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 문화, 동네에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동네방네 아지트 ② - 쿠킹 클래스 ‘골목친구들의 힐링육아’ 해온 ‘제이스튜디오 키친’

2018-03-12     배영수 기자

‘제이스튜디오 키친’ 평상시 내부 모습. ⓒ배영수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역사회의 호평이 이어지자, 인천시는 올해 문화예술과 산하 ‘생활문화팀’을 신설해 예산을 지원하며 직접 사업을 시도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인천in>은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제이스튜디오 키친’을 운영하는 정은정 대표. ⓒ민경찬

 
일반적인 상업공간으로 이 곳을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이라면 제이스튜디오 키친의 공간에 우선 당황할 것이다. 요식업소의 상업주방과 일반 카페에 있을 시설과 도구들은 분명 모두 갖춰놓았는데, 테이블은 중앙에 넓은 것 하나만 둥그러니 있다. 또 공간 한켠에는 그릇과 컵 등 도구들이 가득하다. 근래 중구 일대에 ‘비상업성을 추구하는 상업공간’이라는 아이러니한 장소들이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이곳은 그 중에서도 ‘경제적인 무언가’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은정 대표에게 “공간이 무척 특이하다”는 첫 말을 건넸더니, “나름의 먹거리 철학이 있어요”라는 수줍은 듯한 답이 돌아왔다. 우선 운영하는 방식부터가 굉장히 특이하다. 카페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기본 방식은 ‘예약제’이며,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동네 주부들 혹은 직장인들)끼리 팀을 짜서 찾아가면 곧바로 요리수업 혹은 요리 관련 커뮤니티가 진행되기도 한다.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바른 먹거리를 만든다”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뜻)’에 의거한 공간 차원의 철학을 갖고 으며 이 철학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의미다.
 
지난해 제이스튜디오 키친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골목친구들의 힐링 육아’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재단에서 이를 선정하면서, 한 해 동안 의미있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해 재단이 선정한 19개 공간 중 유일하게 요리 콘텐츠를 동네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내용이었는데, 최근 TV 예능에도 스타 셰프들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그런 트렌드보다 더 중요한 점을 이 사업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다고 한다.
 
원래 이 동네(중구 신포동 일대)에 아기엄마들을 중심으로 정부에서 소액의 지원을 해줬던 사업이 있었고, 이에 아기 엄마들이 집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쿠키나 베이킹(빵 만드는 것) 등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공간의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보니 2015년 경 이 아기 엄마들이 제이스튜디오 키친 공간에서 수업을 해주길 원했다고.
 

정은정 대표가 쿠킹 클래스 중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민경찬

 

그러나 당시엔 이 곳이 사업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불가능한 부분이 있었고, 당시엔 그 영역(요리 클래스 및 재료 준비 등)에 대한 보조가 없었던 상황이어서 재능기부를 해줘야 할 판이어서 결국 해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을 재단이 추진해 공고가 났다. 이에 정 대표가 이 아기엄마들의 뜻을 모아 사업을 제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차제에 요리 콘텐츠의 공유와 함께 아기엄마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육아를 연결시켜보자 했고, 이는 좋은 선택이 됐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쿠키 굽기 혹은 베이킹 등 실습을 하면서 아이들이 부모 외에도 자기 친구들을 같이 데리고 와 수업을 하기도 했고, 모인 엄마들 사이에서도 요리와 육아 정보들을 이전보다 더 활발히 나누며 ‘동네 공동체’라는 개념을 아로새기는 의미로 삼을 수 있었다.
 
특히 요리를 공부한 정 대표가 이 주민들을 위해 무려 20주 가량의 요리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초콜릿 쿠키와 치즈 케이크, 티라미수 등 전형적인 카페 디저트 외에 수제 초콜릿 및 발효빵, 치아바타 등 더 깊은 디저트의 세계도 마음껏 공유했다. 아이들도 자기들이 먹던 디저트들을 직접 만드는 재미에 빠져 이 흥미로움을 부모들과 공유했고, 이는 자연스럽고도 훌륭한 ‘가정학습 효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도 효과가 좋았고, 또 아이들끼리도 사귀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공동체 개념이 더 뚜렷해진 건 분명한 보람이었어요. 나중엔 엄마들끼리만 진행되는 클래스도 있었죠. 그분들도 나름 자기 삶에서 일종의 ‘힐링’이 필요하니까, 아이들 어린이집이나 학교 보내고 티타임 가지면서 수업도 하고 그랬어요.”
 
올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이 또 진행될 지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그러나 정 대표는 올해 역시 재단이 사업 진행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동네 생활수준에 비해 재료비 등이 만만찮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제이스튜디오 키친의 쿠킹 클래스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직접 쿠키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민경찬

 

“한 번 요리 클래스를 할 때마다 1인당 재료비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만 원 이상 들어가요. 물론 활동하시는 가정에서 재료비를 모두 부담한다면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이 동네 지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돼요. 문제는 재단도 그렇고 인천시도 마찬가지지만 ‘요리 수업 활동’이라고 하면 재료비 개념이 대부분 없다는 거죠.
 
사실 지난해 재단 지원액이 250만 원 내외였는데, 사실 풍요롭게 배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에요. 이 동네가 아이들,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은 동네고, 또 지역 차원의 요구도 종종 와요. 그런데 재정지원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없으면 사실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요. 요리 콘텐츠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죠. 지원 주체들이 그 점은 좀 감안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사실 있습니다.”
 
※ 정 대표의 남편은 ‘제이스튜디오 키친’ 바로 옆에 위치한 ‘닭면가’를 운영하는 박성호씨다. 닭면가는 실제 온/오프라인에서 ‘동네 맛집’으로 자주 언급되는 곳이기도 한데, 가급적 화학조미료를 배제하는 식당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