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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들꽃산책⑭ 매화말발도리
2013-07-08 신종철
5월 들어서면서 산은 점점 푸르러 가고 산벚나무 꽃이 한창이다. 필자의 집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이 혈구산인데 산봉우리가 진달래의 붉은색으로 불타고 있다. 다른 해 같았으면 진달래가 이미 졌을 것이지만 올해엔 기온이 낮아서 보름 정도 늦게야 꽃이 핀 것 같다. 산벚나무 꽃과 진달래가 한창일 때쯤 산행을 하다보면 계곡 바위틈에 개나리를 닮은 흰색의 꽃을 만날 수 있다. 매화말발도리라는 들꽃이다. 키 1m 정도의 떨기나무로 전년도 가지에서 순백의 꽃이 달린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늘어뜨린 가지에 고깔 모양의 흰 꽃이 조롱조롱 달린 것이 귀엽고 예쁘다. 매화말발도리라는 이름은 순 우리말로 ‘매화’와 ‘말발도리’가 합해져서 된 이름이다. 꽃의 모양이 매화를 닮았다 해서 매화가 붙게 되었고 말발도리는 열매의 모양이 말의 발굽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매화말발도리를 댕강목이라고도 하는데, 가지가 꺾일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댕강목이라고 이름 붙였던 사람에게는 줄기가 꺾이는 소리가 ‘댕강’ 하고 들렸었나보다, 재미있는 이름이다. 이와 꽃 모양이 닮았으면서 바위틈에서 자란다 해서 바위말발도리라 이름 붙여진 말발도리 종류도 있는데. 꽃이 피는 시기도 같아서 구분이 쉽지 않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개나리처럼 전년도의 묵은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 것은 매화말발도리이고, 금년에 자란 새 가지 끝에서 꽃을 피우는 것은 바위말발도리이다. 도감에 의하면 바위말발도리는 강원도 이북에서, 매화말발도리는 중부 이남에서 자라는 것으로 되어 있어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이 매화말발도리라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식물의 학명에 ‘coreana’라는 표시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라는 뜻으로 매화말발도리에도 'coreana' 라는 표시가 붙었었는데, 요즘 일본에도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coreana’ 라는 명예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 왜 많은 나라들 중에 일본 때문인가 생각하니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조금만 자리를 옮기면 좋은 땅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바위 틈새에 자리를 잡고 물기라곤 비가 와야만 있을 듯싶고, 추운 겨울엔 바위틈이라 더 추울 텐데 어찌 그런 곳에 터전을 잡았는지? 그러면서도 강항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바위를 붙잡고 더 이상 척박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해마다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생명의 힘에 경외심을 갖게 된다. 자랄 수 없어 보이는 바위틈에서도 순백의 꽃으로 산행하는 이들을 반겨주어서일까 꽃말이 ‘애교’라고 한다. 산행에서 만나면 그의 애교에 손 한 번 흔들어주는 것도 좋으리라.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 시리미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