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든 작은 연못, 교류의 에너지원이 되다

[문화칼럼] 현용안 / 교사

2016-04-18     현용안

오늘, 봄볕이 따사롭다

근래 교정 한편에 아이들과 직접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학생들이나 나나 학업을 주로 하는지라 틈틈이 흙을 파내고 주변 잡석을 모아 작업한지 2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올해 겨우 제 모습을 찾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종종 여기 채워져 있는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나와 우리 학생들의 피와 땀이라고 농담을 건네곤 한다. 오늘 그 연못가에 머무르다 보니 작년에 심은 부들이 벌써 수면위로 잎을 내었고 연잎도 한 잎 두 잎 수면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 밑으로 겨우내 연못을 지켰던 금붕어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고 있었고 가장자리 돌들에 붙은 이끼를 다슬기들이 치우고 있었다. 가끔 주변의 새들이 날아와 물을 먹기도 하고 작은 수중 벌레들이 마실 나왔다가 기꺼이 금붕어의 먹이가 되곤 한다. 나도 가끔 이곳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처음 인공연못을 만들게 된 계기는 미술반 아이들과 공공미술을 해 보고자 교정에 조형공원을 만들기로 하고 조형물 설치, 연못제작, 산책길내기 등의 의견을 모아 첫 프로젝트로 연못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전문지식도 없었고 무엇부터 시작할지 막막한 상태에서 무작정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제법 모습을 갖춰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힐링을 할 수 있는 명소가 되었다. 연못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도 보람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곳이 사람들에게 무언가 또 다른 의미와 변화를 갖아다 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연못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심하다가 “거멀못”이라 지었다. “거멀못”은 원래 ‘나무그릇 따위가 벌어져 있거나 벌어질 염려가 있는 곳에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양쪽에 걸쳐서 박는 못’이라는 의미를 가진 물건이지만 이곳에서 사람과 사람, 교사와 학생, 예술과 과학, 인간과 자연, 환경과 생명 등의 밀접한 관계를 인식하고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하는 매개체의 의미를 연못을 나타내는 ‘못’에 연결해 이름 지은 것이다.

거멀못을 찾는 이들을 보니 과학반 학생들이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었고, 발명반 아이들은 태양광을 이용하여 분수대를 설치하였으며 서로 바빠 만나기 어려웠던 교직원들끼리 혹은 지나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앞에서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뿐만 아니라 비둘기나 처음 보는 새가 날아와 물장난을 치는지 목을 축이는지 연못가에 항상 들른다. 또한 신기하게도 언제 와서 알을 낳았는지 곤충 따위의 유충들이 수중에 자리 잡고 원래 주인인양 제집처럼 잘 살고 있다. 잡석과 잡초로 무성했던 화단에 연못이 들어서자 학교에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문득 우리가 만든 것은 작은 연못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예술과 과학, 인간과 자연, 환경과 생명 등이 교류하고 있는 거대한 에너지원을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조직 하고 있는 곳곳에 이러한 에너지원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학교도 작은 사회이듯 학교 밖 더 큰 사회에도 서로를 잇는 커다란 “거멀못”이 생기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