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 피해주민은 또 묻히나?
알려진 줄거리는 상륙 내용뿐... '전승행사’ 각인 우려
2015-10-19 배영수 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을 확정한 리암 니슨(왼쪽)과 이정재>
곧 제작될 할리우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은 판이다. 섭외되는 주연배우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대강의 줄거리가 나타났는데, 지금도 지역 주민들 간 갈등 중 하나인 월미도 포격에 대한 내용이 배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 9.15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때 일방적인 상륙작전 전승행사에 대한 비판적 보도들이 나왔었는데, 향후 이 영화가 ‘할리우드 판 전승행사’로 흐르고 이를 많은 이들에 각인시킬 것으로 보여 지역 시민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회에서도 올해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을 앞두고 미군의 포격으로 희생된 민간인(월미도 거주민)에 대해 ‘인천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도 만들고 인천시도 위령사업 지원액을 늘렸다.
19일 연예기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리 소속사 배우인 이정재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키로 했다”며 “현재 최종 계약서 내용을 검토하는 절차만이 남은 상황”이라 설명했다.
이 영화가 이미 현존 최고의 액션스타이자 국내에서도 ‘쉰들러 리스트’와 ‘러브 액츄얼리’, '테이큰' 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갖고있는 세계적인 배우 리암 니슨을 맥아더 역에 캐스팅한 상황이라, 이정재는 전 세계 배급망을 타고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에게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이정재는 해군 대위 역할을 맡고, 또 한국 배우 이범수가 북한군 역할을 맡아 출연하는 것을 알려져 있다. 영화는 주요 캐스팅을 마무리한 뒤 올 하반기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맥아더의 상륙작전에 의해 전세를 뒤집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영화사가 공개하고 있는 간단한 줄거리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였던 1950년 9월 15일 UN군이 맥아더의 지휘 아래 인천에 상륙해 전세를 뒤바꾼 군사작전인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이야기로,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이 된 일명 X-RAY 첩보작전과 팔미도 작전을 아우르는 전쟁실화 블록버스터”라고 되어 있다.
즉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줄거리로만 보자면 맥아더의 인천상륙 당시의 승전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때문에 당시 무분별한 포격에 희생된 100여 명의 월미도 희생자들에 대한 내용은 없으며, 이 문제는 또 한번 조용히 덮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재한 감독이 한국 전쟁을 다룬 '포화속으로'를 연출한 적은 있지만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자란 이 감독이 인천상륙작전의 이면에 숨어있는 '억울하지만 보상도, 주목도 못받았던' 월미도 거주민들의 문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영화의 주연인 리암 니슨이 맥아더 역을 맡은 것으로 볼 때, 과거 '인디펜던스 데이'나 '에어 포스 원'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듯 할리우드 영화는 주인공을 영웅화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인공의 '업적'을 스스로 깎아먹는 스토리를 만든 적은 매우 드물기도 하다는 점은 향후 이 영화가 단순한 '전승행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월미도 포격 희생 유족들의 마음을 또 한 차례 아프게 할 우려가 높다.
인천의 문화예술단체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는 “영화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아직은 잘 모르지만, 만약 시나리오의 내용이 우려하는 대로 흐른다면 이 영화는 지역사회에서 말이 많은 전승행사에 결국 당위성을 이입하는 결과로 흐르는 만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자세한 스토리텔링을 확인해 보고 우려하는 상황이 맞다고 하면,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모여서 함께 상의할 것을 제안토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