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을 늘리면 정말 주택가격을 잡을 수 있는건가?
[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2018-10-04 윤현위
정권이 바뀌어도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는 늘 변함이 없다. 우리는 주택가격을 잡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집은 집이 없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꿈이었고 달려가야할 이상향이었다. 의식주 중에 인간의 생존 자체를 논하자면 먹는 요소가 가장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생활이 해결된다는 가정하에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집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자가소유, 즉 자신의 소유로 된 집에 사는 경우가 근소하게 절반 이상인 주택 점유 구조를 보인다. 이건 우리나라 전체로 봤을 때 이야기다. 수도권을 본다면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일단 서울은 자가소유울이 매우 낮다. 집 없는 서러움이 도드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서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어쩌면 아이러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서울을 위시해 수도권으로 지난 수 십 년간 계속적으로 인구가 이주한 덕에 이제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당연히 집값은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정부들은 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집값이 내려가지는 않았는데 당연하면서도 늘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이다. 이번에도 공급확대카드가 나왔다. 이번에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건가?
필자는 도시의 주거지역 변화를 전공했지만 부동산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학식이나 감각이 없다. 그래도 다소나마 의견을 내보고 싶다. 역사적으로 대량주택공급으로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고자 했던 시도를 살펴보자. 지금은 신도시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오래된 흔히 말하는 수도권 1기 신도시가 만들어지던 상황을 보자. 분당, 평촌, 일산, 중동, 산본에 1980년대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약 30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되었다. 이는 주택공급 200만호 계획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주택 200만호는 당시 기존에 있던 주택수와 거의 맞먹는 주택수였다.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두고 효과의 여부를 놓고 당시 관련 학계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정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체 주택가격이 떨어졌음을 논증하는 이들도 있었고 시계열로 보면 결국 큰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으로 갈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여기서 결론을 내기는 다소 어려운데, 독자들께서는 일산, 분당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묻고 싶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중산층은 아니겠지만 일산신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에 어디 사냐고 물어볼 때, 고양시에 산다고 답을 하는 이들을 만나본 지 묻고 싶다. 아마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계층적으로 다소 특화된 도시임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 서민들을 위한 주택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일산, 분당 때문에 주택가격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아마도 많지 않을 듯하다.
수도권 1시 신도시 덕분에 교외라고 불리던 지역들은 이제 더 이상 교외라고 하기 힘들어졌고 서울은 더 커졌다. 좀 더 가까운 시절로 가보자. 김대중정부 시절에 임대주택의 명칭은 국민임대주택이었다. 이게 이명박정부 들어서 보금자리주택으로 변신했다. 서울과 서울근교에는 이제 새롭게 택지개발할 부지가 부족하니 그린벨트를 풀어서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여기에 유수지나 철도부지까지 동원되면서 행복주택이란 이름이 등장했다. 물론 계획한 대로 모두 주택이 건설되지는 않았다.
현 정부의 주택공급계획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고 택지로 개발하기에 다소 불리한 토지들을 신규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나라 전체로 보면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도시들이 즐비한데도 결국 수도권에는 새로 주택을 공급해야한다는 상황이 참으로 혼란스럽다. 지방도시의 성장세가 꺽이면서 지방에서 서울로 부동산 투자 러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도 설득력 있다. 투기수요가 높은 상황에서도 실수요자들을 구분해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강조하지만 그렇게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남은 토지를 개발한다면 그 주변 토지가격만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택을 짓는데 적어도 몇 년은 걸린다. 대신 자본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속도는 이보다 빠르다.
기존에 하고자 했던 다주택자와 보유세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편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국가경제에 건전한 효과를 줄 것이다.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에 거주하는 이들을 한번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부동산임대료가 주수입원인 소유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세금을 함부로 부과하면 이는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조세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게 불보듯 뻔하다. 공급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결국 재개발을 허가해달라는 입장이 더 많다. 여기저기 쉽지 않다.
이 문제는 주택정책만으로 정부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정부에는 주택가격안정화정책을 요구하지만 우리집 가격이 떨어지는건 원하지 않는다. 집이 가진 재산의 전부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을 늘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활성화되야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좋은 고등학교에 명문대학에 가길 바라는 모습과 유사하다. 집은 가족이 모여서 도란도란 사는 물적 공간이지만 신분의 상징이기도 하고 중산층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중산층에 안착한 586세대를 보면서 나이 상으로는 586세대이지만 그 열차에 타지 못한 사람들과 그 아래 세대들은 그래서 부동산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싶어하는거 아닌가.
부동산으로 많은 부를 쌓는 사람이 존경의 대상이 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면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인생이 조금은 초라해 보일 수도 있고 무능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부동산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는 다소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해 보인다. 혹 우리는 부동산에 대한 과세나 부동산 자체에 대한 규제를 언젠가 이루고 싶은 그 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우리나라의 부동산, 작게는 주택에는 거품이 많이 껴있다고들 말한다. 거품을 떠받치고 있는게 누군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권의 임기는 짧다. 단기간에 무언가를 해결할 수는 없을게다. 천천히 해도 된다. 최저임금만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을 할 수 없다. 주택가격도 부동산도 결국 같은 선상에 있다. 천천히 해야하고 이를 지켜봐 줄 인내심도 있어야한다. 현재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있는 세종대학교 김수현 교수님의 ‘부동산은 끝났다’를 한번 읽어보시길 독자들에게 권한다. 부동산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을 끝내지 않으면 우리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가 걸어온 집 없는 사람들이 살아온 절망과도 같은 삶을 끝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