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문화는 없고 개발만 남는다
[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2018-11-28 윤현위
상상플랫폼 사업 조성 예정지. (사진 = 신포컬처클럽)
내항재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될 상상플랫홈을 두고 인천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부분적으로 개방된 부두에 있는 거대한 창고건물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결국 대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실제로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큰 건물이다. 큰 만큼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묻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지에 대해서 논의를 해도 괜찮았는데 급하게 결정되었다.
우리는 또 하나 CGV를 얻게 되었다. 프렌차이즈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은 다른 곳에도 많은데 상상력 없는 상상플랫홈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IMF 이후 민자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이제 민자개발은 우리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우리는 지하철역도 고속도로도 민자개발 관련된 시설물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인천 같이 시에 부채가 많은 입장에서 시예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한 개발사업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걸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속도라도 조절해야하는데 우리는 그리고 인천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인천 앞바다는 적어도 시민들에게는 막혀 있는 바다이다. 경제개발의 시대 항구는 원료를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하는 창고였으니 시민들에게 바다를 내어줄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40년이 지났다. 우린 여전히 인천 앞바다를 보려면 월미도에 가야한다. 이른바 친수공간이 없다.
인천 내항에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시민들이 바다를 만날 수 있게 해주면 좋으련만 항만공사, 해수부, 인천시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바다는 모두의 것이지만 바다와 접하는 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일종의 자산이나 개발 잠재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항이 개방되고 내항의 기능이 상당 부분 이전하면 수 백만 평의 넓은 부지가 다시 생기는데 여기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무엇을 지을 것인가로 생각하고 있다.
인천은 안그래도 곳곳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데 굳이 바다에 또 아파트를 지어야 하나 싶다. 그리고 거대한 창고건물에는 상업시설 이외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문화공간으로 조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비어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많은 효용성을 줄 수 있다.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탁구를 치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예산이 부족하면 단계적으로 하면된다. 꼭 흰장갑을 끼고 행사를 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토즈라는 이름의 장소대여 기업을 들어보신 분이 많을 것이다. 공공이 중심된 공간활용을 위해서 대기업의 자본이 아닌 시민의 참여를 활용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번듯한 성과물을 원하면서 결국 또 대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대기업은 여기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할게 분명하고 여전히 우리는 바다를 볼 수 없지도 모른다.
문화시설의 민영화는 전에도 있어왔다. 부평아트센터도 결국 BTL방식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갚을 부채를 생각한다면 자본의 논리로 공간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 문화시설을 지자체장의 성과물로 인식하지 않으면 결국 천천히 만들어가도 된다. 시민들이 가꾸고 사용하게 만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온다. 도시재생이라고 외치면서 공공부분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제공자가 되어선 안되겠다.
동양화학이 이전하고 만들어질 뮤지엄파크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약 2000억원 규모의 예산에 여기에도 민간자본이 절반 이상 들어간다. 쇼핑몰이 생기고 계열사의 커피전문이 들어오는 방식은 이제 지겨울 뿐더러 지역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천시에서는 인천역이 환승역이 되었다고 복합쇼핑몰을 짓고 싶어한다. 그런다고 인천역 주변이 좋아지지 않는다.
문화시설은 기본적으로 일정 부분 이용하는 사람들이 비용을 내기 때문에 민간자본이 운영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공의 성격이 강해져야 문화공간의 문턱이 낮아진다. 웅장한 무대, 조명시설, 음향을 갖는 공연장과 비싼 입장료를 내야하는 전시관만이 문화시설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그것만이 문화가 될 수 없다. 다른 도시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소박한 문화공간을 어떤 방식을 만들지에 대해서 계속 논의 해야한다. 빠르지 않아도 된다. 문화를 외치면서 자꾸 개발만하면 결국 개발만 남는다.
인천시가 올 2월 해양수산부로 부터 상상플랫폼 조성사업 시행자로 지정받을 때의 조감도