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영 컬럼]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지극히 상식적이고 사람 냄새 나는 그 나라는 그토록 멀리 있는 것일까.”
2014-11-25 지창영 시인, 번역가
고 신석정 시인 (사진출처=석정문학관 http://shinseokjeong.com/)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시인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라는 시에서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목가적 전원 풍경을 읊고 있다. 그런데 그의 시를 관통하는 하나의 어휘는 ‘먼 나라’다. 그가 꿈꾸는 나라는 너무나 소박하지만 그에게는 먼 나라일 뿐이다. 일제강점기의 정황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지극히 평범한 소망도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아니던가.
지금 우리에게 나라는 무엇일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나라와는 어쩐지 갈수록 멀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알고 있던 나라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나라가 잘못된 것인지 둘 중 하나는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이쯤에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대로 시간만 보내다 보면 기억마저 흐려져 나의 가치관마저도 오염될까 싶어서다.
죽은 자 아름답고 산 자 찬란한 나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독립된 나라다. 이름만 독립이 아니고 그 이름에 걸맞도록 새로 출발한 나라. 그 나라에서는 반역자들이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이들이 지도자로 추대되어 새롭게 출발한 나라, 싸우다가 목숨을 다한 이들은 정성스럽게 국립묘지에 모셔지고 대대손손 추앙을 받으며 그 정신이 이어지는 나라. 죽은 자는 아름다운 나라요, 산 자는 찬란한 나라다. 그 나라에서는 반역자의 흉상이나 독재자의 동상이 설 자리가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그 온전한 지도자 아래 전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새세상을 일구어 나가는 나라다. 윗물이 맑으니 그 깨끗한 정신이 물줄기처럼 흘러 온국민의 마음이 절로 하나되는 나라. 가난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찬란한 내일을 함께 꿈꾸며 전진하는 나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불철주야 봉사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권력자의 선택에 의해 소수가 경제를 독점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노동을 귀하게 여기고 돈보다 사람이 앞서는 나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노동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 땀 흘려 일하는 자에게 보람이 있는 나라. 노동 현장에 희망이 있고 노동을 통한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 티비와 라디오에서는 노동의 성과가 보도되고 노동자의 삶이 그대로 비추어지는 곳. 그 나라에서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업주가 발붙일 곳이 없다. 노동자는 빼앗긴 권리를 위해 피 흘려 싸울 필요가 없다. 이 땅의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고 이익만 챙겨 달아나는 외국 기업이 있다면 국가가 나서서 지구 끝까지 쫓아가 노동자의 빼앗긴 대가를 반드시 되찾아 주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국민은 안심하고 일하게 된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돈보다 국민을 아끼는 나라다. 천만금을 주고 세상을 다 준대도 국민이 불편하면 눈길도 주지 않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돈에 눈이 멀어 철도도 수도도 전기도 팔아 치우고 의료체계도 민영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이 없고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는 이가 없는 나라. 그런 나라에 살고 싶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군대가 든든한 나라다.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운 독립군정신으로 무장하고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충성을 다하는 군대. 그 나라에서는 방위산업을 빙자하여 제 주머니를 챙기는 족속이 발붙일 곳이 없다. 왕따도 사고도 없고 성희롱도 없으며 오직 믿음만이 있는 군대. 입대한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보고는 싶어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그 나라에서 군대는 국민의 자랑이고 청년의 보람이다.
