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 저 방 해도 내 서방이 최고지"

(147) 아버지 생각

2017-05-23     김인자
 
심계옥엄니 사랑터 가는 아침.
1층 아파트 화단 앞에서 이쁜 할머니가 잘 생긴 할아버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아 거좀 환허게 웃어봐요오. 얼굴이 쭈구렁밤탱이믄 표정이라도 밝어야지."
"아 그냥 대충 찍어. 늙으믄 늙은 대로 나오겠지. 웃는다고 뭐 젊은애들 처럼 나오가네에~"
"다르지 그럼 ~~그르지말고 좀 웃어봐요."
이쁜 할머니와 멋진 할아버지가 티격태격하는 즐거운 사진찍기.
 
"할머니, 할아버지~~ "
"아 작가 선생님 ~어무니 지금 센터 가시나보네."
"예, 두 분 나란히 같이 서 보세요. 제가 한 장 이뿌게 찍어드리께요."
"아 그러까아?"
"자, 할머니, 할아버지 저를 쳐다보면서
활~짝 웃어보실께요."
"아 거참 이 모자 좀 바짝 치켜올리라니깐~얼굴이 안 보이잖아여. 아님 벗어버리든가."
할머니가 할아버지 모자를 홱 잡아 벗기신다.
 
"아 놔둬어~ 머리 숱이 자꾸만 빠 져서 숭헌디. 작가 선생님 숭보겄네."
"괜찮아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모자 안 쓰셔도 멋있으세요."
"그래? 정말 괜찮여?"
"네, 할아부지 이뿌세요~ 할아버지는 얼굴이 잘 생기셨잖아여.
자, 다시 한번 웃어 보실께요. 활~짝."
찰칵~
어, 그런데 핸드폰 카메라가 이상하다. 찰칵하고 경쾌한 소리가 나야하는데 빨강 동그라미표시, 동영상이다.
어떻하지? 나 기계친데. 난감해 하는 내게 할머니가 뭔일이냐며 물으신다.
"왜 안뎌?"
"네 ,할머니 잠시만요. 아~됐다"
활짝 ~
또 빨강 동그라미 표시.
이게 왜 이러지?
"왜 또, 안뎌?"
"네, 죄송해요"
아 식은땀.
"이상하다, 아깐 됐는디?"
할머니 핸드폰이다보니 익숙하지 않아 더 그런가? 할아버지 사진 안 찍으신다고 할까봐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아~됐다.
다시 한번 화~알짝
몇 번의 다시~ 라는 소리에도 화내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기쁘게 화알짝 웃어주신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 옆으로 좀 더 다정하게 바짝 서보세요."
"에잉~더운데 ~대충 찍어."
할아버지 좋으시면서 말씀은 거꾸로 하신다.
"에잉? 할아버지 뽀뽀시키까부다."
"흐~ 요렇게?"
찰~~~칵
 
"좋은 때다. 이 방 저 방 해도 서방이 제일이지."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찍어드리는 동안 두 분을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고 계시던 심계옥엄니가 툭 던지시는 말씀.
"아구구 ~~"
"왜요. 엄니 어디가 아퍼요?"
앞서 걸어가시던 심계옥엄니의 아구구 소리에 깜짝 놀라 뛰어가보니 심계옥엄니 인상을 잔뜩 찌뿌리시며 "왼쪽 발등이 왜 이렇게 아프냐?"하신다.
"엄니, 그럼 오늘 가지말까여, 사랑터?"
"나온걸 뭐 ?"
 
지팡이 짚고 휘청휘청 앞에서 걸어가시는 심계옥엄니.
그 엄니 뒤꽁무니를 쫒아가며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 생각을 했다.
네 살때 돌아가신 내 아버지.
사춘기 때도 결혼할 때도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던 내 아부지가 처음으로 그리웠다.
아부지 살아계셨음 엄마 뒷모습이 저렇게 쓸쓸해 보이진 않을 거 같다.
내 아버지 살아계셨다면 꽃밭에서 심계옥엄니랑 사진도 찍어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멋진 옷도 사드렸을 텐데.
심계옥엄니 이 방 저 방 해도 내 서방이 최고지 하며 환하게 웃었을 텐데! .
모자좀 확 재껴봐요 하며 잔소리 꽤나 했을건데 울 심계옥 엄니.
 
그립고 그립다.
서럽게 그립다.
 
딸깍딸깍 지팽이 외로이 찍고 가는
심계옥엄니 뒷모습 쳐다보고 있으니
정말 눈물나게 그립다.
 
심계옥엄니 서방님
그리운 나의 아부지
김ㆍ규 ㆍ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