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화의소녀상과 징용노동자상
[기고] 장정구 / 인천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기획위원장·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운영위원장
2016-12-28 장정구
평화는 기억할 때 지킬 수 있습니다.
드디어 10월 29일 인천에도 평화의소녀상이 세워졌습니다. 부평공원에 세워진 인천평화의소녀상건립에는 200여 시민사회단체, 902명의 추진위원이 참여하였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모금액도 9천만원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인천평화의소녀상에 세워지기까지 인천시민걷기한마당, 3차례 토론회와 7차례 평화나비작은콘서트, 수많은 거리모금과 홍보 등 5개월동안 추진위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과 평화를 이야기했습니다. 또 인천평화의소녀상추진, 건립과정을 기록한 백서의 발간행사가 12월 29일(목) 열립니다.
인천은 일제에 의해 한반도 침탈이 시작된 곳입니다.
2016년은 일제와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을 맺은 지 140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항장과 부평미군기지 등에 침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또한 천안함침몰과 연평도포격, 비무장지대와 NLL 등 전쟁의 긴장감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곳도 인천입니다. 그런 인천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소녀상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세워졌다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인천평화의소녀상은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인천에는 일제강점기에 3.1만세운동이 있었던 곳이 여러 있습니다. 그 중에 덕적도가 있습니다. 1919년 4월 9일 덕적도 주민들은 송정해변에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이 일로 임용우, 이재관, 차경창 선생이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루고 임용우 선생은 잔혹한 고문으로 옥사하였습니다. 인천앞바다의 170여개 섬들이 모두 고유한 문화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덕적도는 소나무가 유명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 3.1만세운동이 있었던 덕적도의 소나무가 인천평화의소녀상과 함께 할 것입니다. 내년 봄 관계 기관, 덕적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덕적도의 소나무가 부평공원에서 인천평화의소녀상과 함께 할 것입니다.
다음은 일제징용노동자상입니다.
일제는 1930년대 중반부터 만주전쟁을 위해 인천에 군수공장들을 건설합니다. 그 공장에는 14~20세 청소년들이 강제동원되어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특히 부평에는 일제육군조병창과 미쓰비시중공업, 동경자동차공업 등의 공장이 있었습니다. 인천에서는 일본군 ‘위안부’만이 아닌 ‘강제동원 노동자’도 기억해야 합니다. 인천평화의소녀상건립 이후 현재 일제징용노동자상건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세워질 일제징용노동자상에도 많은 인천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룹니다. 이제 인천시민들은 전쟁의 아픔을 딛고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로 나아갈 겁니다.
하여, 알겠다.
우리의 비겁과 용열함을 / 치맛자락으로 덮어주며
너희는 그렇듯 / 남은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자양으로
평화의 얼굴로 / 평화의 몸짓으로 /사계절 오롯한 꽃으로 피는구나.
- 문계봉 시인의 인천평화의소녀상 헌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