학생들이 어깨 펴고 국민이 안전한 나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학생들이 어깨 펴고 미래를 그려 나가는 세상이다. 학생으로서 해야 할 기본 의무는 제 나라 역사를 바로 알고 기본 예의를 배우는 것일 뿐, 마음껏 놀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만큼 공부하는 나라. 공부 안 한다고 삶에 지장이 없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성적에 짓눌려 자살하는 학생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국민이 안전한 나라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돈이 얼마가 들든지 아낌없이 투자하고 사고에는 무한책임을 지며 구조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가족들보다 더 애타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는 중대 사고를 당하여 최고지도자가 7시간 동안 숨는 일도 없고 콘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언론이 바로 선 나라다.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도 가감 없이 전하고 아주 작은 억울함도 신문고처럼 크게 울려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구조도 없는 날 최대의 구조 작전이 펼쳐졌다고 왜곡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악의적인 보도로 억울한 이들이 피눈물 흘리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 나라에서는 편파 보도로 국민이 간첩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과 정보기관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경찰이 국민을 위해 온전히 봉사하는 나라다. 권력과 상부의 부당한 명령이 없고 오직 국민의 지팡이가 되고 국민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찰. 그 나라에서는 경찰이 국민을 감시하는 일도, 방패를 들고 국민을 막아서서 스스로도 부끄러워 고개 떨구는 일이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정보기관이 국민과 기업을 위해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나라다. 국가의 경쟁력을 위하여 해외에서 활약하고 국민의 칭찬을 받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국가 기관이 부정선거를 위해 정보를 이용하고 조작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 나라에서는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협박하거나 서류를 조작하는 일이 결코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통일된 나라다. 지금은 비록 나뉘어 있어도 통일의 비전을 그려 나가고 국민에게 통일된 조국의 번영된 미래를 보여 주는 나라다. 그러면 국민은 통일된 목소리로 호응하리라. 그 나라에서는 분단을 이용하여 돈벌이하는 족속이 있을 수 없다. 그 나라에서는 비방하는 삐라를 날려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오직 두 손 맞잡은 정상의 뜻에 따라 큰 꿈을 이루어 나갈 뿐!
갈수록 멀어지는 나라
내가 살고 싶은 그 나라는 정녕 먼 나라일까. 국민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안심하고 살아가는 나라. 빼앗긴 권리를 찾으려 투쟁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사고가 나도 국가가 알아서 진실을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나라. 국민의 마음이 하나 되어 복지를 찬양하며 행복을 전파하는 나라. 통일을 향하여 단결된 힘으로 달려가는 나라.
한때 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라. 곧바로 가다 보면 다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라.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어쩐지 갈수록 멀어지는 나라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일까? 허리가 휘도록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사는 우리 국민은 과연 보호받고 있는가? 이런 의문이 어느 때보다 고개를 높이 쳐든다.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취급되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 이대로 가다가는 ‘타는 목마름으로’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라고 또 다시 외쳐 불러야 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어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고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일제강점기도 가고 해방된 지도 오래 됐다고 하는데, 신석정의 시처럼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는 정녕 아직도 멀었단 말인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사람 냄새 나는 그 나라는 그토록 멀리 있는 것일까.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시인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라는 시에서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목가적 전원 풍경을 읊고 있다. 그런데 그의 시를 관통하는 하나의 어휘는 ‘먼 나라’다. 그가 꿈꾸는 나라는 너무나 소박하지만 그에게는 먼 나라일 뿐이다. 일제강점기의 정황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지극히 평범한 소망도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아니던가.
지금 우리에게 나라는 무엇일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나라와는 어쩐지 갈수록 멀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알고 있던 나라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나라가 잘못된 것인지 둘 중 하나는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이쯤에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대로 시간만 보내다 보면 기억마저 흐려져 나의 가치관마저도 오염될까 싶어서다.
죽은 자 아름답고 산 자 찬란한 나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독립된 나라다. 이름만 독립이 아니고 그 이름에 걸맞도록 새로 출발한 나라. 그 나라에서는 반역자들이 새로운 지배 세력이 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이들이 지도자로 추대되어 새롭게 출발한 나라, 싸우다가 목숨을 다한 이들은 정성스럽게 국립묘지에 모셔지고 대대손손 추앙을 받으며 그 정신이 이어지는 나라. 죽은 자는 아름다운 나라요, 산 자는 찬란한 나라다. 그 나라에서는 반역자의 흉상이나 독재자의 동상이 설 자리가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그 온전한 지도자 아래 전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새세상을 일구어 나가는 나라다. 윗물이 맑으니 그 깨끗한 정신이 물줄기처럼 흘러 온국민의 마음이 절로 하나되는 나라. 가난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찬란한 내일을 함께 꿈꾸며 전진하는 나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불철주야 봉사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권력자의 선택에 의해 소수가 경제를 독점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노동을 귀하게 여기고 돈보다 사람이 앞서는 나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노동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 땀 흘려 일하는 자에게 보람이 있는 나라. 노동 현장에 희망이 있고 노동을 통한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 티비와 라디오에서는 노동의 성과가 보도되고 노동자의 삶이 그대로 비추어지는 곳. 그 나라에서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업주가 발붙일 곳이 없다. 노동자는 빼앗긴 권리를 위해 피 흘려 싸울 필요가 없다. 이 땅의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고 이익만 챙겨 달아나는 외국 기업이 있다면 국가가 나서서 지구 끝까지 쫓아가 노동자의 빼앗긴 대가를 반드시 되찾아 주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국민은 안심하고 일하게 된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돈보다 국민을 아끼는 나라다. 천만금을 주고 세상을 다 준대도 국민이 불편하면 눈길도 주지 않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돈에 눈이 멀어 철도도 수도도 전기도 팔아 치우고 의료체계도 민영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이 없고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는 이가 없는 나라. 그런 나라에 살고 싶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군대가 든든한 나라다.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운 독립군정신으로 무장하고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충성을 다하는 군대. 그 나라에서는 방위산업을 빙자하여 제 주머니를 챙기는 족속이 발붙일 곳이 없다. 왕따도 사고도 없고 성희롱도 없으며 오직 믿음만이 있는 군대. 입대한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보고는 싶어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그 나라에서 군대는 국민의 자랑이고 청년의 보람이다.
