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긋지긋한 '도로전쟁', 또 하자구?"
[배다리통신 4] 산업도로 전면 무효화를
2017-07-13 강영희
지난 9일 저녁 7시 아벨전시관 2층 시다락방에서 <배다리 산업도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다시, '산업도로'라니... '배다리 산업도로 지하화'로 알고 있던 주민들은 화들짝 놀랐다.
"왜 자꾸 약속을 어겨? 그 지긋지긋한 도로전쟁, 또 하자구?" 도로를 막아낸 배다리 삼총사(하유자, 박태순, 곽현숙)가 지하화를 약속한 시당국이 스멀스멀 도로를 지상으로 내려고 한다는 소식에 한 자리에 모였고, 이웃 주민들에게 설명을 해서 그 뜻을 물어보자고 만든 자리다.
2007년이 아니라 2017년의 사진이다. @사진_청산별곡(나비날다책방)
2주전 몇몇 주민이 인천시청 '도로과'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도로계획 도면을 보게됐다. 그리고 찍어온 도면을 확인하기 위해 7월3일 오후 4시경 배다리위원 5명이 종합건설본부(이하 '종건')를 방문했다. 지하화로 알고 있던 산업도로가 갑자기 지상으로 낸다는, 듣도 보도 못한 도로계획 3안, 4안이 있다는 이야기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건은 이미 설계발주 용역에 들어갔으며 '소방도로를 내겠다.', '숭인지하차로를 트겠다' '중앙에 6차선 도로를 내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배다리위원들은 10년 전과 전혀 다름없는 도로 계획임을 확인하고 그동안 '산업도로 지하화'를 약속해온 시당국과 국토부의 태도를 확인하며 분노했다.
주민설명회를 위해 준비한 도로계획안 @사진_민운기(스페이스빔)
생태공원 양 옆으로 폭 7미터 소방도로를 내고 중앙에 6차선을 내면 결국 기존의 도로안과 다를 바 없이 마을은 갈라지게 된다. 사방의 길로 인해 이미 작아 질대로 작아진 배다리가 10년 전의 상황과 다를 바 없이 섬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상황을 설명하고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견을 묻는 자리였다. 이 설명회에 참여한 40여명의 주민들에게 종건과 시당국이 당초의 '지하화' 약속 이행에 노력을 하지 않고 주민들이 마음을 놓은 사이 은근슬쩍 지상으로 도로를 내려는 상황을 설명했고, 참여한 주민들은 "절대 반대"로 의견을 모았다.
9일(일) 저녁에 아벨전시관 2층에서 '산업도로 주민설명회'가 진행됐다.@사진_청산별곡(나비날다책방)
최근 송림초교 뉴스테이가 10월까지 유예를 받았으나 '새 정부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이 지역 주민들도 재개발이 예정되었던 10년 전과 달리 계속 살아갈 마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매연과 미세먼지, 소음, 교통체증, 보행불편(육교를 통해 이동해야하는 상황) 등이 예정된 '송현터널' 개통 반대하고 있다.
송현터널 남측 입구는 도로포장 공사와 방음시설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사진_이대원(주민)
2007년 여름, 시청 앞에서 시위중인 주민들 모습@
2007년 4월 컨테이너 사무실을 마련하고 무효화 투쟁을 진행했다. @
2014년 8월 새벽, 긴 시간 투쟁을 함께한 컨테이너를 정리했다. @사진_청산별곡(나비날다책방)
서울의 종로는 주차장이 거의 없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 간다면 평소에 차를 끌고 다니던 사람도 차를 두고 간다. 주차공간이 너무 적고 주차비도 너무 비싸서 그렇다고 한다. 최근 인천 중구에서는 주차장을 만든다며 백여년 된 건물을 헐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차를 위해 도로를 만들고 주차장을 짓느라 100여년 된 근대산업유산을 부수고, 집을 허물고, 마을을 가르고, 산을 깍는다. 차를 사느라 빚을 지고, 보험료+기름값+수리비 등의 기본 활용비, 주차문제로 싸우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차량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이렇게 많은데 규제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수가 2016년 12월 기준 2200만대에 이른다.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사람이 살 집도 부족한 도시에서 감당키 어려운 숫자다.
아파트와 차로 대변되는 도시의 풍경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폭탄위에 지어지고, 달리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 걸까? 인구도 줄어든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도로만 확충하고 아파트만 지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음 스카이뷰로 본 배다리 _ 배다리를 둘러싼 많은 도로가 있다. 보라색은 지하로 뚫린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도로, 하얀색 부분은 지금은 생태공원이 된 도로부지다.
배다리는 도로 때문에 이미 많이 작아진 상태다. 그 가운데에 길을 내면 작은 마을은 다시 쪼개진다. 그 도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역사와 문화가, 마을이 찟겨지고 깨졌을까? 10년 만에 다시 불거진 배다리 산업도로 앞에 서 도시의 꿈이 언제까지 이런 폭압적인 개발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바로 길 건너 송림동에는 20여 평도 안되는 작은 집들이 많다. 그 값을 평당 300-400만원 쳐주고 다른데 이사가라는데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 옆에는 지하로 도로를 뚫는 통에 금이 가고 구멍이 난 집들이 있고, 위험한 미세먼지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에도 쉼터가 필요하고, 휴식이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큰 그림이 단순한 개발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길 하나만 바꿔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찾는 멋진 도시는 높은 아파트와 넓은 도로에 있지 않다. 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삶을 위해서는 개발시대의 철학이 아닌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배다리 주민의 염원을 담은 현수막이 배다리 굴다리 위에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