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문제, 시민사회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환경칼럼] 김계원 / 인천경실연 환경안전위원장

2016-01-21     김계원

우리 인천의 서쪽 한 귀퉁이에는 한때 세계최대 규모라고 자랑스럽게 떠들던 수도권쓰레기매립지가 버티고 있다. 이러한 자랑거리는 동시에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갈등의 샘이기도 하다. 불과 1년 전, 중앙정부 당국자와 인천, 서울, 경기 등 관련 지자체와 인천의 시민사회는 2016년까지 쓰레기 매립을 종료하느냐 그 기간을 연장하느냐를 놓고 쓰레기매립지 전쟁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이 과정에서 매립을 연장하려는 쪽이나 매립종료를 외치는 쪽 모두 나름대로의 셈법에 따라 연장이나 종료를 외칠 뿐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어찌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알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외칠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논란의 핵심인 쓰레기 문제는 결국 우리사회구조와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데, 우리사회는 아직도 산업사회의 전형적인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사회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쓰레기’는 버려야 하는 쓸모없는 대상이지, 유용한 자원이라는 인식은 매우 낮은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하루 배출되는 생활쓰레기 양이 4만8728톤(2013년 기준)으로 쓰레기종량제 시행 전인 1994년(5만8118톤)과 비교해 16.2% 감소했다.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도 1994년 하루평균 1.33㎏에서 2013년 0.94㎏로 29.3%나 줄었다. 쓰레기 재활용 면에서도 1994년 하루 8,927톤에 불과하던 재활용품 처리량은 2013년 하루 2만8784톤으로 2.2배 증가했다.

이들 변화 중 보다 눈에 띠는 변화는 쓰레기매립처리량인데, 1994년 하루 4만7,166톤에서 2013년 7,613톤으로 83.3%나 줄었다. 전체 쓰레기 발생량에서 매립 처리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81.2%에서 15.6%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지표만 보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이다. 쓰레기종량제는 도입 20년간 큰 성과를 거뒀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효과가 정체되고 있다. 인구 증가분을 반영하면 2013년 1인당 하루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쓰레기종량제 시행 첫해인 1995년보다 0.13㎏ 줄어드는데 그쳤다. 재활용 비율도 2009년 61.1%를 기록이후 2013년 59.1% 까지 4년 연속 감소세다.

진정한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재활용 비율을 극대화해 매립되는 비율을 끌어내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매립 처리량(2013년 15.6%)은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선진국과는 비교조차도 어렵다.

독일은 2005년부터 생활폐기물이 처리되지 않고 바로 매립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 결과 2010년 이미 생활폐기물 발생량 대비 매립률이 0.42%에 불과하고, 2020년까지 생활폐기물 매립지를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1990~2009년 사이 매립세를 도입한 네덜란드(0.40%), 스웨덴(0.97%), 벨기에(1.59%), 스위스(0%) 등도 사실상 매립제로화를 달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지금과 같은 매립 중심의 쓰레기 처리체계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한 것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쓰레기(폐기물)=자원'이라는 인식 아래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발생된 폐기물을 적정하게 재활용, 회수, 처리하는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은 국가적으로나 지방자치단체에게도 당면과제이다.

최근 수도권쓰레기 매립지 종료 갈등을 계기로 서울시와 경기도는 쓰레기매립 제로화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정부(환경부) 역시 2020년까지 재활용 자원의 매립 제로화를 목표로 법·제도 개선, 국민 인식 제도 등의 노력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문제는 인천광역시이다. 쓰레기매립지 문제로 수십년 동안 문제의 한가운데 있었으면서도 쓰레기 매립지 문제의 근본적인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쓰레기 제로화 또는 쓰레기 자원화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인천광역시도 올해 들어 쓰레기매립 제로화를 선언하였다는 것이다. 다만 간간이 논의되고 있는 단편적인 소각시설 증설이나 대체 매립지 강구는 또 다른 수도권쓰레기매립지 갈등의 시작일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쓰레기자원화 또는 매립제로화를 전제로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종합적 접근은 다소 시민들의 불편과 희생을 요구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가시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공론화한 다음 시민사회와의 유기적인 공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