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치기 나두 젊어서 많이 했다."

(57) 그림책 '꼴따먹기'

2016-07-01     김인자

비가 오려면 오든가 안올꺼믄 말든가
이두 저두 아닌 이름뿐인 장마에
울할무니들 어깨쭉지랑 무릎이랑 골치만 지끈지끈 아프시겠다.
심계옥엄니 사랑터에서 돌아오시는 오후 네 시.
강아지 감자를 데리고 마중가는 길. 그림책벤치에 울 할무니들이 나란히 나란히 정답게 앉아계신다.
"어디 가는데?
엄마 데릴러? "
(양말할머니가 혼자 물으시고 혼자 대답하신다.)
"네 할무니, 엄니 마중가여. 엄니 모셔다 드리고 금방 나오께여."





앗싸 ~오늘은 보라돌이할무니, 붕붕카할머니,양말할머니, 꽃할머니가 그림책벤치에 나와
앉아계신다.
쉰나~쉰나~
"엄니는?"
"옷갈아 입혀드리고 세수 씻겨드렸더니 좀 존다셔요. 오늘 사랑터에서 걷기 많이해서 땀을 비오듯 흘리셨대요."
"어무니가 날도 더븐데 많이 걸으셨구만. 그래도 잘하시는거다. 어무니 조심해라이.더위 잡수믄 클난다. 머시든 드시고 싶다는 걸로 잘 잡숫게 해드리고."
붕붕카할머니의 당부말씀.
"아이고,벨걱정을 다하고 앉었네. 저 선상님이 보통 선상님이간에? 알아서 잘 하거구만." 양말 할머니 말씀에 붕붕카할머니 그러게에?하시는 얼굴로 웃으시며 나를 쳐다보신다.
"네! 울 할무니들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근데 할무니 요즘 뭐해서 드세요?"
"왜?"
"더워 그러신가 엄니가 입맛 없어 하시네여."
"요즘 짠지 좋드마는. 오이지도 좋고. 식초 조금 둘러 붓고 파마늘 총총 다져넣고 찬물 한바가지 부어 시원하게 떠드시게 해라. 아삭하니 괜찮드만.입맛없을 때 먹을만 하다."
"아 짠지~글면 되겠다아.역시 울 할무니들한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근데 짠지는 있나?"
"없어여 ‥"
"화요장에서 사라. 절군무 한 개에 이천 원 하는데  맛이 괜찮드라. 괜히
힘들게  살 필요 읍어.우리때는 다 일일히 절거 먹었다만 요즘같은 시상에 절대로 힘들게 살 필요읍다. 편하게 살어. 돈 있으믄 세상에 전 먹을거 천진데 사묵으믄 된다.괜히 만든다고 용쓸 필요없다."
"네, 할무니"





오늘 읽어드릴 책은 <꼴따먹기>입니다.
한참 즐겁게 읽어드리고 있는데 밭에 가시는 꽃할머니의 짝꿍할아부지가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가 그림책벤치에 앉으셨다.

"낫치기 나두 젊어서 많이 했다."
"낫치기여? 그게 뭐예요, 할아부지? 엿치기는 아는데~"
" 낫을 던져서 금에 가깝게 꽂히게 하는 거다."
"낫이 자빠지면여 ?"
"하 ‥자빠지면 ? 그거야 꽝이지."
유모차끌고 지나가시던  90세 귀요미 하부지가 한 말씀 보태신다.

낫치기 엿치기 우리 할아버지들 소싯적 이야기가 무르익고
보라돌이할무니 애기같이 환한 얼굴로  햐~~~재밌다 하고 말씀하신다.
"할무니 재밌으셨어요?"
"응, 재밌다. 얘기들을 아주 잘허네."
"그쵸 할무니 저두 할무니 할아버지 얘기듣는거 진짜 좋아요 할무니"
"논네들이 늙으믄 입을 닫어야 되는데 으트게된게 늙을수록입을 더 나불나불거리니 체면이 읍다."
"하하 안그래여 할무니 저는 좋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이야기 많이 많이 들려주세요."
"늙은이들 얘기가 머시 좋을까 참 특이해 우리 김선상님.. 다들 노인네라믄 싫어하는데 ‥"

"저는 할무니 좋아여 ‥그리고 할무니 낼은요 제가여 우리 할무니들 못뵈어요."
"와?"(양말할머니)
"용인 강의가요."
"늦게오나?" (보라돌이 할무니)
"네"
"그럼 엄마는?"(붕붕카할무니)
"내가 사인해주고 엄니 모셔오까?(꽃할머니)
"아구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꽃할머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경비아저씨께 부탁해 놓았어요."
"그랬어? 어디 가믄 말해라.
우리가 엄마 사인해주께.
걱정하지마라."(양말할무니)

"고맙습니다 할무니.
할무니 근데여  나 내일 우리  할무니들 보구싶으까여? 안보구 싶으까여?"
"보구싶지."
"우와 어트게 알았지?"
"선상님 눈보믄 안다.
애덜말로다가 눈에서 거머시냐?"
양말할머니 말씀하시며 붕붕카할머니를 쳐다보시니 붕붕카할머니 " 하트 가 튀나온다고?"
"하하 맞다. 선상님 눈에서 하트가 막 튀나올라칸다."

아~ 진짜 나 울 할머니들 너~무 좋다 어떻하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