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끝난 '우각로 근대문화길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독자칼럼] 강영희 / 배다리 마을사진관 '다행, 강'

2017-04-14     강영희 시민기자




"이만 설명회를 마치겠습니다. 의견은 개별적으로..."
 
지난 4월12일, 동구 금창동 주민센터 2층 회의실에서 금창동 주민, 건축물 소유자, 상인 등을 대상으로 동구청 관광개발과의 '배다리 우각로 근대문화길 조성사업' 설명회 모습이다. 2-3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이날 설명회의 질의응답시간이었다. 주민들이 의견을 내고, 항의가 이어졌는데 손님 때문에 좀 늦게 도착한 상인이 의견을 전달하는 와중에 설명회가 중지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평일 오후 3시에 주민설명회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 겨우 시간 내서 왔는데... 의견 중에 말을 끊는 건 좀 아니잖은가?" 라며 1시간도 되지 않아 끝낸 설명회에 불만을 표했다.


배다리 우각로 근대문화길 조성사업,
전면재검토 되었나?


사업설명은 총 사업비 19억여 원을 가지고 배다리 일대를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배다리 역사문화 스토리텔링'(관광개발과), '가로변 건축물 파사드 경관개선사업'(도시건축과), '근대역사문화로 조성'(도시건설과)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와 전문연구기관인 (사)문화다움이 지난해 하반기 동구 '금창동 일대' 배다리 지역에서 실시했던 문화영향평가에서 이미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평가를 받은 상황이다. (=>관련기사 "동구 '근대문화마을조성' 계획 전면 재검토 해야"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6924&m_no=1&sec=4
 

동구청, "문화영향평가는 규정대로 진행했을 뿐
그 연구결과를 반영하거나 따르라는 규정이 없다."


동구청은 이것을 반영한 계획이라고 설명했으나 한 구청 관계자는 '그냥 문화영향평가가 규정에 있으니 진행되었을 뿐이지 꼭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해 이 평가를 반영, 수정한 계획은 아니라는 것을 비췄다.

설명회를 들은 한 주민은 "기존에 연구원들이 지역에서 설문지를 갖고 다니며 물어봤을때와 내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뭐가 반영됐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 사업비가 나온 상태니 이흥수 구청장이 하라면 해야하는 상황에 원하는 주민을 대상으로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라며 반발했다.

 


@산업도로부지였던  배다리 생태공원과 금창동 일대
 

주민설명회, 정확한 정보는 어디가고
부동산 10배 올라간다? 타 지역 사례가 곧 우리 사례?

정확한 정보가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되어야 하는데 설명회를 들은 한 주민은 '파사드'에 대해 '낡은 것을 고쳐주고 수리해주는 것'으로 오해를 해 "왜 못하게 하느냐?"며 다른 주민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사유재산인 개인의 집수리는 직접해야하며, 간판 및 도색, 기와지붕 형태의 '파사드' 외벽을 세워 근대건축물 모양을 흉내만 내는 것인데, 일부 주민은 개인 건축물 개보수에 비용을 대 주는 것으로 오해하는데도 추가적인 설명이나 오해를 풀어주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이어진 동구청측 설명은 타 지역의 예를 들며, "'파사드'을 잘 해 놓고 관광지역이 되면 집값이 10배로 뛰어 부동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지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행태를 좋은 일 인양 설명해 참여한 주민들의 항의를 듣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수요일 오후 3시에 주민설명회면 누가 참여하느냐"며 "이런 식의 진행은 참여하지 말란 소리"라며 항의했고, 이에 구청 측이 화를 내며 '사업비 반납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너희들이 손해'라는 식의 으름장을 놓으며 퇴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파행적으로 진행된 설명회에 대해 보도 자료를 배포, 마치 주민들이 함께하는 관광개발인 양 이야기를 해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사드는 본 건물과 상관없이 일상의 모습을 민속촌 같은 겉꾸밈을 하는 작업이다.


주민설명회, 구색맞추기가 아니라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되어야

2012년 동구청은 '철로변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한다며 주민의견을 반영해 만들겠다고 해 놓고 주민설명회를 여러 번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주민설명회만 진행하고 이 과정에 제안한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애초 지정된 사업체의 계획대로 조성되어 주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
 
다양한 지자체나 기업, 건설사 등이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주민설명회를 가져왔고 또 가지고 있으나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만 하고 반영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계획만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끝내버리는 그간의 관행으로 주민설명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도 않은 채 질의 응답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끝내버리는 태도를 보이고, 구청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일방행정의 구태를 다시 드러내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던 것.
 
배다리 우각로 지역에서 실제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이 그들이 살아가는데 의미있고 필요한 일을 진행해야 하고, 그런 삶을 잘 모르는 공무원들은 오히려 충분히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민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흥수 구청장이 들어선 이후 자꾸 주민들을 내몰고 주민을 불신하는 태도를 보여 지역민들의 항의를 받고 심지어 이흥수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철로변 걷고싶은 길을 조성하면서 멀쩡한 콘크리트를 뜯내고 아스콘과 대리석을 깔고, 이미 히말라야 시타와 철로변길 어르신들이 가꾸는 화단과 화분으로 아름다웠다. 2010년 철로변길 모습.
  

다시 '지방자치', 주민이 주인인 시대
공무원들의 계획이 아니라 지역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구청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한 후 주민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차분히 다듬어 진행한 '배다리 생태공원'은 주민과 구청 모두 함께 어울리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관련기사'배다리 마을공터, 민·관이 함께 여는 새봄')
-> 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2&sq=37064&thread=002001012&sec=2

"백 중에 하나의 신뢰를 다시 쌓은" 좋은 사례로 배다리 생태공원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다양한 노력들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정확이 나눠져야 한다.

19억5천만 원의 예산은 그냥 어디에서 떨어진 나랏돈이 아니라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 돈이다. 잠시의 겉치장을 위해 쓰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구청장이나 시장이 자신들의 치적을 억지로 만드는데 쓰여지면 안된다는 주민의 말을 귀하게 들어야 한다.



@주민의 삶을 가꾸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경관사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