끔 몸이 힘들 때 일요일은 무조건 쉬고 싶을 때가 많다. 산책 삼아, 운동 삼아 해야지 귀찮게 생각하면 힘들게 된다. 하지만 애들이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가볍게 움직이게 되더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든든하다.”
 
그는 또 성공적인 TNR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별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사는 원래 낮에 하는 게 원칙이다. ‘방사’하는 것까지 봐야 하니까 퇴근 후라야 시간이 돼서 나는 퇴근 후에 놓아주는 것을 봤다. 내 사정에 맞게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 무엇보다 TNR을 잘 하려면 수의사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주인이 없는 애들이니까 특히 병원에서 신경 써주어야 한다. 지금 시행하는 TNR은 너무 빠르게 방사한다. 가장 이상적인 TNR은 수컷 나흘, 암컷 열흘 정도여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담벼락집에 사는 ‘공주’는 상처가 아물지 않아 두 달 동안 병원에 있었다. ‘공주’는 화나면 침도 뱉고 난리를 치는 녀석이다. ‘나무’군은 수술한 다음 귀 커팅이 잘못 돼 고생하고 있다. ‘수의사책’에도 커팅은 0.9~1㎝로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귀에도 신경이 있어서 다치면 안 된다. 정말 중요한 건 TNR에 대한 수의사들의 생각이다. 금방 방사하는 건 ‘애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길고양이는 지구상에서 같이 사는 생물이다. 길을 가다가 캣맘이 고양이 밥을 주는 광경을 본다면 아는 척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러나보다 하고 넘어가면 일하는 데 쉬울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조기교육’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생명존중, 생명사랑에 대한 교육은 저절로 된다. 동물학대가 나중에 사람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교육시켜야 한다.”
 
그가 자주 말하는 6000번에 대해 물었다. “방치된 봉고차가 있었다. 어느 날 차가 없어지자 사람도 애들도 당황했다. 애들이 맘놓고 '대먹던 식당'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몇 시간 만에 ‘차 사자’고 블로그에 올렸더니 순식간에 후원하는 사람들이 몰려 차를 샀다. 그 차 번호가 6000번이다. 운행을 하지 않아 방전된 상태다. 가끔 운행을 해야 하는데 낮에 집에 없다보니 도통 짬이 안 난다. 후원하는 분들한테는 늘 고마운 마음이다. 애들이 잘 먹고 잘 놀 수 있어서 좋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와서 자주 먹고 가고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 6000번 차와 정미애씨 차 트렁크에는 사료와 캔이 들어 있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배달하는 그의 가방에는 캔과 사료, 간식이 가득하다. 
 
 
남동구 농수산개발과 김도현씨는 “올해 4월부터 TNR을 시행하고 있다. 업체나 동물병원 선정을 못해서 늦어졌다. 봄 가을에 관내에 있는 동물병원 10곳과 협약을 맺고 수술을 시키고 있다. 수컷 2일, 암컷 4일이다.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3일 이상, 5일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기간이 너무 짧아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포획에서 방사까지 10만원이 책정됐다. TNR을 해서 개체를 적절히 조절해 소음이나 악취를 줄여야 한다. 올해 남동구에서는 240마리 수술하려고 한다. 물론 내년에도 계속 실시할 것이다. TNR을 했다고 해서 개체 수가 완벽하게 조절된다거나 피해를 완전히 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과 동물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마온니' 정씨의 목소리는 유쾌하다. 블로그에서도 생각나는 대로 말주머니를 단다는 그는 "띄어쓰기, 맞춤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처음에는 이렇게 막 써도 되나 싶어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신경 안 쓴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혹시 머뭇거림 없이 씩씩하게 말하는 그의 말뽄새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건 아닐까. 금방 만난 사람도 유쾌하게 해줄 수 있는 에너지는 10년 세월을 아침저녁으로 길고양이들의 '밥을 대주는 식당' 아줌마를 자처한 내공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오늘도 길모퉁이나 빌라 구석, 주차한 차 사이에 쪼그려앉아 길고양이 밥을 비비는 그는 참 착하다. 가방이 무거워질수록 그의 마음은 가벼운지, 그의 발걸음은 영낙없이 고양이 걸음처럼 가볍다. 캄캄한 밤, 좁은 골목길에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돌아와 저녁식사하는 소리가 들리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난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골목 모퉁이를 따라 새어나온다. 맛있는 저녁밥을 먹은 고양이들의 하품소리도 골목길마다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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