학생들이 어깨 펴고 국민이 안전한 나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학생들이 어깨 펴고 미래를 그려 나가는 세상이다. 학생으로서 해야 할 기본 의무는 제 나라 역사를 바로 알고 기본 예의를 배우는 것일 뿐, 마음껏 놀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만큼 공부하는 나라. 공부 안 한다고 삶에 지장이 없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성적에 짓눌려 자살하는 학생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국민이 안전한 나라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돈이 얼마가 들든지 아낌없이 투자하고 사고에는 무한책임을 지며 구조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가족들보다 더 애타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는 중대 사고를 당하여 최고지도자가 7시간 동안 숨는 일도 없고 콘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언론이 바로 선 나라다.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도 가감 없이 전하고 아주 작은 억울함도 신문고처럼 크게 울려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구조도 없는 날 최대의 구조 작전이 펼쳐졌다고 왜곡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악의적인 보도로 억울한 이들이 피눈물 흘리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 나라에서는 편파 보도로 국민이 간첩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과 정보기관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경찰이 국민을 위해 온전히 봉사하는 나라다. 권력과 상부의 부당한 명령이 없고 오직 국민의 지팡이가 되고 국민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찰. 그 나라에서는 경찰이 국민을 감시하는 일도, 방패를 들고 국민을 막아서서 스스로도 부끄러워 고개 떨구는 일이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정보기관이 국민과 기업을 위해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나라다. 국가의 경쟁력을 위하여 해외에서 활약하고 국민의 칭찬을 받는 나라. 그 나라에서는 국가 기관이 부정선거를 위해 정보를 이용하고 조작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 나라에서는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협박하거나 서류를 조작하는 일이 결코 있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통일된 나라다. 지금은 비록 나뉘어 있어도 통일의 비전을 그려 나가고 국민에게 통일된 조국의 번영된 미래를 보여 주는 나라다. 그러면 국민은 통일된 목소리로 호응하리라. 그 나라에서는 분단을 이용하여 돈벌이하는 족속이 있을 수 없다. 그 나라에서는 비방하는 삐라를 날려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오직 두 손 맞잡은 정상의 뜻에 따라 큰 꿈을 이루어 나갈 뿐!
갈수록 멀어지는 나라
내가 살고 싶은 그 나라는 정녕 먼 나라일까. 국민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안심하고 살아가는 나라. 빼앗긴 권리를 찾으려 투쟁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사고가 나도 국가가 알아서 진실을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나라. 국민의 마음이 하나 되어 복지를 찬양하며 행복을 전파하는 나라. 통일을 향하여 단결된 힘으로 달려가는 나라.
한때 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라. 곧바로 가다 보면 다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라.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어쩐지 갈수록 멀어지는 나라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일까? 허리가 휘도록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사는 우리 국민은 과연 보호받고 있는가? 이런 의문이 어느 때보다 고개를 높이 쳐든다.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취급되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 이대로 가다가는 ‘타는 목마름으로’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라고 또 다시 외쳐 불러야 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어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고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일제강점기도 가고 해방된 지도 오래 됐다고 하는데, 신석정의 시처럼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는 정녕 아직도 멀었단 말인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사람 냄새 나는 그 나라는 그토록 멀리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